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원격연수 오픈, 김현수 성장학교 별 교장

학교 현장 갈등 해결은 상대방 이해부터..."서로의 마음을 유추해보자"
입시제도는 결국 우리를 파괴해..."학생과 교사 모두 인간으로 대해야"

[에듀인뉴스-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 공동기획] 교사들의 배움 나눔이 교육현장에서 활발히 진행중이다. 과거, 연수(硏修)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딱딱하고 형식적인 강의를 넘어 교육현장에서 자신이 갈고 닦은 사례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에듀인뉴스는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과 함께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자 소개 기획을 마련,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한 발 짝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경쟁사회 능력주의사회로 고착화한 한국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 마음 고생의 원인이다. 교사를 부품 다루듯 하는 교육 당국도 문제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들이 만나니 학교 현장이 삭막해질 수밖에 더 있겠나.”

경계선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 교장이자 정신과 의사가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열었다. 경계선 아이들은 정신적 어려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있는 이들을 줄여 부르는 말로, 성장학교 별은 지난 2002년 문을 열었다.

김현수 교장의 특이한 이력이 반영되어서일까. 연수는 ‘우리 아이들 마음 고생의 원인’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지만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청소년, 학부모, 교사를 만나보면 ‘갈등이 되지 않을 문제인데’라고 생각한 것들이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보았다. 서로 자신의 상처만 이야기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 보니 갈등이 악성으로 변해간다.” 

김 교장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이 상당수 사라진다고 말한다. 긴장이 풀리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이 여유는 곧 풍부한 이해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마음을 다치게 한 이 사회의 문제점으로 입시를 지적했다.

“입시가 아직도 삶의 경계를 구분 짓는 사회라는 것이 결국 우리를 파괴하고 있다. 어른들이 이를 해결한다지만 아이들을 볼모로 삼고 이득과 손실을 따지고 있을 뿐이다. 교사를 다루는 교육당국의 자세 역시 비극적이다. 인간이 되지 않고 매뉴얼이 되라고 한다. 매일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경쟁사회, 능력주의사회로 구조화한 한국 사회 분위기 제도 그리고 고착화한 낡은 관계들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고생이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또 교사를 부품 다루듯 하는 교육 당국은 교사 마음에 상처만 남긴다고 지적한다. 결국 다친 마음 상태에 있는 학생과 교사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교육불가능 세상으로 내모는 기폭제가 된다는 것.

“교실에서는 자유, 자발성, 시도, 가능성이 넘쳐야 합니다. 각자의 삶에서 일어난 일을 꺼내고, 나누고, 다루고 그래서 깨닫고, 배우는 과정에서 현명해지고 영리해지며 성장하는 곳이 교실이다.”

이해가 전제된 협력이 되어야 공감도 가능하다는 김현수 교장. 그는 서로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이 형성되고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현하기 위헤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 교장직도 맡았고, 티스쿨 원격 연수도 오픈했다. 아래는 김현수 교장과의 일문일답.

김현수 성장학교 별 교장이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 교장은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에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주제로 원격 연수를 열었다.(사진=티스쿨)
김현수 성장학교 별 교장이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 교장은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에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주제로 원격 연수를 열었다.(사진=티스쿨)

▲의사선생님이다. 이력이 특이한데, 자기 소개를 한다면.

저는 다양한 사회적 일들에 관심이 많은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청소년들과 청년들입니다. 그래서 학교, 쉼터, 소년교도소, 소년원 등과 관련한 일을 해왔습니다.

또 집에서 나오지 않고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도 관심이 많아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인터넷 공간과 게임 등의 분야에서도 일을 해왔습니다.

처음부터 교육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빈곤의 대물림과 교육 그리고 인간의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인 교육, 배움의 단절 앞에 놓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교육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안학교도 하게 되고, 교사와 부모님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장기적 계획이 삶을 이끌었다기보다 매일 만나는 제 진료실의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문제들에 대하면서 삶을 살아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티스쿨에서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주제로 연수를 열었다. 교사 연수에 나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진료를 하다보면 또 진료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청소년, 청년들, 부모님, 교사분들을 만나다보면 ‘문제가 아닌데’, ‘문제가 되거나 갈등을 빚을 문제가 아닌데’라고 생각한 것이 큰 갈등으로 되는 것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쓰게 됐습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을 외치는 아이들과 고생해보지 않은 아이들이라고 비난하는 어른들 사이에 새로운 가교를 놓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썼습니다. 책을 쓰면서 다시 어른들을 만나게 되었고, 교사 연수도 그런 이유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배경으로 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는, 특히 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들을 달리 볼 수 있게 되어 이전보다 덜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교사들이 왜 교장선생님의 연수를 들어야 하나. 다른 연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많이 들어주시면 좋지요. 아이들에게도 좋고, 부모인 선생님들도 좋고, 선생님의 학교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면 긴장이 풀리고 화도 덜 나고 협력할 것이 많아집니다.

이번 연수는 해냄출판사에서 발간한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에 기반해 만든 연수입니다. 일종의 오디오북 같은 기능도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듣고 또 이해하고 측은한 마음도 들고 그러면 아이들이 한결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연수는 아이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참 좋겠습니다.

김현수 성장학교 별 교장.(사진=티스쿨)
김현수 성장학교 별 교장.(사진=티스쿨)

▲주 내용은 무엇인가. 연수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수의 주내용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있고, 어른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정서, 예를 들자면 멸망정서, 고생정서, 부담정서 등에 대한 설명도 있고, 요즘 아이들이 마음고생하는 9가지 사례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포기하게 되는지, 포기하는 이유 4가지 그리고 포기의 도식도 들어있습니다. 이생망을 외치는 3가지 이유, 요즘 아이들에게 특별한 20가지 문화가 담긴 이야기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바라는 것 5가지 등 세대의 특성과 청소년기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모자 일체화 사회를 비롯해 사회학적,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담아 다각도에서 사람 그리고 아이들을 살필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아이들 마음고생의 주 원인은 무엇인가(친구 관계, 공부, 이성 관계 등). 교사들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까. 조언한다면.

아이들 마음 고생의 원인은 경쟁사회, 능력주의 사회로 구조화된 한국 사회의 분위기, 제도 그리고 이로 인해 고착된 낡은 관계들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탄하지요. 입시가 아직도 삶의 경계를 구분 짓는 사회라는 것이 결국 우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삼으며 어른들의 이득과 손실을 따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과감하게 입시제도를 없애고, 추첨제를 포함한 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임금격차를 포함한 여러 격차를 없애는 것이 시급합니다.

아이들의 마음고생 원인이 아이에게 비롯된다는 생각은 정말 무책임한 생각입니다.

▲교사들도 요즘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교사상처’라는 책도 쓰셨는데.

현재 교육제도는 교사에게 상처를 주도록 만들어졌기에 많은 부분에서의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상처를 받지 않기 어려운 사회에서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슈퍼맨이 되거나 혹은 떠나거나 혹은 부정하고 살아야 하겠지요.

한국 교육부는 교사를 부품 다루듯이 하는 것 같아요. 입시제도 만큼이나 비극이에요. 교사에게 인간이 되라고 하지 않고 교사에게 매뉴얼이 되라고 하니까 교사는 매일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요.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배우지 않겠다고 하는 말이 나오는 상황 자체가 교육불가능의 단적인 예라고 생각해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티스쿨 홈페이지 일부 캡처.
티스쿨 홈페이지 일부 캡처.

▲이전 연수에서 기억에 남는 교사가 있다면.

연수는 아무래도 후기로 만나는 방식 외에는 없는데, 감동적인 후기는 진짜 많았던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보았던 후기는 다른 연수는 클릭만 했는데, 제 연수는 끝까지 보았다 이런 문구가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김현수 교장선생님이 그리는 교실 속 모습은 어떠한가.

교실에서 일어나는 작업은 첫째 서로가 동의한 자유의 범위 안에서, 둘째 학생의 자발성을 고양할 수 있는 학생 중심의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셋째 학생은 줄기차게 시도하고 교사는 많은 것이 가능하게 하면서 학생, 교사 모두에게 배움이 일어나는 시간과 공간의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규정하고 구속하기보다 오늘 각자의 삶에서 일어난 일을 꺼내고, 나누고, 다루고 그래서 깨닫고, 배우고, 현명해지기도 하고, 영리해지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하는 생산하는 장소가 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건설하는 것이 교사의 임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협력, 그것이 더 교육의 본질이 되어야합니다. 그 협력은 이해를 전제로 합니다. 이해하고 설명이 될때 공감도 가능합니다.

하인즈 코헛이라는 정신분석가는 이해가 공감의 왕도라고 했지요. 이번 연수가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선생님을 일부러 힘들게 할 생각으로 학교에 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목적에 충실하려 하지만 그것이 힘들어진 이유, 그것은 여러 방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풍부한 이해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실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