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에듀인뉴스] 주역에 문생어정(文生於情), 정생어문(情生於文)이라는 글귀가 있다. “글은 생각에서 나오고 생각은 글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공부는 지성의 산물이지만 공부하려는 마음은 감성의 산물이다. 리딩(reading)은 지성을 만들고 지성이 쌓이면 라이팅(writing)을 할 수 있다. 인생은 리딩에서 시작하여 라이팅으로 완성된다. 

라이팅은 감성의 결과물이다. 보통교육에서 공부는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이어져야 하고, 공부하려는 마음은 다시 공부로 이어져야 한다. 이 지성과 감성의 순환고리가 바로 ‘교육’이다. 

발도로프 학교는 아이의 기질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했다.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 슬픔을 잘 느끼는 사람, 느린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이다. 발도로프 교육은 아이들의 모자란 면과 신체조건, 지적 수준과 환경의 차이를 온전하게 보완해주기 위한 철학을 담고 있다. 온전히 자기자신으로부터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교육적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발도로프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 학습과정 자체에 이러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내신점수 따기와 수능정시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슬픔을 잘 느끼는 아이는 반장이 되기 어려우며, 느린 아이는 왕따가 되기 쉽고, 화를 잘 내는 아이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리기 십상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스스로 지성을 쌓고 서로의 감성을 나누는 교육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초중고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교육도 사실상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학점제가 아닌 교수중심의 단위제 교육과정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교육부가 아이들의 시간표를 짜주고 교사의 손에 가르쳐야 할 교과서를 쥐어 준 다음 수능과 내신을 통해 서열화한 아이들을 대학교수에게 보내는 시스템을 강화시키고 있다. 일제(日帝)가 버리고 간 교육과정과 입시를 전승가보(傳承家寶)처럼 모시고 있다. 

수능정시 강화와 국영수 단위제 교육과정을 공고히 한 청와대와 교육부의 관료들에게 사약을 내리거나 유배를 보내야 할 판국이다. 그들이 기꺼이 잔을 받지 않으면 국민이 대신 마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늘 그랬다. 

발도로프 교육을 꼭 닮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발로도프 교육에 비추어 우리의 미래교육과정과 입시에서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중등교육에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국영수 과목을 재학 중 2개 학기 정도만 필수로 하고 나머지 학기에서는 선택이나 선택심화과목으로 편성하여 매학기 이수를 폐지하고 그 여백을 생활교육을 강화하는 과목으로 채우기, 교사의 학력을 석사급으로 상향해주기,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수능을 응시하지 않고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대학강사 모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교장보직제를 도입하고 장학사들이 승진해서 학교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학생회를 법적기구로 만들기. 꿈이라도 꾸어보자. 

현재, 아이들이 어느 대학의 무슨 전공에 응시할 지를 결정하는 일도 아이 본인이나 대학이 아닌 교육부와 고등학교 교사의 몫이다. 수능정시가 확대되면 그러한 기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아니, 차라리 편해질 수도 있다. 

그냥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받게 하고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만사 편해질 수 있다.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미래사회에 어떻게 살아갈지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 방식으로 공부해온 지금의 중년세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걸어 온 길…, 부동산 투기로 청년들의 주택구입 희망을 영원히 꺽어 버리기, 꼰대 부모로 살아가기, 나라야 망하든 말든 권력게임에 취한 판검사들, 입시와 교육과정을 박정희 시대로 돌린 청와대 담당자와 교육부장관, 미래세대는 그런 우리 중년들의 누추한 삶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다.

2020년 교육계의 앞날은 미세먼지가 낀 하늘처럼 불투명하다. 나만의 생각인가.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