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옥 고양 도래울중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토론수업이 수업 혁신의 주요 방안으로 등장했지만, 선뜻 시도하기는 어렵다. 이런 토론수업을 쉽게 하는 방안으로 최근 그림책 토론이 인기다. 현장의 그림책 토론을 주도하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교사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 삶의 모습을 직면하는 가 하면 밝은 미래를 꿈꾸고, 삶과 죽음·사랑·우정 등 기본적 가치를 고민하며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에듀인뉴스>는 ‘쉽고 재미있게 생각을 나누는 그림책 토론’을 집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이 주는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림책 『벌집이 너무 좁아!』(안드레스 피 안드레우 글, 킴 아마테 그림, 고래이야기, 2015)
그림책 『벌집이 너무 좁아!』(안드레스 피 안드레우 글, 킴 아마테 그림, 고래이야기, 2015)

[에듀인뉴스] 오늘날 우리는 많은 이방인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지구촌 사회에 살고 있다. 『벌집이 너무 좁아!』는 우리 사회로 들어온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배타적인 모습을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그림책은 지난날 우리가 겪었던 제주 난민문제를 생각나게 한다. 그때 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스를 통해 쏟아져 나온 무시, 편견, 차별 등에 대한 사건 소식들은 이방인들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 그림책의 꿀벌 왕국은 현명한 여왕에 의해 나눔을 실천하며 공존 방법을 선택한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텃세를 부리기보다 나눔과 공존의 의미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여왕벌의 지혜와 그 지혜를 받아들인 꿀벌들처럼 우리 사회도 나눔과 포용으로 평화가 실현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정했다.

핵심 주제어 찾기

그림책을 읽은 후 떠오르는 단어나 핵심 주제어를 찾는 활동을 진행한다. 각자 적은 핵심주제어를 모아 보면 핵심주제어를 찾게 된다. 학생들은 그림책을 쉽다고 생각해서 깊이 있게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림책 토론 수업을 하기 전 핵심주제어를 찾아내는 활동은 그림책을 깊이 있게 읽어 내는데 좋은 활동이다.

논제 만들기

핵심 주제어를 적는 활동을 하고 나면 그 핵심 주제어를 넣어서 개인 질문을 만들고, 각자 만든 질문에서 모둠질문을 뽑아내고 다시 모둠질문들을 모아 학급대표질문으로 뽑아, 그것을 토론의 논제로 정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만든 질문일 때 더 집중해서 토론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아래의 사진은 각 모둠에서 나온 질문을 바탕으로 학급 대표질문을 뽑고, 그 질문을 토론에 적합한 논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로 수정해서 만들어간 모습이다.

헥사 토론 기법을 활용해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가는 아이들.(사진=조형옥 교사)
헥사 토론 기법을 활용해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가는 아이들.(사진=조형옥 교사)

학급 모두가 참여하는 헥사 토론

왜 헥사 토론인가? 학생들과 교실에서 토론을 진행할 때 학생들의 발언이 아주 작거나 빠르게 진행되어 의견들이 쉽게 묻혀버리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발언 내용을 잘 기억하며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하다가 헥사라는 도구를 만났다.

헥사을 이용하면 색깔이 입장을 말해주고 육각형이 유목화를 시켜주고, 토론 후 전체를 정리할 필요가 없어진다. 토론 장면이 전체적으로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 입론하기

헥사판에 논제를 써서 정중앙에 붙인다. 찬성측은 파란색 헥사판에, 반대측은 붉은 색 헥사판에 자신의 주장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기록한 후 중심 논제 헥사판를 중심으로 주위에 붙이면서 발표한다.

나. 지지발언 및 반론하기

찬성과 반대의 입론이 이어지고 나면 모둠원에게 지지발언 및 반론을 위한 작전 시간을 부여한다. 모둠의 작전회의가 끝나고 나면 초록색 헥사에는 지지발언을, 노란색 헥사에는 반론을 기록한 후 지지와 반론을 하고자 하는 헥사에 릴레이로 이어 붙여 나가면서 토론을 진행한다.

다. 재반론하기

다시 지지발언과 반론의 기회를 한 차례씩 준 후 2차 작전회의 시간을 준다. 작전회의를 통해 준비된 재반론의 내용을 관련된 헥사에 붙여나가며 토론을 진행한다. 반론과 재반론으로 토론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은 칠판에 붙여진 의견을 계속해서 살펴보면서 토론활동을 한다.

아이들이 그림책 '벌집이 너무 좁아'를 읽고 난민에 대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헥사 토론 기법을 활용해 칠판에 정리했다.(사진=조형옥 교사)
아이들이 그림책 '벌집이 너무 좁아'를 읽고 난민에 대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헥사 토론 기법을 활용해 칠판에 정리했다.(사진=조형옥 교사)

라. 결론 내리기

충분한 토론을 하고 나면 가치수직선에 찬성과 반대 측의 결론을 정리하여 붙일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최종 결론은 자신이 어떤 입장에서 토론을 진행했든지는 상관없다. 학생이 많을 경우 모둠의 대표 의견으로 결정해 헥사판을 사용하고, 소수일 경우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최종 결론을 칠판에 붙이고 나면 학생들의 생각을 대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교실 토론수업에서 디베이트 형식 토론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3:3 대표토론을 시키면 나머지 20여명이 판정을 하거나 그냥 지켜봐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헥사도구를 이용해 6모둠으로 나누어 3:3 모둠토론을 진행하면 모든 학생을 함께 토론에 참여시킬 수 있다.

각각 주장하기 전 모둠 내에 작전회의 시간을 주면 모둠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루어진다.

조형옥 고양 도래울중학교 교사
조형옥 고양 도래울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