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다문화사회는 선도 악도 이념도 아닌, 실용적 차원서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

 영화 '범죄도시' 한 장면. 게토화된 도시는 영화가 제작되는 상황까지 오고 있다.

[에듀인뉴스] 다문화 문제를 접근하면서 마치 다문화는 선인냥 인식하거나, 다문화는 불행을 가져오는 씨앗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러한 극단적 인식은 주로 이념적으로 다문화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양상이다.

즉, 다문화 사회는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어울리는 사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권이 존중되는 인류의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옥으로 가는 길은 황금으로, 비단으로, 꽃으로 장식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만큼 이상적인 다문화사회가 무지개처럼 화려한 모습이지만, 그 현실은 참혹할 수 있다. 즉, 어느순간 화려한 모자이크 사회는 분열과 갈등, 폭력을 수반하는 지옥으로 변한다.

서구 유럽이나 다민족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폭동과 증오, 그리고 인종청소 등은 화려하기만한 다문화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과 비참한 현실이 동전의 양면처럼 얼마나 가까이 있고, 대조적인가를 알게 해준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를 이상적 모습으로만 접근할 문제도 아니며, 또 비참한 미래로 여겨 배척하기만할 문제도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인류는 정보통신, 교통의 발달로 하나의 지구촌 사회로 나가고 있다. 국경은 점차 낮아지고,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게 되면 될 수록, 사람들의 이주와 교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 단일민족 사회나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는 점점 더 존재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다문화 사회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미래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우리의 미래에 대해 장미빛 환상을 갖는 것이 아니라, 참혹하고 비참해지지 않도록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다문화 사회의 긍정성을 최대화시키고, 부정성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국가의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며, 민간 사회에서도 그같은 노력이 진행되어야만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문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인지, 정책담당자들이나 국민들 속에서 '다문화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정책당국자들이나 학자들은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치려 들고, 또 일부 다문화 사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극단적인 유언비어 유포나 선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야말로 다문화 사회의 부정성을 극대화시켜 결국엔 우리를 불행한 미래로 이끄는 사람들이다.   

중국촌으로 게토화 된 대림동.(사진=TV조선 캡처)<br>
중국촌으로 게토화 된 대림동.(사진=TV조선 캡처)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주민 게토화(집단주거지)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 부족이다. 일부 지자체는 물론 정부 정책 담당자들도 다문화 문제를 이벤트로만 생각하고, 게토화 될 경우에 대한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국인 마을", "000 마을" 등을 치적 이벤트로 삼고 만들고 홍보하고 있다.

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처럼 서울 서남부 3구(영등포, 구로, 금천)에 중국 출신 이주민이 많으니, 아예 중국어 이중언어 특구로 만들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지역을 중국어 이중언어 특구로 만들면, 가뜩이나 몰려드는 중국 출신 이주민들로 인해 선주민들은 떠나가고, 그 지역은 아예 중국 출신 이주민들로 게토화되게 된다. 그렇게 게토화된 지역은 치안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사회통합에도 굉장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심지어 그것은 내국인과의 집단적 갈등의 진원지가 되어 이주민 폭동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경각심이 없이 정책적 이벤트로 다문화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서울시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찌감치 인천시교육청에서는 공교육차원에서 '다문화 대안학교'라는 것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장애학생을 특수학교로 분리교육 하다가,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고, 그로 인해 장애인 특수학교도 줄이고 있는 마당에, 이주민 자녀들만을 대상으로 분리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를 만든 것이다. 이 얼마나 한심한 발상인가? 

​안산의 원곡동, 서울의 대림동...이미 한국사회에서는 이주민들의 게토화가 진전되고 있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게토화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한 정책적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게토화를 더 부추키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치안문제마저 손놓고 있다. 그래서 "범죄도시"라는 오명으로 영화가 제작되는 상황까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주민문제, 다문화 문제에서 근시안적인 태도와 막연한 생각으로 정책에 임하기 때문이다. 또 다문화 문제에 대해 낭만주의적 접근태로를 갖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다. 다문화는 필연적인 우리의 미래다. 

미래에 대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그것은 축복이겠지만, 막연하고 낭만적인 희망으로 접근한다면, 그것이 가져올 불행은 단일민족사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 이상일 것이다. '유비무환'이야말로 다문화사회를 앞둔 우리가 명심해야 할 단어다. 

런던와곽 이주민 게토화지역에서 벌어진 폭동
런던와곽 이주민 게토화지역에서 벌어진 폭동.(사진=ytn 캡처)

더구나, 서울 대림동이나 영등포, 구로 일대를 생각하면 지금이야말로 정부에서 '이주민 게토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주거지 개선과 선주민과 이주민의 사회통합에 대한 다양한 대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또 점차 밀려드는 중국 출신 이주민에 대한 쿼터제 시행 등 중국 이주민에 대한 제한 조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식적 이민정책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머지않아 안산 원곡동이나 서울 대림동 지역 등은 슬럼화, 치안불안으로 내국인들은 떠나가고, 이주민들은 더 집중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 대책이 없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다문화는 조장할 문제거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 대처할 문제다. 왜냐하면, 다문화 사회는 국경을 넘어 자본의 이동이 자유화되면 될 수록, 정보통신과 교통이 발달되면 될수록 필연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필연적 과정에서 대해 '찬성이니 반대니'하는 식의 태도는 별 소용이 없다. 비가 오면, 비를 좋아하니 반대하니 하는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산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우산이 바로 긍정적인 것은 극대화시키고, 부정적인 것은 최소화 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정부가 노력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다문화 사회를 조장할 이유도, 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과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본분을 망각한 채, 선심성 정책과 이벤트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다문화 사회는 우리에게 악몽과 같은 커다란 불행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필자는 다문화에 대해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태도를 갖거나 이념적인 접근 태도를 지양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4계절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날이 추워지면 두터운 옷을 입어야 하듯, 필연적으로 다가올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가 초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즉, 다문화 사회는 선/악도 이념도 아닌, 실용적 차원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 참고로 필자가 운영하는 레인보우 합창단의 다문화 자녀들에 대해서도 특정 국가출신 이주민 자녀에 대한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레인보우 합창단에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일반자녀가 없다며 항의하는 사람들로 인해 일반자녀들을 받아들이면서 생겨난 규정이다. 즉, 특정국가 출신 자녀가 전체 2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한다. 

그렇게 하니, 특정국가 출신 자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예전에 비해 합창단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패거리를 짓거나 패권을 형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문화 사회는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준비해가야만 '아름다운 미래'가 될 수 있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br>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