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 대구 미래교육포럼서 주장
“출제자가 학교 지배, 시험문제가 교육 지배 문제”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은 16일 대구미래교육포럼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사진=대구시교육청)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서울대 명예교수, 공학박사)은 16일 대구시교육청이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개최한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 ‘대구교육, 미래를 보다!’ 기조 강연자로 나서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IB가 주역이 될 것”이라며 “수능은 논·서술형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장은 “미래는 초고령·초연결·초지식 사회다. 초고령 사회에서는 배운 사람이 아닌 배우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초연결 사회에는 동료 및 이웃과 협력·소통·배려하는 교육, 초지식 사회에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그리고 창의적인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출제자가 학교를 지배하고 시험문제가 교육을 지배하는 현행 교육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울대학생에게 ‘수능을 다시 봐도 잘 볼 수 있겠냐’고 물으니 ‘그때니까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다 잊어버렸습니다’라는 답을 들었다”며 “수능은 정답을 고르는 것을 넘어 논·서술형으로 바꿔 생각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법으로는 향후 10년간 매년 5%씩 논·서술형 문항을 늘리는 것을 제안했다.

김 전 총장은 “노벨상을 받을 아이들이 객관식 위주 수능 준비로 창의력을 고갈시키는 게 우리나라 교육”이라며 “초중고교 시험 역시 수능 문제 유형에 맞춰 출제되는 만큼 수능에서 향후 10년간 매년 5%씩 논·서술형 문항을 늘려나가는 것만으로도 우리 교육에 굉장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능의 대표적 문제로 제2외국어를 들었다. 문제가 비교적 쉬워 점수를 쉽게 딸 수 있다는 것. 특히 정규 교육과정에서 아랍어를 편성해 가르치는 학교는 단 2곳에 불과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제2외국어 특히 아랍어의 경우 시험이 추가된 2005학년도 경우 531명이 응시했지만 2019학년도에는 4만7298명이 응시해 제2외국어 전체 응시자의 70.8%를 차지했다”며 “아랍어는 조금만 공부해도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과정과 평가에서 논·서술을 전면 활용하는 IB는 이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IB 도입을 추진하는 대구교육청에서 공교육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시교육청과 책 ‘IB를 말한다’ 저자들을 향해 “타는 목마름에 하나의 물방울 같은 작은 시작이지만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라며 “변화란 찰나의 섬광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아침 해가 떠오르는 새벽같이 뚜벅뚜벅 오는 것이다. 변함없는 정진을 기원한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