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의 교단일기] "나도 독립운동가가 될 거야"...최쌤의 역사 교육은?
[최창진의 교단일기] "나도 독립운동가가 될 거야"...최쌤의 역사 교육은?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9.12.29 10: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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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번째 이야기...영화 '봉오동전투'와 함께한 역사 교육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우리 고구마 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건 어때요? 열심히 공부한 역사 내용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 좋지 않을까요?”

청출어람. 학생들에게 항상 적절한 근거를 대고 상대방을 설득하라고 가르쳤는데 이젠 선생님까지 설득한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나는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그럼 무슨 영화를 볼까? 학급회의 합시다~”

영화 하나 고르는 건 어떻게 보면 사소한 선택일수도 있다. 교육 내용과 관련된 내용으로 교사가 정해주면 시간도 아끼고 더 교육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완전 중요한 결정이다.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면 자발적 배움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1학기에는 임진왜란을 배우며 영화 ‘명량’을 감상했다. 책에서 글로만 읽었던 이순신 장군의 고뇌를 영상으로 접하니 아이들은 더 집중했다.

2학기, 12회 학급회의가 열렸다. 아이들의 의견은 굉장히 다양하고 수준이 높았다. 대망의 결과 1위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바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첫 번째 승리 ‘봉오동전투’였다. 2위는 위안부 피해자의 슬픔을 그린 ‘귀향’, 3위는 삼국시대 픽션 ‘황산벌’이었다. 그 밖에도 말모이, 택시운전사, 엄복동, 화려한 휴가, 역린, 암살 등이 나왔다. 역사 영화 리스트를 만들어서 방학 중에 보면서 공부하자고 권유해야겠다.

가져온 고구마 찜기에 직접 넣는 아이.(사진=최창진 교사)
가져온 고구마 찜기에 직접 넣는 아이.(사진=최창진 교사)

“선생님! 저 고구마 여유 있게 가져 왔어요~ 엄마가 이것만 가져가라고 해서 6개만 갖고 왔어요”

올해 실과 수행평가로 음식 찌고 삶아서 먹기를 계획했다. 밀린 진도 때문에 계획했던 날에 하지를 못했고, 미뤄졌는데 크리스마스 파티 겸 수행평가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파티에 어울리는 전통 음식으로 고구마는 딱 어울렸다.

모둠을 나누고 찜기와 냄비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물을 떠 오고 같이 먹을 간식을 꺼내 놓고 신났다. 불을 올리고 유튜브에서 영화를 다운 받았다. 2,500원을 결제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막간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굿다운로더 교육을 실시했다. 교사 직업병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뭐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욕망은 멈출 수 없다^^

이미 영화를 본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영화에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고. 겁이 많은 학생 두 명이 어떻게 하냐고 묻길래, 그런 장면이 나오면 알려줄테니 고개를 돌리고 귀를 막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장면이 왜 등장했을까’ 하는 고민을 함께 하자고 했다. 학생들은 웃으며 간식을 먹었다.

영화 '봉오동전투'를 감상하는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영화 '봉오동전투'를 감상하는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선생님~ 저기는 감자 쪄 먹는데요?”

“봉오동에서는 감자를 쪄 먹고, 우리는 안성에서 고구마를 쪄 먹으니까 우리도 독립군이 된 것 같구나!!!!”

마침 봉오동전투 영화 장면 중 찐 감자를 먹는 장면이 나와서 폭소했다. 추운 겨울 날 다 같이 모여서 찐 고구마를 먹으니 영락없는 독립군 모습이었다. 독립운동 100주년에 걸맞는 멋진 우리 반 모습이다.

“선생님~ 얘는 동치미 가져왔어요~”

고구마만 먹기 그래서 같이 먹을 건강간식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그 중 단연 최고는 바로 동치미를 가져온 학생이었다^^ 반찬통에 야무지게 가져온 학생이 멋져보였다. 나는 고구마에 김치를 올려 먹는데 이 방법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일본은 왜 우리를 지배하려고 했어요? 각자 나라에서 평화롭게 살면 되자나요. 일본군 포로가 말했던 것처럼 일본이 열등한 것 같아요.”

“너무 잔인해요. 아무 죄 없이 죽어야만 했던 우리 민족이 안쓰러워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눈에 보이면 학살을 자행했잖아요. 우리와 같은 어린이들은 무슨 죄가 있나요?”

“일본군의 세력은 몇 명인지 정확히 파악이 되지만, 독립군은 정확한 인원을 알 수 없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에요. 어제는 농부가 오늘은 독립군이 되고, 어제의 마적이 오늘의 독립군이 되기도 하니까요.”

독립국 체험학교에서 온 편지.(사진=최창진 교사)
독립국 체험학교에서 온 편지.(사진=최창진 교사)

책상 위에 독립기념관에서 온 편지가 있었다. 무슨 편지가 왔을까 확인했더니, 11월 14일에 현장체험학습으로 다녀 온 독립군 체험학교에서 발송된 편지였다. 역사여행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미래에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때마침 오늘 도착한 것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소감을 나누면서 편지를 나눠주었다.

“선생님~ 엄청 먼 과거에서 온 편지 같아요. 제가 그때 이렇게 썼다는게 믿겨지지 않아요!”

“선생님~ 제가 이렇게 썼다구요? ‘앞으로는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라고 썼네요.”

수업 시간에 교과서와 다른 학습자료로 배우고, 독립군 체험학교에 가서 몸으로 겪고, 영화를 보면서 상상력을 펼치니 뭔가 입체적으로 제대로 공부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침 최근에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연극을 연습하고 있는데 연말에 공연을 하면 역사 공부가 완성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선생님~ 그런데 ‘청산리대첩’도 영화가 나올까요?”

“유해진 진짜 멋지다. 나도 독립운동가가 될거야!!”

아이들은 체육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역사를 참 좋아했다. 스토리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으며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설명했고 연기했다. 나의 어설픈 수업에도 반짝이는 눈으로 잘 따라와 준 우리 반 학생들이 고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데, 우리나라 미래는 밝다. 아주 많~~이!!!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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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 2020-01-06 09:45:57
굿다운로더~~최고!!!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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