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제대로 ‘학생부종합’을 해야 맞춤 배움 고교졸업 자격 갖출 수 있어

[에듀인뉴스] ‘교육’이 곧 ‘대입전형’일까요? 교육부를 비롯한 교원단체, 학부모회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임이나 학생들까지 ‘입시 틀’에 얽매여 있습니다. 대통령마저 ‘수능 확대’를 말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고교 현장을 지켜 온 처지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에듀인뉴스>는 학생이 배움의 당사자이며 시험 없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는 관점에서 우리 모두가 ‘대입전형’ 현안을 더 이상 ‘교육’으로 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경기고 교사/문학박사)과 함께 배움 혁명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료=교육부)

교육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발표를 보니 

[에듀인뉴스] “교육제도는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합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능력에 따라 자녀의 학교와 직장 간판이 바뀌는 일은 누구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로 시작하는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발표를 봤다.

11월 28일 교육부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집중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출신 고교, 부모환경 등 외부환경요인이 대입에 개입될 여지를 확인하였단다. 

하지만 수능처럼 ‘선택형 일제 시험’이 과연 공정할까? 수능 시험의 ‘공정성’을 내세우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노동 천시’, ‘학벌서열화’를 바꿔낼 제도였던가? 왜 정부가 나서서 굳이 국민 여론을 빌미로‘대입 타령’을 할까? 청문회의 장관 후보들마저도 하나같이 ‘자녀 교육’에 당당했던 사례가 없었다.

게다가 이게 무슨 말인가? 현재 교육과정으론 논술위주 전형과 특기자 전형을 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렵단다. 학생 저마다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한다면서 논술이나 특기자 지도는 어렵다고? 그동안 공교육으로 일컫는 정규 교과과정이나 방과후 수업의 학교 활동이 겉치레였을까? 그렇다면 왜 그러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과연 대학과 학생 당사자 간 문제인 대학입학전형에 더 이상 국가가 신경을 써야 할까? 학부모가 관여해야 할까? 
        
정부가 ‘대입 공정성’ 넘어 ‘대학 입학’에 더 이상 신경을 써선 안 되는 까닭

서유럽의 경우 대학은 중세의‘신’으로부터 사람을 벗어나게 한 산물로서 자본주의보다 앞서 생겨난 것이다. 현재 서유럽 사회에선 대학이 필요한 사람이 대학을 갈 뿐 고졸을 한 다음 대부분 경제생활에 나선다. 한국 사람처럼 ‘대학’을 누구든 거쳐야 할 곳으로 여기진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대통령마저 국회 연설에서‘대학’에 들어가는 방법과 비율을 말할 정도다.

과연 교육부가 ‘공정성’을 내세워 ‘수능위주전형’으로 대학이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할까?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가칭)사회통합전형도 도입하고 법제화한다지만 이처럼 대학과 학생 당사자 간 문제인 ‘대학입학’을 두고 21세기 민주 시민의 나라에서 왜 신경을 써야 하는지 묻게 된다. 

대입전형에서 학생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국가’나 ‘학부모’가 끼어들어 소득과 지역별로 격차를 보이는 선발 결과를 확인해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배움(개별화 교육)은 더 이상 평가정보(평가요소, 배점기준 등)나 내실 있는 평가(입학사정관의 짧은 평가시간 등) 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입 공정성’을 내세우는 이들부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자료=교육부)

왜 고교에서 무상으로 배우며 학점제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밝혀야

솔직히 말하자. ‘촛불혁명’의 뜻을 받들자는 문재인 정부는 서유럽에서 대학 국유화를 하고 무상 등록금으로 바꾼 68혁명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줄 세우기’로 상징되는 시험 공화국 대한민국 초·중·고생들의 고통을 끝내려고 어떤 노력을 하는가? 고등학생들이 3년 동안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기보다 왜 ‘대학진학’에 매달려야 할까? 마땅히 저마다 맞춤배움을 누리게 돕는 시험 혁명에 나설 때다. 학교가 바뀌게 도와야 한다. 

1974년 이후 고등학교에서 ‘평준화’란 이름으로 미뤄진 ‘맞춤배움’을 실현하자. 고교학점제란 공약을 내세워 집권하고서 왜 임기 중반 이후 ‘정시 수능 확대’란 최악의 ‘퇴행 정책’으로 돌아섰는가? 문 대통령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일시적 혼돈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묻고 당국자를 쫓아내고 나라다운 나라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을 제대로 기르는 ‘고등학교 제자리 찾기(정상화)’의 철학을 밝히고 펼칠 때다.

올해 9월 고3부터 실시한 고교무상교육은 중학교 무상교육이 완성된 2004년 이후 로 치면 15년 만이다. 하지만 기껏 연간 160만원의 짐만 덜고 학원을 따로 다닌다고? 학생이 맘껏 하고 싶은 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나라다운 나라일까? 중학교 졸업자의 99.7%가 고교에 진학하는 만큼 ‘고교무상교육’과 함께 ‘고등학교 제자리 찾기(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사교육걱정’을 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해야 한다.
    
서울권 대학들부터 왜 ‘학생부종합’을 늘렸는지 답하며 ‘국민 여론’ 바꿔내야
 

고교에서 또 하나의 사교육인 ‘죽은 교육’이 아니라 ‘참배움’을 실현해야 한다. 청중이 문제 해결책을 물으면 학생들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나’의 생각과 의견을 바탕으로‘대안 제시’를 발표하게 하자. 서로 배움의 자세로 이야기 나누며 가치 판단과 관련된 ‘나’의 생각을 토론에서 밝히도록 하자. 토론-독서-논술, 말하기․ 듣기(토론)를 하면서 더 알고 싶은 것들을 찾아 읽고 생각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쓰게 돕자.       

‘학생부종합’은 한 판 승부내기의 결과 중심 ‘수능’과 다르다.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 등으로 학생의 성장 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에서 학생부종합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무엇을 지원했던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은 솔직한 생각을 들려주기 바란다. 학교 현장의 교사일 때 ‘나’는 학생의 배움과 성장 과정에 관심을 둘 것인지 일제시험 결과 등수에 관심을 둘 것인지를. 

서울권 대학 당국에도 다음 물음의 답변을 듣고 싶다. 왜 ‘공정성’에 시비가 이는 ‘학생부종합’을 늘렸던가? 교과 성적이나 활동사항, 종합의견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함이 옳고 그 판단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정녕 고교 정기고사나 수능 등급내기로 ‘공정성’을 살리지 못한다고 여기는지를. 그렇다면 요구한다.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서 ‘국민 여론’을 바꿔내라!

일반고 전성시대, 학생부종합으로 '대학수학능력=고교졸업자격' 제대로 기르고 갖추자

고교 교사를 비롯해 교육감에게도 묻게 된다. 왜 학생부종합전형을 해야 하는가를?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다양성을 가진 사람(인격체)이니까.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이 풍부하고 사회적 책무를 감당하며 이타성 및 리더십을 발휘할 인재가 필요하니까. 학생 저마다를 알아야 하는데 ‘한 줄 세우기’로 알 수 없으니까. 학업성취도, 소질 및 적성, 주변 환경, 인성, 잠재력 등 다양한 요소를 알고 도와야 하니까.

(자료=서울시교육청)

‘일반고 전성시대’가 상징하듯 고교졸업만으로 삶을 살맛나게 가꾸도록 하자. ‘늘배움’의 자세로 저마다 참다운 민주 권리를 누리게 돕자. 더 이상 교육과정이나 정기고사란 이름으로 강의계획이나 진도 빼기를 한 뒤 점수나 등급만 남길 게 아니다. 학생에겐 배움과 자라남(성장)이 필요할 뿐이니까.         

고교졸업자격을 갖추도록 도우려면 ‘정시 수능  확대’로 뒷걸음질 할 때가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제대로 해 보자. 학생부종합이 대학수학의 힘(능력)을 기른다. 이전과 달리 ‘주어진 물음’을 넘어서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 보게 하는 수업으로 바뀌게 한다. 학생부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에 학생 활동을 한 만큼 제대로 적자. 학교 사회의 신뢰를 찾아 ‘국민 여론’을 바꾸는 데 ‘나’부터 혁신의 자세로 나서자. 
 
‘나라다운 나라’란 저마다 고교졸업만으로 삶을 살맛나게 가꿀 수 있어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길엔 ‘고등학교’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누구나 고등학교를 나오면서 참다운 수학능력인 이해와 표현, 탐구 능력을 지니도록 도와야 한다. 글읽기(독서)란 교과목의 교과서에 얽매인 점수와 등급 타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등처럼 칸막이 교과목 지식을 주고받거나 단순 전달하는 줄 세우기 시험의 들러리에 그쳐선 안 된다. 

‘촛불혁명’으로 바라던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가? 무엇보다 ‘대학’이란 허울을 벗고 대졸 ’지향보다 ‘고졸’만으로도 잘 사는 중산층 늘리기에 힘쓰자. 고교에서 저마다 살맛나는 배움을 ‘나’부터 누리고 빛깔 있는 ‘삶’을 가꾸도록 서로 돕자. ‘배움의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이 하지 못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저마다 잠재된 능력을 스스로 펼쳐내자.

고등학교를 새롭게 바꾸자. 호기심과 질문의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만나야 한다. 다가오는 시대에 그동안 식민과 독재 교육의 틀 안에서 누리지 못했던 ‘서로 배움’이나 ‘함께 나눔’의 보람찬 삶을 열어야 하니까. 온 누리 인류 발전에 저마다 이바지할 대한 사람이니까. 일상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늘배움(평생학습)의 자세를 지키며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참삶을 소중히 여겨야 하니까.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