[김성회의 다문화 정책 비판] 시혜적 온정주의, 전통문화 동화주의를 버려라 
[김성회의 다문화 정책 비판] 시혜적 온정주의, 전통문화 동화주의를 버려라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9.12.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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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여성가족부 산하 각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지자체에서 선심성 다문화가족 지원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듀인뉴스] 앞서 정부의 다문화 정책 비판에서 ▲국정목표와 철학이 없다 ▲법무부, 여가부의 부처이기주의가 문제였다▲여가부의 이기주의가 다문화정책을 왜곡시켰다라는 제목으로 구체적 사례를 들어 비판을 했다. 이번에 제기할 비판은 바로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들에게 퍼져있는 다문화에 대한 차별과 시혜주의에 대해 거론코자 한다. 

​어찌보면, 이것이 정부의 목표와 철학 부재, 부처 이기주의 등을 넘어서는 가장 핵심적인 다문화 정책의 문제일 것이다. 즉, 정부는 물론, 기업, 정치권과 민간단체는 물론 전 국민들에게 만연되어 있는 차별의식과 시혜적 온정주의는 다문화 정책을 왜곡시키고, 반 다문화정서를 잉태하는 기본 뿌리일 것이다.  

​지금도 '다문화'라는 인터넷 검색어만 치면 곧바로 검색되는 것이 각종 다문화 이벤트 뉴스일 것이다. "000시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00을 실시하였다", "000기업에서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한 00봉사를 하였다." 이런 식의 언론 기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다문화 자녀 000지원 프로그램" "결혼이주여성 000프로그램" 등등 거의 모든 것이 시혜적 프로그램들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이러한 과도한 온정주의, 시혜주의는 또 다른 차별주의와 다르지 않다. 동전의 양면처럼 시혜와 차별은 항상 함께 동행한다. 예를 들어 결혼이주여성 등 특정계층에 대한 편애와 온정주의는 그와는 다른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동반한다. 또 서구나 백인에 대한 동경과 과도한 선의는 반드시 비 백인(흑인 또는 동남아인)에 대한 차별을 동반하게 된다. 

​다문화 사회를 앞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즉, 특정 이주민에 대한 과도한 편애와 그 외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김장담그기 행사... 지자체 등 각종 김장담그기 행사에 다문화 가족은 빠질 수 없는 행사가 되었지만, 이주민들이 원하는 행사인지는 의문이다
지자체의 김장담그기 행사에 다문화 가족은 빠질 수 없는 행사가 되었지만, 이주민들이 원하는 행사인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그 시혜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이주민이 원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하고 싶은 시혜'인 것이다. 언제 다문화가정에서 김장 담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문화가정을 위한 김장봉사'라고 하고, '다문화 자녀 예절교육이라며 한복입기, 조선시대와 같은 예절배우기'를 가르친다.

자기들 자식들에게도 가르치지 않고, 자기들 집에서도 안하는 것을 다문화 가족들에게 가르켜준다며 억지춘향식으로 강요한다. 또 방송과 언론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볼거리라며 보도하고 방송한다. 이와함께 이주민과 다문화에 대한 자극적인 뉴스와 볼거리식 방송행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다문화센터를 이끌어오면서 항상 접하는 것은 방송에서 이주민, 그중에서도 특히 '아주 이국적이거나' '불행한 이주민'을 방송 소재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과 언론이 그렇게 보도하다보니, 정부도 기업도 민간단체도 그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자극적인 것을 찾고, 보다 화끈한 홍보효과, 보다 한국적인 것을 다문화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다보니,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은 "도와준다는 데 참자"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가하게 되고, 일반 국민들에게 다문화 가정은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들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은 행사에 참가하며 의례껏 "뭐 줄건데?" 하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일반 국민들은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을 보며 "왜 항상 받으려고만 하는데?"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결국 받는 것도 없는데, 자꾸 받기만 한다고 하냐며 짜증나고, 일반 국민들은 주는 것도 없으면서 엄청 주는 것인냥 짜증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오히려 국민들의 다문화정서만 안좋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다문화에서 대한 시혜적 온정주의는 다른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동반하게 될 뿐 아니라, 시혜적 온정주의의 대상이었던 특정 이주민을 하위 계층화함으로써 결국 그들마저 차별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왜냐하면, 시혜적 온정주의에 물든 특정 이주민은 계속해서 받기만을 원하고, 또 지속적인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은 자기 안에 우월의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시혜가 시혜를 낳고, 받기만한 사람들은 받으려고만 한다는 것이 서구나 학계의 연구결과에도 나타난다. 즉, 서구에서 시혜적 복지를 시행한 결과 그것이 생산적 복지로 연결되기 보다는 끊임없이 시혜적 복지를 확대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더라는 것이다. 받던 사람이 또 받게 되는 것이고, 도와주는 사람은 또 도와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복지를 통해 계층이동을 보다 원할하게 하려는 정책적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10년 넘게 다문화 시민운동을 한 필자의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필자는 '시혜의 시간적 효과는 결코 6개월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다. 즉, 시혜가 6개월 이상 계속될 때, 그것은 고마움이 아니라, 시혜를 받는 사람들의 권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반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당신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 참여했기에 댓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인식의 괴리가 존재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차례상 차리기 예절교육....아마, 한국인들도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 차례상 차리를 순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여성들은 대부분이 모르고 있을 것이다.
결혼이주여성 대상 전통차례상 차리기 예절교육....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것을 왜 이주여성에게 가르치냐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시혜적 동화주의는 국외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즉, "한국에 결혼해서 들어가면 뭐든지 다해준다더라"는 소문이 퍼지고, 그러면서 잘못된 국제결혼 관행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더구나 외국인 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선 구비 조건이 까다로운데,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가면 국적취득은 물론 각종 복지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주노동자로 들어올 수 없는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국제결혼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로 인한 한국인 남성들의 피해도 늘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서 '시혜적 온정주의'를 배제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분명한 원칙을 세워나갈 필요가 있다. 즉, 언어교육 이라든지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통합되기 위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선 받드시 교육 이수를 하게끔 해야 하지만, 그외 생색내기식 프로그램에 대해 민간단체나 기업은 몰라도 정부가 예산을 낭비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즉, 이주민이 한국사회에서 생활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나 지원은 불가피하지만, 그외는 각자 해결해 나가도록 해햐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예산낭비도 막을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등 사회통합에서 배제되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혜택이 필요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적응하고 잘살아보려는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고, 점점 더 한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주민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선주민이나 이주민들이 서로가 필요하고 도움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반 다문화정서'는 지금처럼 극대화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도 지자체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왜 김장담그기 행사에 꼭 이주민이 끼여야 하나? 몇년 전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가했던 결혼이주여성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결혼이주여성은 이혼한 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이었는데,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가하라고 해서 갔더니, '돈'이나 '선물'은 안주고 담은 김장만 잔뜩 주기에 집에 오다 다 버렸다"고 이야기를 했다. 한 마디로 자기는 김치 안먹는데, 그거 집에 가져오면 썩어서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런 불만을 이야기하는 결혼이주여성도 있었다. "한복은 좋지만, 한복 입혀놓고 명절 예절 가르치려고 한다"며 "그 예절에 대해 한국사람들은 다 아냐?"고 물었다. 그것도 내용을 보면,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하나도 알 수 없는 조선시대식 예절교육이다. 그러면 이주민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니, 자기들도 시대가 지났다고 배우지 않는 것들을, 왜 우리에게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고.  

​이렇듯 우리나라의 시혜적 온정주의는 동화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그것도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동화가 아니라, 우리 머리속에 담겨져 있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동화주의가 깔려있다. 우리조차 외면하는 '한국 전통문화'를 외국에서 나고 자란 이주민들에게 강요하는 식이다.

​따라서 정부도, 지자체도, 언론도, 기업도, 일반국민들도 다문화를 바라보면서 특정 이주민에 대한 "시혜적 온정주의"와 우리도 익숙하지 않는 "한국 전통문화 동화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특정 이주민과 그외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담겨져 있으며, 과도한 시혜주의 속에 받는자와 주는자로 구분되고, 일반 서민들의 역차별에 대한 다문화 갈등이 잉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br>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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