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평등한 ‘기회’ 접근 아닌 평등한 ‘맞춤배움’ 기회 누려야
대입 정시 수능비율 확대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모순

[에듀인뉴스] ‘교육’이 곧 ‘대입전형’일까요? 교육부를 비롯한 교원단체, 학부모회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임이나 학생들까지 ‘입시 틀’에 얽매여 있습니다. 대통령마저 ‘수능 확대’를 말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고교 현장을 지켜 온 처지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에듀인뉴스>는 학생이 배움의 당사자이며 시험 없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는 관점에서 우리 모두가 ‘대입전형’ 현안을 더 이상 ‘교육’으로 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경기고 교사/문학박사)과 함께 배움 혁명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지난 9월 대통령과 11월 교육부는 지난 해 ‘공론화’를 거친 논의를 뒤집었다. ‘공정성’을 내세워 한 해 만에 ‘국민 여론’ 운운하며 ‘정시 수능 비율 확대’를 밝힌 것이다. 교육과정과 모순을 빚는 ‘수능’ 비율 확대는 학교 수업에 파행을 빚을 것이다. 학생들이 수능 과목 위주로 자습하며 대학마다 영역이나 점수 반영이 달라진 만큼 움직일 테니. 

대한민국 학교 현장은 미래 사회와 나라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자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펼치고 있다. 현재 고2학년 학생들부터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학습의 흥미와 동기를 높여 저마다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즐기도록 돕고자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두루 갖추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나길 바라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이 무엇인가? 7가지 역량(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과 함께 타인과 협력하고 배려하는 인성 기르기다. 학습 경험의 질을 개선하여 미래사회 대비 기반으로 각 교과의 핵심개념 및 핵심원리 중심으로 학습하고 자연 현상과 사회 문제를 통합적으로 탐구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것이다.

다양한 교수, 학습 방법과 과정 평가로 교과와 창체(비교과)를 살려야

2015 개정 교육과정 편제의 교과는 ‘특성’에 따라 다양한 교수, 학습 방법으로 토론, 협력, 탐구, 프로젝트 학습을 도입하고 과정중심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창의체험(비교과)은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으로 예전 '특활’을 강화했다. 초3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어 수업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독서교육을 강화한다 했다.

그런데 고교평준화 45년, 고등학교에서는 한줄 세우기 평가로 치달았고 지식만 강조하는 문제풀이 ‘밑줄 쫙’방식 강의식 수업 위주였다. 교육과정과 평가가 따로 노는 현실이다. 당장에도 공통 과목 중 기초교과인 수학의 경우 진로 희망에 따른 선택 과목보다 훨씬 더 비중이 강하다.

‘진로 선택’을 말하지만 자연계 학생은 수학이 4등급이면 국어나 과학이 1등급이라 해도 재수를 한다. 인문사회계 학생은 사회 탐구를 잘못해도 수학을 잘 하면 원하는 학과를 간다. 물론‘수학’시험 점수와 비례하지도 않는‘수학’능력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닌가?  온누리의 흐름은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저마다 다양한 생각을 지니게 하지 않는가? 우리도 학생들의 숨은 힘과 그들의 꿈과 끼를 살려 미래 사회 인재가 되도록 교육과정을 만들고도 더 이상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채 ‘대학입시전형’에 얽매여야 할까? 

고교 평준화의 ‘평준화’를 넘어 평등한 ‘맞춤배움’을 누려야 

교과와 창체(비교과)를 살리려면 고교 평준화의 ‘평준화’란 말뜻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교육과정의 획일화’이다. 곧 수준이나 능력 차이를 묻지 않고 똑같이 가르친다는 것이다. 둘째는 무시험 배정이다. 고등학교 입학 때 학교 간 서열을 없애고 근거리, 무작위 추첨(뺑뺑이), 추첨 배정(고교 선택제)을 한다. 셋째는 대입전형에서 고교등급제 금지다. 고교 학력 수준을 ‘평준화’ 차원에서 점수로 분류하지 말라는 것이다.   

1973년 당시 세칭 일류고(서울 6개 명문고, 시도별 대표 공립고)의 한 학년 학생 수는 1만800명으로 같은 연령대 1.3%였다. 2006년 ‘외국과자(외고, 국제고, 과학고, 자사고)’학생 수는 9229명으로 1.5%로 이미 비평준화 시절 수준을 넘었다. 그때부터 각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에 ‘일반고’와 ‘특목고’ 이원화를 반영한다는 풍문이 일었었다.

‘지나친 인재 독점’을 막고자 한 고교 평준화의 목적은 무너진 셈이다.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 2019년 현재는 ‘고교 평준화’가 아니라 ‘고교 보편화’로 이해해야 한다. 모두가 다 고등학교를 다니니 평등한 ‘기회’를 강조할 때가 아니다. 모두가 평등하되 저마다 ‘맞춤배움’(개별화학습)을 누리도록 돕는 게 고등학교에서 함께 갈 길이다. 

(사진=픽사베이)

‘표준화’ 테일러 시스템의 ‘평균주의’ 경쟁에서 벗어나야 

왜 우리는 옹졸한 모습일까?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경쟁’ 탓이리라. ‘경쟁은 야만’이라 했는데, 왜 그동안 ‘협력’보다 ‘경쟁’에 시달렸을까? 테일러 시스템이란‘평균주의’에 짓밟혔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수학 선생님이 문제 푸는 ‘평균 시간’으로 ‘평균적 학생’에게 과제를 낸 것을 산업계‘업무 처리 표준화’에 적용했다.

이런 테일러주의의 세계관, 평균주의로 교육 시스템과 직장의 모습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스스로나 서로서로를 바라보는 방식,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 성공의 의미를 규정하는 방식까지 바뀌었다. 끊임없이 우리를 분류하고 등급 매기는 표준화 교육시스템, 직업상 등급에 따라 보상과 존경, 인정을 하는 사회를 만들었고 우린 그 속에서 시달리고 있다. 

시험 공화국 대한민국 사람들은 3대가 ‘국가주도일제고사’를 치렀다. 대학입학시험이나 공무원, 승진 시험 등으로 이어진 시험 준비 과정에서 대다수는 불행했다고 본다. 공부로 줄 세우기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줄 세워 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평균주의’란 독재에서 풀려나야 한다. 

‘평등한 맞춤’ 의료 시스템을 누리듯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한껏 펼쳐야!

(사진=sns 캡처)

옹졸하지 않은 꿈도 있다. 살면서 저마다 잠재력을 한껏 펼치고 가치를 인정받는 꿈 말이다. 남녀 모두 누구나 다 타고난 재능을 한껏 펼칠 수 있고 남들로부터 배경과 무관한 본연의 모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질서를 그리는 꿈이다. 이런 꿈이 ‘아메리칸 드림’인데,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아메리카의 서사시-애덤스』에 쓴 말이다.-『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아메리칸 드림’이 유에스 사람들에게 이상이었듯이 오늘 대한민국 사람들도 스스로 정한 기준에서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제 나름의 관점이란 것이다. 최고의 자신이 되고자 하는 꿈은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이루긴 어려운 꿈일 테지만 우리는 이미 그 꿈의 실현에 가까이 다가온 사례를 본다. 

요즘 의료시스템을 보자. 모든 환자에게 평등한 맞춤을 제공하고자 개인 맞춤 의료로 옮겨 가는 중이다. 이처럼 모든 조직들이 찾는 꿈은 테일러 시스템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나다움(개성)’에 바탕한 ‘평등한 맞춤’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평등한 기회’를 넘어 ‘평등한 맞춤’으로 나아갈 때다. 

고교에서 ‘배움을 누릴 권리’란? 교육과정 아닌 맞춤배움과정 누려야!

고등학교에서 ‘배움’을 제대로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배움을 누릴 권리(배움권)’를 나라으뜸법(헌법)에 밝혀 두어야 한다. 현재 헌법 제31조는 ‘교육을 받을 권리’라 했으나 이젠 국민으로서 ‘가르침(교육)’의 대상이란 생각을 버릴 때다. ‘가르침(교육)’을 받는 틀에서 벗어나 고등학교를 마친 누구라도 마땅히 ‘교양’을 누려야 한다. 

'알기 위한 배움’, ‘행동하기 위한 배움’, ‘지내기 위한 배움’, ‘함께 살기 위한 배움’을 제대로 누리도록 고등학교는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온누리를 이해하고 역사를 만들어나가며 재화에 다가가고 혼자서나 동아리로 서로 배울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배움권’을 누리도록 교육과정 아닌 맞춤배움과정을 누리게 돕자!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를 연계할 때 ‘교과’에서 ‘주제’로 관점을 바꿔 고교주제학점제를 도입하자. 제 생각이나 뜻을 남들과 주고받으며 어떤 문제라도 들고 따질 수 있고 무엇이든 상상하고 창조할 교과와 창의 체험을 누리게 해야 하니까. 이젠 식민과 독재 시대의 ‘국민’이 아니니까. 정보 시대, 맞춤배움 시대의 ‘나라임자(주권자)’로 서야 하니까!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