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째 이야기...종업식을 앞두고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진짜 시간이 빨라요~ 벌써 우리가 헤어져야 한다니 말이에요~”

내년도 반 편성을 끝내고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마지막 회식을 했다. 작년 2월, 학교를 옮기고 나는 5학년 담임교사로 배정받았다. 새로운 동료 선생님들과 행복한 1년을 보내면서 첫 만남의 어색함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쉬움이 되었다. 학교생활 중에 같은 학년 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2019년 최고의 복에 당첨된 행운의 교사가 아닐까?^^

“그러게요~ 선생님 첫 날 가정통신문 보내는 거 깜빡해서 4층에서 1층까지 뛰어 내려가셔서 아이들 쫓아가셨잖아요~”

첫 날부터 나는 허둥지둥 선생님이었다. 아이들과 첫 만남을 기록하기 위해서 셀카를 찍고 대화를 하느라 꼭 나가야 하는 가정통신문을 깜빡했다. 이미 1층으로 내려간 아이들을 붙잡기 위해 4층에서 1층까지 날아서 내려갔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그걸 바라 본 선생님들이 무슨 일이 생겼냐며 걱정을 해주셨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엄청 웃으셨고, 지금도 즐거운 추억이 되어 그 순간을 회상하며 웃었다.

문기초 5학년 4반 보석 같은 아이들을 만나 행복했다. 아이들과 1년을 보내면서 정이 참 많이 들었다. 부족한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인내심이 많은 고마운 학생들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면 더 많은 성장을 했을텐데 미안하다. 이맘때가 되면 항상 잘해준 것 보다는 못해주고 부족한 것만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래도 2019년을 돌아보는 나만의 BEST 3을 적으며 아름다웠던 2019년을 내 마음속에 꼬옥 저장하려고 한다^^

첫 번째, 주말이야기 나눔 수업이다.

매주 월요일 1교시는 주말동안 있었던 일을 나누는 수업을 진행했다. 일주일의 시작을 딱딱한 공부로 시작하는 것 보다는 아이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학교 안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학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진짜라고 생각했다.

정답 없는 아이들의 삶은 각양각색 한 편의 인생 드라마였다. 아이들은 말했고, 서로 경청했으며 나는 기록했다.

처음에는 말로, 때로는 연극으로, 나중에는 글쓰기로 발전했다. 일상이 반복되니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친구들의 주말을 예측하고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너와 내가 만나는 순간 항상 반짝였다. 우리는 이렇게 40번 동안 매주 만났다.

“선생님~ 주말이야기 준비할까요? 항상 마지막은 선생님 주말이야기 들려주세요!”

두 번째, 틱톡이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뭐하면서 놀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경기도교육청 김차명 선생님의 도움으로 ‘틱톡’을 하면서 아이들과 더 친해졌다. 틱톡은 15초 짜리 짧은 영상인데 중독성이 있어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선생님이라는 직함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다보면 어느새 영상 한 편이 만들어졌다. 영상을 보고 졸업생 제자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은 호응을 해줬다. 틱톡을 통해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지고 가까워진 느낌이다.

아이들이 기획하고, 노래도 정해주고, 율동도 정해주면 나는 촬영만 하면 된다. 내가 한 거라고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뿐이다.

“틱톡 찍을 사람~ 6교시 끝나고 남으세요~”

세 번째, 기록이다.

이번 글이 <에듀인뉴스> 40번째 연재글이다. 작년 3월, 지성배 기자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교단일기가 해를 넘었다.

매주 연재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작년에 ‘6학년 선생님’ 교단일기로 매일 글쓰기를 했던 터라, ‘매일 쓰는 교단일기를 그대로 쓰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라는걸 깨달았다^^;; 올해도 ‘5학년 선생님’ 밴드에 매일 교단일기를 쓰긴 했지만, 매주 교단일기 연재는 소재는 같아도 내용은 달랐고 매주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 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매일, 매주 교단일기 쓰기는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내가 어떤 교사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색을 하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강의를 나갈 일도 생기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내 교직인생은 교단일기를 쓰기 전과 후로 나뉜다.”

대청소 하는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대청소 하는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회자정리 거자필반', 교실은 지우지만 기억은 저장한다

2019년의 마지막 날도 2020년 시작하는 날도 우리는 교실에서 만났다.

“선생님~ 근데 내년에 몇 학년 담임선생님 하세요?”

“글쎄~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아주 귀여운 1학년 학생들 만나고 싶은데?”

“아우~~~제발 그러지 마세요. 1학년 동생들 울어요.”

“그럼~ 손들어보자~ 선생님 2학년에 잘 어울린다?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6학년이 제일 많다. 나를 만나서 이렇게 고생했는데 또 고생하고 싶다는건가? 그래도 말이라도 이렇게 해줘서 살짝 고마웠다. 이 아이들이 6학년이 되면 또 어떻게 변할것인가? 참 궁금하다.

교실 대청소를 하고, 우리가 있었던 모든 흔적을 지운다. 칠판 위에 1년 동안 있었던 우리반 구호 ‘건강하고 놀고 자신감이 넘치는 반, 욕과 폭력이 없는 긍정의 반’ 종이도 제거한다.

아이들의 작품도, 급식안내판, 주간학습안내, 소식란도 없으니 교실이 휑하다. 교과서도 버리고, 사물함도, 책상 서랍도 깨끗하게 비우니 정말 떠날 때가 온 것 같다.

내일이면 종업식이고, 이제는 우리는 진짜 이별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법이라지만 그래도 이별은 슬프다. 1년 동안의 기록을 읽어보며 아이들을 기억해야겠다.

2020년 경자년, 쥐띠해다. 그러고 보니 교사인 나도 쥐띠였고, 우리 반 학생인 아이들도 같은 쥐띠였다. 올해는 하얀 쥐의 띠라고 하던데, 번영과 도전의 해라고 한다. 나도 아이들도 하는 일마다 잘되고 힘찬 도전을 하는 멋진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리고 부족한 교단일기를 읽어주셨던 독자님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