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저물고,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다가옵니다. 2015년은 새해부터 인천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부터 한국사 국정화 논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한 해를 마감하며 올해의 10대 교육뉴스를 선정·발표합니다. 또한, 이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2015 본지 선정 교육뉴스] ⑧ 법안 '논란'에 무산되나?...‘위기’의 대학 구조개혁평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학을 말살하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학 구조개혁법안)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학내 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국회 투쟁에 돌입하며 기자회견을 연 것.

이들의 주장은 “기업과 시장논리의 대학 구조조정은 고등교육의 재앙이 될 것”과 “사학의 공공 자산을 빼돌릴 수 있게 해주는 ‘먹튀법”이라는 것이다. 과장된 주장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대학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2014년부터 올해까지 대학 구조개혁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본다.

대학 구조개혁법안은 지난해 4월 현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교별로 정원을 줄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일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연내 법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지긴 했지만 2년째 이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대학 구조조정 시작은?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IMF 사태 이후부터다. 당시만 해도 국립대학 통폐합이 주로 거론됐다. 대학의 인수합병과 퇴출, 학생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대학경영의 효율성 제고 등의 논의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립대학 통폐합과 법인화, 부실사립 퇴출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됐고, 부실대학 선정기준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대학 구조조정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1995년 대학자율화 정책이 확대 추진된 이후 국내 대학 수는 양적 팽창의 시기를 거쳤다. 전체 고교 졸업자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8%로 OECD 국가(평균 41%) 중에서도 월등하다.

그러나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 대학 경쟁력은 비교 대상 60개국 가운데서 53위에 그치는 등 질적 성장에서는 미흡하다. 산업계에서는 대학이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대입정원과 고교졸업자 수의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자료=교육부>

◆ 대학 구조개혁 방안의 핵심은?

미래 학령인구 감소도 구조조정의 배경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 입학자원이 급격히 줄어들어 2023학년도에는 현재 입학정원보다 16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조개혁 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의 핵심은 대학의 양적 규모는 줄이면서 교육의 질은 높여 대학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 평가결과에 따라 2017년까지 4만 명, 2023년까지 총 16만 명의 입학정원 감축 ▲ 정성·정량 평가 방식의 대학평가체제 도입 및 부실 대학(2회 연속 매우미흡) 퇴출 ▲ 대학 구조개혁법 제정 및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설치 등이다.

이를 토대로 같은 해 4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학 구조개혁법안을 발의했다.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 정원 감축·신입생 모집 중지·학교법인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 해산 시 설립자가 잔여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또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실 사학에 퇴로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먹튀’ 논란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35조는 사학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국고·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를 만들면서까지 대학 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설립자에게 출연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반대 논리다. 올 10월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귀속되는 금액이 설립자 기본금(출연금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상속세법 적용도 받게 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정부가 지나친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대학평가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사실상 대학평가위원회에 위임함으로써 교육부에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을 준다는 것.(국회 계류 중인 법안에 따르면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부 재정지원 제한 △정원감축 △기능전환 △대학폐쇄 △법인해산 등을 명령할 수 있다.)

◆ 올해 66개 대학 D·E등급 받아.. 강원대 총장 사퇴 등 반발 이어져

현재는 교육부가 매년 대학 평가를 시행하고 ‘권고’ 수준에서 정원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66개 대학이 D·E등급을 받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이 대학들을 대상으로 구조개혁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평가 불복을 선언하기도 했다. 거점국립대학으로는 유일하게 D등급을 받은 강원대는 지난 8월 31일 교육부를 방문해 항의문을 전달했다. 교육부 차관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평가 철회 및 재평가도 요구하는가 하면, 신승호 총장이 평가결과에 항의하는 뜻으로 전격 사퇴하기도 했다.

역시 D등급을 받은 수원대는 교육부의 평가결과에 항의해 보직교수 전원이 사퇴했다. 수원대는 “구조개혁 평가는 이미 평가를 받은 2012년과 2013년의 지표들을 거듭 반영해 이중의 제재를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짧은 기간 내에 266억원을 투자하는 등 대대적인 교육혁신을 단행한 결과인 2015년 성과들이 반영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원대는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신·편입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학이 전액 보전하기로 결정했다.

등급을 잘 받은 대학도 구조개혁 평가에 대해 탐탁지 않은 입장을 내보였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A등급을 받은 서울대의 성낙인 총장도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실시하되, 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며, 평가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순기 경상대 총장은 “경쟁력 있는 지방의 주요 국립대 정원까지 큰 폭으로 감축해 저비용 양질의 국립대 교육기회가 축소됐다”고 했다.

최성을 인천대 총장도 “개별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기보다 평가지표 향상만을 위한 투자 집중을 유도했다”고 지적했고, 윤여표 충북대 총장은 “이번 평가에 A등급 대학 중 기초학문 육성을 주도하는 지방 소재의 국립대 수가 현격히 적은 점을 정원 감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개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실·비리 대학을 퇴출하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 이번 구조개혁에 ‘정성지표’, ‘절대평가’가 도입된 것을 보면, 종전에 문제시 된 ‘취업률 등 정량지표 위주의 상대평가’, ‘하위 15% 재정지원제한’ 방침을 시정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 논란 속 법안 통과 못해 '불씨 여전'...정부 “내년 대학구조개혁 박차”

하지만 ‘부실사학의 퇴로 확보’ 논란과 ‘대학 구조개혁 컨설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대학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거나 평생교육원 등으로의 전환을 통해서라도 재정을 보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평가 전에는 ‘곧 법제화될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평가 끝날 때까지 안 되자 권유라는 방식으로 바꿨다”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 난립한 대학을 줄인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 이전에, 또 ‘해산 유인’을 위한 ‘자산 보전’을 법제화하기 전에, 향후에 어떤 대학이 필요하고, 그 대학이 어떤 인재들을 키워 사회에 얼마나 공급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15일 발표된 ‘대학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대학의 전공별 인재 공급 상황이 사회의 수요를 크게 벗어난 것을 알 수 있다.

16일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 마무리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학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사회맞춤형 학과 활성화를 위해 우수 사례를 지원·확산하고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LINC) 평가와 후속 계획을 마련, 내년 6월 중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 차원의 인재육성 청사진이 뚜렷하지 않아 내년에도 대학 구조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10대 교육뉴스, 어떻게 선정했나

에듀인뉴스는 교육전문가와 현장교원으로 구성된 2015년 10대 교육뉴스 선정 자문단을 구성했다. 자문단에서 제안된 교육분야에 영향력이 있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교육계 인사를 중심으로 설문대상자 100명을 최종 선정하였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최종 설문대상자인 교육부, 교육청, 대학,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부모, 학생 등 교육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조사대상자에 특화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에듀인뉴스가 10대 교육뉴스 선정 자문단과 함께 선정한 2015년동안 가장 많이 논란이 되었던 교육문제 20개를 제시하고, 응답자가 무작위로 10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교육뉴스 중에는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건·사고도 있었고, 소모적인 논란만 벌인 경우도 있다. 또한 다른 것에 비해 큰 반향은 없었지만,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정책이 10대 뉴스에 선정된 경우도 있다. 

에듀인뉴스는 응답자가 뽑은 10대 교육뉴스를 기준으로 관련성이 깊은 내용을 종합해 올해의 10대 교육뉴스를 최종 선정했다. 에듀인뉴스팀은 주제별로 현안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연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