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회 ‘고교체제 개편 역사적 맥락과 쟁점’ 강태중 교수 밝혀
토론 "대표적 실패사례로 역사 남을 것" "자사고 적폐 몰이 불쾌"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려는 교육부를 향해 “학교가 생긴 원인을 근본적으로, 교육적으로 검토하고 해소해야 한다”며 "일괄 폐지를 통해 쟁점을 덮어버렸다"고 비판했다. 2019.12.20.(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교육적 가치를 자각도 못 한 채 쟁점을 덮어버렸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려는 교육부를 향해 “그런 학교들이 생겨나게 된 원인을 근본적으로, 교육적으로 검토하고 해소해야 한다”며 “고교 교육 성격을 깊이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한국교육학회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대학입시 및 고교체제 개편의 역사적 맥락과 쟁점’에 발제로 나선 강 교수는 “교육부는 설립취지와 다르게 운영되어 서열화와 사교육비, 불평등 문제를 야기했다는 이유로 일반고 전환을 밝혔다”며 “이는 설립취지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유지했을 것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는 교육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지정하고 운영할 체제적 가능성과 교육적 가치에 대해 아직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점을 자각도 못한 채 쟁점을 덮어버린 상태”라며 비난했다.

특히 “외국어나 국제 교육을 위한 전문과정이 고교 단계에서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학교 운영상 자율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고교 체제 구도를 정곡으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고교까지 취학이 보편화하고 고등교육 취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고교 체제에 대한 논의는 대입제도와 관계없이 고유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7일 자사고·외고 등을 2025년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설립근거를 삭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예고했다.

(사진=지성배 기자)

토론에서는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 일괄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자사고·외고 등 교육제도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교육은 정권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전리품이 아니다. 정권 색깔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면 교육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려 교육현장의 대혼란이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을 고쳐 이들 학교를 폐지하는 것은 헌법 제31조 교육제도법정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고교 유형과 학생선발 등 학교 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법률로 규율해야 한다”며 “이번 정책은 대표적 실패사례로 교육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큰 소리로 비난했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는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어도 명문고 지위는 유지할 것”이라며 “자사고 이전에는 명문고가 아니었나. 학교 유형이 바뀌면 죽는다는 정치적 형태의 설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플로어 토론에 나선 고진영 배재고(자사고) 교장은 “일반고로 돌아가도 학교 죽지 않는다. 오히려 재정, 정원, 무상교육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된다”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해온 내용과 투자한 것들을 적폐로 몰아 내쫓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교육적폐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교사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직접 학교를 찾아와서 보고 정책을 만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플로어 토론자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교육학회라면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결정이 교육의 선택권을 침해한 위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최소한 옭고 그름의 기준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이 마치 자사고 특목고인양 몰아가는 식의 토론은 옳지 않다. 우리 사회 교육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학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