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래교육포럼서 송재범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
"우리 교육 ‘깨기’를 넘어 ‘해체’로 나아가야" 주장
공교육 정상화 용어는 교육과정 정상화로 바꿔야

대구미래교육포럼에는 7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사진=대구교육청)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미래교육,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것을 향한 교육적 시도에 발목만 잡는다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되겠는가.”

16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에 참석한 송재범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은 “미래교육,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것을 향한 교육적 시도에 발목만 잡고 있다”며 “IB 도입이 우리 학교 교육의 고질적 문제인 결과주의적 교육을 바꾸고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교육과정 정상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재범 원장은 “우리 교육에서 항상 뜨거운 문제 중 하나인 학생 평가 방식도 결국 결과주의 방식으로 끝난다”며 “1999년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평가하려는 목적으로 제안·도입된 수행평가 역시 평가 내용이 바뀌었을 뿐 결과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수행평가는 지난 1999년 평가 내용이 기존 선택형 시험이 아니라 학생이 학습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나 결과를 보고 그 학생의 지식 기능 태도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사일정 상 거의 비슷한 시기에 결과물을 요구받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학교 교육을 떠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해 수행평가를 줄여달라는 목소리가 높다는 지적이다.

송 원장은 “이 역시 결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평가 방식 때문”이라며 “IB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교육목표를 더욱 충실히 실현할 수 있고, 교육과정-목표-수업-평가의 일관성을 잘 구현하고 있다. 단순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평가시스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재범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장.(사진=지성배 기자)<br>
송재범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장.(사진=지성배 기자

공교육 정상화라는 용어를 교육과정 정상화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송재범 원장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용어는 공교육 영향력을 높이고자 의미를 좁게 규정해 본질적 의미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다"며 "교육과정 정상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지난 11월 발표한 ‘고교학점제 실시에 따른 중장기 대입 개편 방안’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입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서도 지적한 내용이다.

보고서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라는 용어에 대해 “대입선발과정에서 사교육을 배제하고 공교육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는 선발 프레임으로 의미를 좁게 규정했다”며 “무엇이 공교육 정상화인지, 학교생활에 충실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적 질문이 결여된 상황에서 논의되는 대입 전형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 용어 변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원장은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을 예시로 들며 “IB는 공교육 정상화를 넘어 진정한 교육과정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국가교육과정 상 이념과 목표들이 사문화한 조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해보고자 하는 것이 IB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구축 못 하는 것은 기존 교육을 적폐로 몰아 깨기 작업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깨기가 아닌 해체 작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J. Derrida)는 ‘해체’를 단순환 부정이나 파괴가 아니라 토대를 흔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숨겨져 있는 의미와 성질을 발견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단순 파괴가 아니라 재건을 전제로 한 것을 ‘해체’로 보았다.

송 원장은 “지금 우리 교육에는 깨기가 아닌 데리다가 요구한 해체의 문법이 필요하다”며 “IB 도입 논의는 기존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해체 작업 일환으로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출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