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사회를 먼저 파악하고,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철저한 계획으로 세상과 맞서라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지난 11월 14일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12월 4일 수능 성적이 고3 수험생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맘때면 늘 뉴스 기사에는 고3 교실의 풍경이 소개된다. 특히 사실상 교과 수업이 정지된 상태에서 무질서한 교실 모습을 보여주며 비판하는 내용들이 많다. 최근에는 학교마다 다양한 수능 이후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수능 성적 발표 이후에는 모든 학생이 학교장허가 현장체험학습으로 방학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성숙한 시민으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을 보면 그간의 노력이 대견하기도 하고, 냉혹한 사회에 아직은 굳은 살 없이 발을 내딛어야 하는 상황이 안쓰럽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예비 사회인들에게 어떤 교육 또는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 대학 캠퍼스의 낭만과 새 일터에서의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테지만, 인간과 조직 그리고 국가 사회 속에서의 다양한 관계를 새롭게 맺어가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현실의 어려움과 차가움도 미리 이해하고 대비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둘러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혹은 조카에게, 혹은 우리 모두의 후배이자 미래에게 참견을 하고자 한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 이론에서 실천을 끌어낸 천재적 군사 전문가인 그는 병학을 철학적 단계로 승화시킨 손무는 병가의 교과서를 남겼다.(사진 및 설명=네이버 지식백과)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 이론에서 실천을 끌어낸 천재적 군사 전문가인 그는 병학을 철학적 단계로 승화시킨 손무는 병가의 교과서를 남겼다.(사진 및 설명=네이버 지식백과)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 손무(孫武, 기원전 544년경~기원전 496년경)가 지은 병법서로 이미 잘 알려진 책이다. 단순한 작전서가 아니라 국가 경영의 요지, 승패의 기미, 인사의 성패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책의 구성은 계(計), 작전(作戰), 모공(謀攻), 형(形), 세(勢), 허실(虛實), 군쟁(軍爭), 구변(九變), 행군(行軍), 지형(地形), 구지(九地), 화공(火攻), 용간(用間) 총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오쩌둥이 장제스의 국민당을 이겼을 때 곁에 두고 읽었던 책이 바로 『손자병법(孫子兵法)』이었고, 영국의 전략가 리델 하트(Sir Basil Henry Liddell Hart, 1895년~1970년)는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 1780~1831)의 『전쟁론』과 견줄 수 있는 뛰어난 책이라고 평가했던 책이 바로 『손자병법(孫子兵法)』이다.

제후국간의 경쟁이 극심하던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많은 사상가 중 당대에 이미 성공을 이룬 손무의 지혜가 담겨 있는 책이며,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유산이기도 하다.

손자병법. 동양 군인들이 읽어야할 병서 7권 중 하나로 손꼽힌다.(사진 및 설명=네이버지식백과)
손자병법. 동양 군인들이 읽어야할 병서 7권 중 하나로 손꼽힌다.(사진 및 설명=네이버지식백과)

『손자병법(孫子兵法)』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구절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패(百戰不敗)’인데, 사실 정확히는 백전불패가 아니라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이다. 직역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이다.

이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모공(謀攻)편에 나오는 문구인데, 모공은 책략으로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싸우지 않고 전략으로 꾀어 이기는 것이 모공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제시한 병법서이지만, 싸우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역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유명한 문구는 이제 사회에 나갈 고3 수험생들이 자신과 주변을 한 번 살펴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앞으로 헤쳐 나갈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앞날이 행복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갈수록 어렵고 힘들어지기만 하는 사회생활이다. 그렇지만 피할 수도 없다. 이를 잘 해결하려면 사회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지피), 자신의 특장점과 정체성을 이해(지기)한다면, 여러 문제 상황에서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까 한다(백전불태).

학생 생활이 끝나고 성인이 된 것에 마냥 취해 이러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첫 장은 계(計)이다. 전쟁 전에 계산하고 계획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매일 듣는 잔소리 중 하나이다.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을 지도하면서 반드시 학습플래너를 작성하도록 한다. 그리고 계획을 세울 때 유의할 점들을 알려준다.

학습계획을 세우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모든 전문가가 이야기한다. 실제로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우수한 학습자들은 한결같이 학습계획을 잘 세우고 잘 수행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귀찮고 또 성과가 눈앞에 바로 나타나지 않아 습관을 들이는 게 어렵다. 하지만 계획하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어떤 일을 하던 실수가 적고, 실수가 적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계(計)의 요점은 철저히 계산하고 계획한 후 승산이 있을 때만 전쟁에 임하라는 것이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모든 일에 반드시 계(計)를 우선하라는 좋은 가르침이다.

젊은이들에게 간혹 ‘일단 부딪혀봐라’는 도전정신과 실행을 강조하는 말들도 있는데, 이는 자칫 무모함을 이끌어내는 무책임한 말이 될 수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군쟁(軍爭)편 첫 단락은 ‘우직지계(迂直之計)’에 관한 내용이다. 요지는 ‘먼 길로 돌아가면서도 곧바로 가는 것처럼 하고, 근심거리를 이로움으로 삼는 것’이다.

일부러 우회하여 먼 길을 가는 것은 적이 예상하는 진격로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다. 뻔히 예상되는 좋은 길은 적도 이미 알고 있어 수많은 장애물과 함정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나 교사의 교육적 행위와 제도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의 불편함 때문이다. 눈앞에 참 편하고 좋은 길이 있는데 조금 멀리 돌아가라고 하면 불평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그것이 자신들의 안전과 유익을 위한 것임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교사가 일일이 설명해주기는 어렵다. 사회에 나가면 이런 것들을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가기 좋은 길이 결코 좋은 길이 아니며, 편해 보이는 길은 이미 남들도 아는 길이므로 한 번 쯤 의심해 봐야 한다. 그 길 가운데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 남을 헤치고 사기 치는 악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사회 현실은 그러한 면들로 피해보는 사람들이 매일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꼭 한 번 잔소리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꽃길만 걷고 싶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진정한 꽃길은 수고와 노력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비롯하여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리더로서 인사 및 조직 관리에 대한 가르침을 얻을 수도 있고, 인간 관계에서 어려움을 제거하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는 책이다.

사회라는 생존 경쟁의 전쟁터에 변변한 무기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뛰어들 사회 초년병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고전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체육 교육의 중요성

사회의 축소판이자 사회를 준비하는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지혜와 통찰력을 가르칠 수는 없을까. 다양한 교과에서, 또 수많은 좋은 선생님들이 많은 지혜를 전달해 주지만 좀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삶의 지혜를 체득할 방법은 없을까? 물론 고전을 직접 읽어 깨우쳐 주는 방법도 좋지만, 다른 방법으로 더 실전 같은 교육은 불가능할까? 이러한 생각 중에 ‘체육 교육’이 떠올랐다.

필자가 학교 다닐 시기의 체육교육은 단순히 기능을 익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는 몸을 단련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교사가 되어 학교 현장에서 체육교육을 바라보니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가 옳다고 생각된다.

예전 학교에서는 체육 수업을 등한시하였다. 체육 수업 시수를 줄이고 국·영·수를 늘리는 경우도 많았다. 운동하는 학생은 공부 못해서 몸만 쓴다고 인식했었다. 그런데 그런 인식은 틀린 것이다. 요즘은 운동 잘하는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 머리 좋은 학생이 운동도 잘한다.

단순히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력과 전략의 문제이다. 그것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교육으로 길러지기도 한다. 체육교육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관리와 계획, 전략 수립 및 실행까지 모든 체육 종목에서 이루어지는 요소이다. 예절과 배려, 협력은 기본 요소이다. 그리고 단체 종목에서는 관계성(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 등)을 배울 수 있다. 실로 체육 혹은 스포츠 경기는 전쟁과 사회의 실전과 같은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위태롭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얻기에 가장 좋은 교육은 바로 체육 교육이다.

단순한 체육 시수 확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실 있는 체육, 생각하는 체육 활동, 배려와 협력을 배우는 체육 활동을 적극 권장하자는 것이다.

동료 선생님이 우스갯 소리로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젊을 때는 국·영·수로 살아가고, 늙어서는 음·미·체로 살아간다는 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결국에 인간은 예술과 체육을 통해 만족감과 인생의 완미함을 얻어 간다.

유럽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1인 1기를 교육해왔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악기 한 가지, 남들과 즐길 수 있는 운동 한 가지는 반드시 배우게 했다. 우리나라는 자가용의 배기량과 아파트 평수가 성공의 기준이었다면, 서양은 악기 연주를 통해 마음의 안정과 행복감을 얻고 남들과 스포츠를 즐기며 성취감과 소속감 등을 느끼는 삶이 성공한 삶의 기준이기도 하다.

예체능 교육, 특히 체육 교육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예체능 교육의 효용성을 고전에서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이제 막 사회로 나아갈 고3 학생들을 통해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학교 교육을 보완할 방법을 고전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찾아 참견해 보았다. 그리고 체육교육의 중요성을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조금 더 넓게 생각해 사회 현실을 반영한 ‘실사구시(實事求是)’ 교육이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