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학교 보건교사 2인 배치, 교육청에 보건교육 전담부서 설치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보건교육 정상화를 위해 보건교육전담부서 설치와 보건교육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사진=지성배 기자)
채유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이 대표 발의한 보건교육진흥 조례안이 17일 통과됐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대규모 학교 보건교사 2인 배치, 교육청에 보건교육 전담부서 설치 등 학생 건강 증진과 보건교육 활성화 기반 구축을 위한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다.

서울시의회는 17일 채유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 보건교육 진흥에 관한 조례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그간 소홀히 취급받았던 학교보건수업이 정상화되고 보건교사가 확대·배치될 경우 보건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례는 채유미 의원 발의로 지난 10월 서울시의회의 장인홍 교육위원장을 비롯한 15명 의원이 참여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보건교육포럼의 정책제안(우옥영 이사장 주발제)을 조례의 주요내용으로 수용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특히 채유미 의원은 지난 9월 에듀인뉴스와 인터뷰에서 "교과서 수정도, 보건교육 장학사도 없는 게 서울교육 현실"이라며, 보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례제정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번에 제정된 조례는 학교보건법 제9조, 9조의 2등에서 정한 신체발달, 질병예방과 관리, 성교육, 정신건강, CPR과 응급처치 등에 관한 보건교육의 내용과 의무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거대학교에 보건교사 추가(2인) 배치 ▲보조인력 배치 등에 대한 교육감의 책무 ▲교육청 보건교육 전담부서 설치 학생 학부모와 소통하는 보건교육센터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법률이 개정되어 모든 학교의 모든 학생들에게 시수, 도서를 정해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했지만, 교육부의 보건교육과정 고시 및 교과서 고시가 미흡하고, 보건교사 2인 배치 등 관련 정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다 이를 담당할 교육청 내 전담부서가 없어 현장의 보건교육은 학교와 교사 사정에 따라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현장에서는 보건수업시간 확보가 어렵고, 거대학교의 경우 보건교사 1인으로는 법적 직무수행에도 애로점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여기에 관리자들이 보건교육 대신 환경위생 업무 등을 하도록 압력을 넣는다는 등 민원도 그치질 않았다.

이에 최근 일각에서는 보건수업 제한 등 극단적 주장까지도 제기됐다. 그러나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으로 보건교육 없이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고, 획일적인 입시교육 속에 보건교육은 아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생활교육이라는 점에서 보건교육의 실종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조례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해 왔다.

특히 보건수업과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 역시 법적 직무 외의 잡무 전담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보건교사 확대 배치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사진제공=보건교육포럼)
(사진제공=보건교육포럼)

이같은 상황 속에서 서울시의회가 법률에 따른 보건교육이 시행되도록 기본 요건을 담아 학생 보건교육진흥 조례를 제정한 것은 아이들 건강과 보건교사의 법적 직무 수행에 필수적인 입법조치이자, 기존 교과의 이해를 넘어 생활교육과 미래 교육과정의 장을 여는 혁신적 조치라는 평가다.

조례 제정을 제안하고 교육청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온 (사)보건교육포럼을 비롯해 보건교육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조례 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온 현장의 많은 보건교사 대중, 전교조 보건위원회, 서울시 보건교사회, 서울시교육청 담당과 등과 구체적 후속 정책을 협의하고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조례제정을 계기로 입시위주 교과 체제를 보건교육 등 생활교육으로 전환하는 교육혁신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조례 제정에 최선을 다한 서울시의회 채유미 의원과 장인홍 교육위원장 등 교육상임위 모든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조례 제정에 함께 한 임덕심 전교조 서울시보건위원장은 “조례를 계기로 형식적인 문서상 교육, 학교와 교사의 사정과 의지에 따른 보건교육의 양극화와 차별, 보건수업 성과의 불투명하고 부당한 조치, 고정화된 보건교사 1인 체제, 보건교과서 개정 불가 조치, 보건교사에게 교육활동 외의 잡무 부과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보건교육 정상화와 학생 건강증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진 보건교육포럼 서울대표는 환영의 뜻과 함께 아쉬운 점과 보완점을 주문했다. 김 서울대표는 “다만 이 조례 안에 보건교사의 추가 배치, 전담부서 설치 등의 조항이 의무가 아닌 임의조항이라는 데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교육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 예를 들어 수업 시 발생하는 병원후송지연, 응급처치 지연으로 인한 민원이나 소송 우려, 보건수업 시간 확보의 어려움, 보건교과서 개정 지연, 보건교육 지원 장학 실종 등에 비추어 조속히 거대학교 2인 배치와 보조 인력 증원, 교육청 전담부서 설치, 보건교육센터 등을 추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더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감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는 “핀란드는 융합주제교육을 표방하며 모든 교과를 없애면서도 법률에 보건교과를 필수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OECD 각국도 보건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하거나 심지어 고교 졸업과 대학입시의 필수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학점제, 학생 선택과목제 확대 등으로 사회적 요구가 큰 과목의 신설 및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구해야 하며, 보건과목은 생활교육으로 이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추동하는 힘이므로 학교 구성원과 함께 소통하며 실천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이 시민친화적 교육과정 혁신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례 제정을 제안하고 교육청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온 (사)보건교육포럼은 조례 제정 환영의 뜻을 밝혔다.(사진=보건교육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