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번째 이야기...왕배초등학교로 강연 떠난 최창진 교사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경기 왕배초 모임 '멍석깔기'의 강의 요청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최창진 교사.(사진=최창진 교사)
경기 왕배초 모임 '멍석깔기'의 강의 요청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최창진 교사.(사진=최창진 교사)

[에듀인뉴스] “선생님 안녕하세요! 유쾌한 창진쌤의 교단일기를 보며 으여차 힘을 내고 선한 영향력을 받고 있는 많은 대한민국 교사 중 한 명입니다. 본교에는 ‘멍석 펴기’ 라는 자발적 공부모임이 있습니다. 이 공부모임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11월 말, 화성 왕배초에서 근무하는 이민석 선생님께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금세 행복했다. 페친이지만 실제로 만나 뵌 적 없는 선생님의 연락이 신기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뻤다.

6교시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았다. 우리 학교에서 화성 왕배초 까지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학교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집에 가는 아이들을 보며 ‘똑같네’ 하며 웃었다. 왕배초 정문에 가서 셀카를 찍었다. 내가 근무 하는 학교를 벗어나 다른 학교를 방문하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다.

“선생님! 정말 똑같으시네요. 페이스북에서 보던 모습을 이렇게 실물로 보니 신기합니다^^”

“하하하~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기대됩니다^^”

이민석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5층 교실로 갔다. 멋진 기타와 따뜻하게 꾸며진 교실이 인상적이라 여기저기 둘러봤다. 자기 교실을 이렇게 구석구석 보고 묻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대놓고 물어보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모임 시간은 4시라 약간 여유가 있어서 교실 이야기, <멍석 펴기>에 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모임은 인원은 적지만 열기는 뜨겁습니다. 20대, 30대, 40대가 골고루 있는 모임이고요. 퇴근 후인 늦은 5시에 모여서 7시까지 책을 읽고 공부를 합니다. 2주에 한 번씩 생각을 나누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죠.”

놀랐다. 교사의 하루는 마치 전쟁터와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과 공부하랴, 생활지도하랴, 밥 먹이고 상담하고 수업준비하고 업무 하다보면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실내화를 신고 집에 퇴근할 때도 있다. 그런데 퇴근 후에 자발적으로 모여 공부모임을 하신다니 존경심이 들었다. 샌드위치와 쿠키, 커피를 마시며 강의를 시작했다.

경기 왕배초 독서 모임 '멍석 펴기'에 강연자로 나서 교단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최창진 교사.(사진=최창진 교사)
경기 왕배초 독서 모임 '멍석 펴기'에 강연자로 나서 교단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최창진 교사.(사진=최창진 교사)

“안녕하세요! 저는 안성 문기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창진입니다. 오늘 초대해주셔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교단일기를 쓰고 있고요.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190개의 글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작년에 출판한 ‘2018 유쾌한 창진쌤의 교단일기’를 완판 시킨 저력이 있습니다. 한 권 만들었거든요.^^”

웃겨야 될 타이밍인데, 선생님들이 완전 진지하셔서 당황했다. 진심으로 완판을 축하해주셨는데 소장용으로 한 권 만들어서 완판이라고 말하니 순간 이해가 되지 않으신 표정이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준비한 PPT 60장과 영상 15개를 보여드리며 평소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내가 무엇인가를 잘해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전국 모든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 격려하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을 기록하고 살펴보니 내가 어떤 교사이고, 무슨 교육철학으로 아이들을 대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선생님들과 간단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 반에서 매일 아침에 하는 ‘컨디션 출석’입니다. 지금 자신의 상태를 손가락으로 표시하시면 되는데요. 컨디션이 좋으면 5, 좋지 않다면 1, 보통이면 3으로 표현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4입니다. 이렇게 좋은 모임이 있는 건 알지만 학교 일이 바쁘거든요.”

“저는 1이에요. 최근에 몸이 좋지 않아서 오늘 모임을 올 수 있을까 걱정했거든요.”

“저는 3이에요. 학기말 성적 입력을 하지 않아서 늦은 시간까지 해서 피곤하지만 지금 강의가 좋아서요.”

아주 간단한 활동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활동을 하기 전과 후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동료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6시가 넘어서 연수가 끝났다. 다들 피곤하셨을텐데 눈빛이 번쩍번쩍이라 깜짝 놀랐다. 말씀은 내가 주로 드렸지만 더 많이 배운 건 오히려 나였다.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멍석 펴기 구성원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멍석말기는 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연수가 끝나고 이민석 선생님과 3시간 가깝게 이야기를 나눴다. 온라인도 좋지만 역시 오프라인이다. 선생님의 교실 이야기와 삶을 경청했다. 나의 좌충우돌 교단일기에 대한 말씀도 드렸다. 역시 만남이 최고다. 나의 꾸준함과 실천력 그리고 다른 관점으로 학교 보기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몸들 바를 몰랐다. 그래도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며칠 뒤, 화성에서 근무하는 공군장교 동기에게 메시지가 왔다.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멍석 펴기>와 같은 공부모임을 하고 싶은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완전 반가워하며 이민석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곧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이 탄생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이렇게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장에 연결고리가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모든 만남이 위대하지만, 특히 오늘 왕배초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교육하시고 노력하시는 최고의 선생님들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다.

“배우고 기록하고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시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