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경기 오산 필봉초 교사

갈등 장면 뚜렷한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에듀인뉴스] 토론수업이 수업 혁신의 주요 방안으로 등장했지만, 선뜻 시도하기는 어렵다. 이런 토론수업을 쉽게 하는 방안으로 최근 그림책 토론이 인기다. 현장의 그림책 토론을 주도하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교사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 삶의 모습을 직면하는 가 하면 밝은 미래를 꿈꾸고, 삶과 죽음·사랑·우정 등 기본적 가치를 고민하며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에듀인뉴스>는 ‘쉽고 재미있게 생각을 나누는 그림책 토론’을 집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이 주는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곧바로 자신의 기준을 들이대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한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입장이라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를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알아보아야 한다.

특히 갈등 장면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이를 위해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갈등 장면이 뚜렷한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선택했다.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표지.(글. 베르너 홀츠바르트, 그림. 볼프 에를브루흐, 사계절, 2010)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표지.(글. 베르너 홀츠바르트, 그림. 볼프 에를브루흐, 사계절, 2010)

‘뭉글뭉글하고 길고 갈색을 띤 어떤 것이 있었다. 모양은 마치 소세지 같다. 이것이 갑자기 두더지 머리위에 철퍼덕 하고 떨어졌다.’

이는 이 그림책 첫 장면의 내용이다. 불쾌한 두더지는 자신의 머리 위에 똥을 싼 범인을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비둘기, 말, 토끼, 염소, 소 등 만나는 동물들 마다 이렇게 묻고 다닌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함께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 모습.(사진=조승연 교사)
함께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 모습.(사진=조승연 교사)

함께 그림책 읽기

읽을 때 각각 두더지, 비둘기, 염소, 말, 돼지, 똥파리, 뚱뚱이 한스 등 동물들 배역을 주어 각각 읽게 하였다. 실감나게 읽을 만한 학생들을 지원과 추천을 통해 선정하였다. 똥 이야기가 워낙 즐거워서인지 지원자가 배역 수보다 많았다. 선정되지 않은 학생들이 아쉬워하며, 읽기를 시작했다.

쌍피라미드 토론 예시
쌍피라미드 토론 예시

쌍피라미드 토론은 두 개의 피라미드 토론을 동시에 진행한다. 피라미드 토론은 그림과 같이 개인의 의견 → 짝의 의견 → 모둠의 의견 → 학급의 의견 수렴해 나간다. 피라미드 모양처럼 의견이 좁혀진다고 해서 ‘피라미드 토론’이라고 한다.

일반적 피라미드 토론과 달리 쌍 피라미드 토론은 인물이 선택한 가치 피라미드 토론과 포기한 가치 피라미드 토론 두가지로 진행한다. 이유는 인물이 하나의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의 합리성을 따지기 위해 선택한 가치와 포기한 가치를 비교하기 위함이다.

1. 논제 정하기

텍스트 속에서 인물들의 갈등과 선택이 드러난 장면을 고르면 된다. 그래서 ‘두더지가 범인을 찾아 머리 위에 똥을 싼 것은 바람직하다.’ 라는 논제로 토론을 시작했다.

2. 가치 알아보기

가치의 종류가 잘 정리되어 있는 ‘버츄카드’를 활용하여, 고를 수 있는 가치를 알아보았다. 52가지 가치를 알아보고, 그 중에서 가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3. 쌍피라미드 토론

첫째- 개인 의견 만들기

두더지가 복수를 하러 갈 때 선택한 가치 3가지, 포기한 가치 3가지를 고르도록 했다. 학생들이 고른 의견은 다음 표와 같다.

둘째- 개인의견을 짝의견으로 만들기

개인의 의견을 모으면 각 3개씩 더해 총 6개가 된다. 6개 중 3개만 뽑아서 짝 의견을 만든다. 이때 공통의견을 먼저 뽑고, 나머지는 토의해서 고르게 된다.

셋째- 짝의견을 모둠의견으로 만들기

짝 의견을 만들때와 같은 방법으로 뽑는다. 짝 의견을 모으면 각 3개씩 더해 총 6개가 된다. 이 중에 3개씩 뽑아 만든다.

넷째- 모둠의견을 학급 의견으로 만들기

각 모둠의 의견을 모아 가장 많이 나온 순서대로 반 의견으로 만든다.

학생들이 두더지는 범인을 ‘끈기’있게 찾고, 범인이 자신보다 힘셀지도 몰라도 ‘용기’있게 찾고, 복수를 통해 ‘기뻐함’을 추구했다고 했다. 동시에 범인을 찾기 위해 계속 똥을 머리에 얹고 다녀 ‘청결’을 포기했고, 다른 동물들에게 화내듯이 물어봐서 ‘초연’을 포기했고, 개가 사과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복수를 해서 ‘용서’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쌍피라미드 토론을 마치면서

이처럼 선택을 하는 과정에는 복잡한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토론을 통해 논제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는다면, 느낌만으로 토론을 하기 쉽다. 이렇게 쌍피라미드 토론을 통해 두더지의 복수의 의미에 대해 합의를 했다. 이후 찬반토론을 할 때 두더지의 복수의 의미에 대해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임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장면에서 서로가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른 해석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 또한 겪었다.

이를 통해 평소 생활 속에서도 각기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조승연 경기 오산 필봉초등학교 교사
조승연 경기 오산 필봉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