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중앙기독중학교 교사

르완다 교사 ICT 교육 전문가 파견 다녀와 보니
낮은 수준 학습능력과 ICT 환경...국가적으로 교육에 사활 걸은 듯 열정
인터넷 환경 최고, ICT 활용 능력 최하위..."변화 뒤처지는 한국 걱정돼"

김재현 중앙기독중학교 교사/ 2019년 '르완다 교사 및 예비교사 ICT 교육역량 강화사업 PM용역' 전문가 파견
김재현 중앙기독중학교 교사/ 2019년 '르완다 교사 및 예비교사 ICT 교육역량 강화사업 PM용역' 전문가 파견

개발도상국 ODA 사업에 전문가로 파견되다

[에듀인뉴스] 한국은 무지하게 더웠던 이번 여름, 나는 아프리카 르완다에 40일간 파견근무를 다녀왔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발주한 ‘르완다 교사 및 예비교사 ICT 교육역량 강화사업 PM용역’에 전문가 파견으로 투입되었다.

700만불이라는 큰 사업비의 용역에 현직교사에게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때마침 교사자율연수 휴직 중이라 가능했으며,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ODA 사업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 이번 기회는 꿈과 같은 기회였다.

게다가 그냥 봉사활동이 아닌 교수법 전문가 파견은 교사로서 나의 직무역량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이었으며, 이 기회를 통해 앞으로 복직 후 나의 교사 트레이닝과 학습환경 개선·개발 등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것을 계획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파견이라 생각되었다.

함께 교사연수를 진행할 교사와 인프라전문가, 교육과정개발전문가 각 1명씩 추가로 모집하여 팀을 꾸려 르완다 파견을 준비하였다.

이번 40일의 투입 기간 동안에 현지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두 차례 실시하여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고 돌아오는 겨울부터 한 학기 가량 실제 교사 트레이닝을 하는 모듈을 제작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그동안 국내에서 갈고 닦은 구글 기반의 스마트교실 환경 구축과 수업의 다양한 경험을 한 번에 다 쏟아놓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뜨거운 여름에 투입되었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항상 열대우림이나 사막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서부나 중앙아프리카는 엄청난 정글이고, 북부 아프리카는 사막기후이지만 르완다가 있는 동아프리카는 고산기후로 인해(해발 1,500m 이상) 연중 온난하고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르완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쾌청한 하늘과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과 눈부신 태양이 있는 우리나라 가을과 같은 너무 좋은 날씨에 감동했고 이런 날씨가 연중이라니, 정말 이런 나라에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교사워크숍을 준비하며 매일 회의와 철야작업, 주말도 반납하고 여행이나 관광도 없이 작업하고 수업을 준비했다. 그 결과 두 차례의 워크숍을 잘 진행했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현지 중등교사들에게 ICT교육을 하고 있는 김재현 교사. 김 교사는 "좋지 않은 ICT 환경에서도 미래교육을 위한 방향을 알기 위해 집중하는 현지 교사의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사진=김재현 교사)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현지 중등교사들에게 ICT교육을 하고 있는 김재현 교사. 김 교사는 "좋지 않은 ICT 환경에서도 미래교육을 위한 방향을 알기 위해 집중하는 현지 교사의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사진=김재현 교사)

Teacher에서 Trainer로

우선 기본적으로 트레이닝을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한국에서 내가 사용하고 가지고 있던 모든 자료를 영어로 변환해야 했고, 플랫폼이나 ICT 도구들도 모두 영어로 된 자료로 제작하였다.

첫 워크숍의 날 그들과 만난 그날을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 ICT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교사로서 얼굴은 까맣지만 적극적인 자세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순박한 그 나라의 중등교사들에게 나의 수업 경험담을 나누었다. 상태 좋지 않은 개인 노트북과 엄청나게 느린 인터넷 속도로 늘 ICT 활용 수업에 어려움을 겪던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이야기는 신세계였다. 내가 그들에게 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수업은 그동안 전통적 방식의 강의식과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인터넷이 나보다 더 잘 가르쳐주는 선생일 수 있다. 더는 그들과의 싸움에서 교사인 내가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교사는 이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는가? 아니다.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이 세상에서 제일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일 수는 있으나 제일 좋은 교사이진 못하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교사는 바로 우리들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공교육 현장에서도 잘 하고 있지 못하는 수업 혁신을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오히려 그렇게 열악한 학습 환경의 아프리카지만 교사들의 열정과 국가적 지원으로 인해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김재현 교사의 ICT 관련 설명에 집중하는 르완다 교사들.(사진=김재현 교사)
김재현 교사의 ICT 관련 설명에 집중하는 르완다 교사들.(사진=김재현 교사)

구글의 기본도구를 설명하고 그것을 자신의 40분 수업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제로 교과의 내용을 직접 넣어서 시범강의까지 해보는 과정을 통해 ICT를 사용하는 교사의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물론 실제적인 어려움이 많다. 말도 안 되는 인터넷 속도와 팬티엄급 노트북은 무언가를 구동시키기에 버거웠다. 아프리카의 인터넷 강국이라는 르완다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그것을 생각하면 안 될 문제였다.

르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많은 나라의 국가경쟁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이 앞세운 국가경쟁력은 바로 교육, 그 중에서도 ICT 활용 교육과 그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비교적 낮은 수준의 학습능력과 ICT 환경이지만 그들은 사활을 걸었다 싶을 정도의 열정이 있었고 그것은 앞으로 가능성 있는 국가의 장래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ICT 교육 현실을 알려주는 신문기사 제목들.(사진=김재현 교사)
한국의 ICT 교육 현실을 알려주는 신문기사 제목들.(사진=김재현 교사)

인터넷 강국, 하지만 ICT 교육은 꼴찌인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으로 불린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물론 인터넷 환경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좋은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ICT 활용 능력은 어떨까?

2018년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정말 놀랍게도 OECD 국가 31개국 중 우리나라 학생들의 ICT 활용능력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인터넷 강국이라고 했는데?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컴퓨터로 코딩도 많이 하고 잘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장의 느낌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ICT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우리 학교와 가정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인재를 양성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교육 혁신에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변화에서 뒤쳐지고 있다. 이미 세계 많은 나라가 디지털디바이스와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 프로젝트기반 수업환경으로 변화한지 오래다. 명백한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다.

전세계 약 70% 가량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클라우드 기반 인터넷브라우저 Chrome 브라우저에서 구동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조차도 접은(?) 사업인 Internet Explorer 7.0 기반 국가 교육망인 NEIS 운영 자체가 우리나라의 ICT 활용교육의 기반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디지털교과서라고 수십조원을 들인 사업은 여전히 현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도구가 되어 버린, 현장과 교육부의 이 커다란 간극 속에서 우리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둠을 탓하기보다 한 자루의 촛불을 켜라’라고 말했던 인도의 한 현자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오늘 나는 4차 산업혁명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이용한 프로젝트기반 학습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재현 중앙기독중학교 교사
김재현 경기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기술교사. 국내 최초 공교육에 크롬북을 도입하여 수업의 혁신을 이끌었고 전국의 초중고대학에 구글기반의 수업모델을 제시하며 학습자중심 수업을 디자인하는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건설환경공학을 전공하였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저서(공저)로 '교실의 미래 구글클래스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