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크리스마스로 본 다문화 융합

예수의 탄생을 기리며 이제는 전세계 축제가 되어 있는 크리스마스.(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2019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그리스도 예수의 탄생일로 알고,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예수가 어느날 태어났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성경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예수의 탄생일이 12월 25일로 정해진 것일까? 그리스정교, 러시아 정교와 같은 동로마 교회에서는 성탄절을 1월 6일로 기념한다. 12월 25일과 1월 6일은 어떤 날이었을까? 로마에서 12월 25일은 우리로 보면 동짓날이었다. 즉, 낯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를 뜻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로마의 최고신이었던 '미트라(태양신)'의 날이었다. 

​즉, 밤이 가장 길고, 낯이 가장 짧은 동짓날부터 낯이 점점 길어진다는 의미에서 태양신의 날로 정하고 축제를 열었다. 즉,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 미트라신의 탄생을 기리는 '새튜날리아'라는 농신제를 지내고 축제를 즐겼던 것이다. 그런데 로마의 하루는 전날 일몰부터 다음날 일몰까지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12월 25일의 전날인 24일 저녁부터 축제를 즐기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크리스마스 이브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트라는 인도유럽어족의 쓰는 아리안족의 빛, 진실, 맹약을 뜻하는 신으로 페르시아의 조르아스터교의 신이며, 인도 힌두교의 미트라신을 의미한다. 이것이 불교에서는 마이트레야 신으로 우리에게 미륵보살로 알려진 미래의 신이자 구원의 신이다.

애초 예수의 탄생일이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로마에서는 예수 탄생일과 로마인들이 믿던 미트라스교의 축일을 결합해 12월 25일(동지), 1월 6일, 3월 21일(춘분)을 기념해 왔다.   

​이 3일 중에서 예수가 죽은 뒤 300년이 지난 354년 경에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율리우스력에 따라 로마 전래 태양신 탄생 축일인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기리게 되었고, 동로마에서는 그레고리력에 따라 1월 6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정하게 된 것이다.

이에 서로마의 카톨릭과 기독교에서는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기념하게 되었고, 동로마의 그리스정교, 러시아 정교 등에서는 1월 6일을 크리스마스로 기리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의 모임'라는 말로 그리스어로는 X라는 글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X 마스'라는 용어도 함께 사용된다. 이것을 프랑스에서는 '노엘'(Noel), 독일어로 '바이나흐튼'(Weihnachten), 스페인어로 '나비다드'(Navidad)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서 '노엘'과 '팰리스 나비다(메리 크리스마스)'가 만들어지고 불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 하지만, 12월 25일은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다.(사진=픽사베이)
아기 예수의 탄생... 하지만, 12월 25일은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다.(사진=픽사베이)

결국, 크리스마스의 탄생 배경에는 로마의 태양신 탄생 축제일과 예수의 탄생일을 결합시키므로써 로마의 토속적 신앙과 기독교의 융합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동남아에서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진행되는 물 축제일과 석가모니의 탄생일이 겹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따라서 석가모니의 탄생일도 우리는 음력 4월 초 8일로 기념하고 있지만, 동남아국가들의 석가모니 탄생일은 그 즈음이긴 하지만, 날짜가 일치하진 않는다.  

크리스마스의 다문화 융합현상은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 트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원래 산타클로스의 원형은 지금의 터키 남부 파타라 지방에서 태어난 성 니콜라스 주교다.

그는 이웃과 아이들에게 인정이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미라의 대주교가 되어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 니콜라스는 자신의 선행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난한 이웃을 위해 굴뚝으로 금화를 던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금화가 화롯가에 걸어둔 양말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때부터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내려와 선물을 놓고간다고 믿게 되었다 한다. 

​이러한 전설이 중세 이후에 서유럽으로 전해졌고, 12세기 초부터는 프랑스 수녀들이 성 니콜라스 탄생일인 12월 6일 전날 저녁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풍습을 만들게 되었다. 또 성 니콜라스의 이름도 서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콜로우스라는 이름으로 변형되어 전해졌는데, 이것이 네덜란드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신타(sinta성녀) 콜로우스라고 하여 '산타클로스'가 된 것이다. 

​지금처럼 산타클로스와 순록이 이끄는 썰매는 1822년 뉴욕의 신학자 클레멘트 무어가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라는 시를 썼는데, 그 시에서 성 니콜라스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덟마리 순록이 이끄는 썰매를 타고 선물을 주러 다니는 요정을 닮은 사람'으로 묘사했다. 여기에 1863년 미국의 시사만화가였던 토마스 나스트가 '풍채가 있는  산타클로스 삽화'를 그리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코카콜라가 광고로 만든 산타클로스
코카콜라가 광고로 만든 산타클로스

특히 지금처럼 빨간 옷을 입고, 은발에 흰 수염이 난 산타클로스 모습은 1931년 미국의 해돈 선드블롬이 코카콜라 광고를 그리면서 그린 그림에서 유래가 되었다. 즉, 산타클로스가 입고 있는 빨간 옷은 코카콜라의 상표 색깔이었고, 흰 수염은 콜라 거품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렇듯 산타클로스는 성 니콜라스의 선행 + 성 니콜라스 탄생일에 즈음한 프랑스 수녀들의 선행 + 네덜란드의 방언 + 미국 코카콜라의 상업성이 모두 결합되어 탄생한 것이다.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가 기업의 상업주의와 만나 크게 확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또 성 니콜라스 대주교의 모습은 불교에서 송나라시대 포대화상이라는 걸인 스님의 행보와 많이 닮아 있고, 그 포대화상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복을 나눠주고, 부자가 되도록 해주는 스님'으로 알려져 기려지고 있는 점과도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또 크리스마스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연원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로마시대 다산의 상징이나 악령, 또는 해충 퇴치를 위해 전나무나 상록수를 집에 들어오는 문 안쪽에 걸어두었는데, 이것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아이가 태어난 뒤 대문 앞에 숫과 소나무가지 등을 걸어두어 나쁜 기운이나 해충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습과 비슷하다. 

​다른 설은 영국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전도활동을 한 성 보니파티우스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보니파티우스는 게르만족이 해마다 숲속의 전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보고, 그 나무를 베어내고 사람을 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재앙이 닥칠 것을 우려했으나, 다음 봄날에 나무에서 새로운 싹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나무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풍습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독일의 중교개혁가 마틴 루터와 관련된 이야기다. 루터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별빛 아래 뾰족한 상록수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것에 큰 감명을 받고, 나무를 준비해 방에 세우고 거기에 별과 촛불을 매달아 장식 했는데, 여기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렇게 만들어져 19세기 초 독일에서 북유럽과 영국으로 전파되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초 펜실베니아로 이주한 독일계 정착민들에 의해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가 정착되고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는 세가지 설이 있지만, 원시적 종교의 형태인 성목숭배의 관습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는 세가지 설이 있지만, 원시적 종교의 형태인 성목숭배 관습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사진=픽사베이)

이렇듯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예전부터 전해지는 '성목 숭배사상'과 게르만족의 관습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바위나 성목 등을 숭배하는 사상은 원시적 종교 행위로 전세계에 퍼져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큰 나무아래 서낭당을 만들고 기도하거나 소원을 비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풍습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공통의 모습이다. 이러한 인류의 풍습이 크리스마스와 연결되어 탄생한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할 수 있다.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와 카톨릭, 기독교, 이슬람교는 이단에 대한 배타성이 특히 강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각 민족이나 종족이 가지고 있는 토속신앙에 대해서도 결코 융화되지 않는 배타적 종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유래와 산타클로스,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 등 성탄일과 관련해 그 뿌리를 보면 로마 토속신앙과의 융합이 눈에 띈다. 

​이것은 결국 그 어떤 배타적 문화나 종교, 이념일지라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문화 융합과 결합은 불가피하며, 필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하늘아래 세상과 동떨어져 완전히 새로운 것, 그들만의 것은 없는 셈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들이 결합되고 융합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문화 창조의 원천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br>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