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광주 상무초등교 교사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그들을 떠올리며

[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졸업식을 맞이한 광주 상무초등학교 학생들.(사진=김경희 교사)
졸업식을 맞이한 광주 상무초등학교 학생들.(사진=김경희 교사)

[에듀인뉴스] “졸업식의 주인공은 학생이잖아요. 식이 시작된 후 주인공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등장하면 어떨까요?”

“입장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조명을 비춰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강당 불을 끄고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입장하는 방법은 어때요?”

“6년의 초등학교 생활을 돌아보면서 함께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고 이 정리된 내용을 협동시로 표현해보면 어때요?”

“사춘기의 민감함으로 소원해진 부모님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주고 받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작년 1학년 동생들이 학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잖아요. 2학년이 된 동생들이 그 때를 떠올리며 축하 공연으로 고마움을 표현해볼 수 있도록 하면 어때요?”

학생들에게 졸업식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졸업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경험하길 바라는가? 졸업의식을 통해 학생과 부모님의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학생들이 기획하는 졸업식 프로그램을 의도하였으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교사들이 얹은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만들어낸 감동이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졸업식이 열리기 한 달 전쯤, 학생들이 디자인하는 졸업식을 만들어 보기 위해 ‘졸업식 행사 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년 다모임을 열었다. 주위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접해보지 못해서였을까? 학생들 스스로 졸업식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기대했던 것만큼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아이디어를 얻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른 학교 사례 몇 가지를 들려주었다. 자신들도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해보겠다는 결론을 내려지고 졸업 자축 영상을 만들기 위한 TF팀이 꾸려서 졸업식에서 상영될 자축 퍼레이드 영상과 인터뷰 영상 등을 훌륭하게 제작해 냈다.

학생들이 굵직한 영상 프로그램을 담당했다면 교사는 졸업식을 하는 목적과 교육활동 철학을 구현해낼 수 있는 몇 개의 프로그램을 추가하여 모든 코너들이 조화를 이뤄 부드럽게 흘러가 수 있도록 연결해내는 기획력을 발휘해본다.

광주 상무초등학교의 2019학년도 졸업식 모습.(사진=김경희 교사)
광주 상무초등학교의 2019학년도 졸업식 모습.(사진=김경희 교사)

우리는 이 식에서 온전히 학생들이 주인공으로서 존중받고 축하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

우리는 이 식을 통해 6년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설렘과 아쉬움, 웃음과 눈물, 기쁨과 슬픔, 미련과 희망을 경험한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이 식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세워 나가야 할 비전을 곧 떠나갈 그 누군가의 축사를 통해서가 아닌 자기 고백과 평소 잔소리로 치부해버리고 더 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은 내 바로 옆에 계시는 부모님의 진심어린 따뜻한 말씀 속에서 찾길 바랬다.

우리는 이 식을 통해 그 누군가에게 정성을 들이면 언젠가는 그 공이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진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짜여진 각본에 맞춰 이루어지는 형식적인 졸업 행사 같지 않아서 좋았어요.”

“엄마가 읽어주신 편지를 들으며 학생들이 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준우가 우는데, 저도 같이 울게 되더라구요.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들을 정말 정성껏 적으셨더라구요.”

“촛불 때문이였을까요? 입장할 때 경건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협동시에 학교 생활을 잘 담았더라구요. 졸업생들이 낭송도 잘하구요. 곳곳에서 순간순간 울컥했네요. ”

“보셨어요? 동생들이 축하노래 불러주는데 졸업생들이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것 있죠?”

2년간 미운 정, 고운 정 쌓으면서 지냈던 제자들이 새로운 곳으로 떠나갔다. 오늘 내가 맞이한 졸업이 그동안 서로 연결되었던 고리의 매듭이 풀린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2020년, 교복 입은 모습의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나타날 것이다. 분명 소소한 짧은 만남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만남이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안다. 그러기에 그 짧은 만남의 순간들을 소홀히 할 수만은 없는지 모른다.

언젠가 그 어떤 곳에서 다시 만날 그들을 떠올리며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살짝 미소를 지어본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제자들아, 너희가 직접 지은 플래카드 문구처럼 너희는 너희 자체로 빛나는 존재야, 곧 다시 시작될 아름다운 중학생 생활 또한 훈훈하게 마무리하자!”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