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극단 초록칠판 대표 성완기 온양고 교사

연극이 좋아 무대에 오르는 끼 많은 선생님. 학생 연극반 지도를 맡은, 부족함을 열정으로 채울 줄 아는 멋쟁이 선생님. 제자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역할극으로 치료하는 심리기법을 배우기 위해 연극을 배우는 선생님 등등.

교사들이 초록칠판의 문을 두드린 이유도, 무대에 오른 이유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무대에 올라 열정을 불태우는 선생님들의 순수한 열정은 모두 한마음 한뜻이다. 아마추어 연극인이지만 매년 연출, 무대, 소품 등 모든 부분을 21명의 회원이 자급자족할 만큼 다재다능하다.

이렇게 벌써 10번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새터민의 이야기를 다룬 <너도 그렇다>, 명예퇴직을 앞둔 노(老)교사와 젊은 교사와의 갈등을 담은 <하루> 등 초록칠판이 무대에 올리는 공연은 학교현장에서 만나는 교육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초록칠판 회원은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 교사들로 시간에 쫓기지만, 무대는 관객들과의 약속인 만큼 연습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성완기(온양고 교사) 회장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지난해 연말 정기공연은 장진감독의 대표적 희곡작품 ‘택시드리블’을 초록칠판이 새롭게 각색해 공연했다. 사진은 ‘택시 드리벌’의 한 장면으로 성완기(온양고등학교 교사) 회장이 택시운전사 역할을 맡았다.

- 극단 창단 만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 공연은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계시는 지요.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그동안의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색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정기공연으로 올렸던 10편의 공연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창단 10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창작 공연을 주로 하셨습니다. 작년에는 동화놀이터교사Q와 함께 작업도 하셨는데요. 앞으로 다른 교사극단 또는 학생들과 하는 공동작업 계획이 있으신지요.

“창작 공연은 준비기간이 길어서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부담이 큰 공연입니다. 하지만 10년 동안의 내공과 학교에서 연극반을 운영하며 겪은 노하우로 앞으로도 초록칠판의 색깔에 맞는 창작 공연을 주로 올릴 예정입니다. 뜻이 맞는 다른 극단과 연합하여 공동 작업을 할 계획은 언제나 열려 있고, 연극으로 진로를 결정한 무대 경험이 필요한 학생들과의 공동 작업은 매 정기공연마다 진행할 예정입니다.”

-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육연극이 초등학교부터 도입될 예정인데요. 연극을 하는 교사로서, 또 학교에서 동아리 연극지도를 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연극이 주는 교육 효과는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창의적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협동작업 위주의 교육연극 활동을 통해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와 자아존중감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극이 학교 현장에 교과로 도입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연극지도 교사로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 연극 연습실과 전문 강사의 확보 없이 교과로 도입 된다면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역과 학교연합으로 활발한 연극제의 개최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창단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분은 얼마나 되는 지요. 그동안 공연한 작품 중에 가장 기억되는 작품은? 관객에게 호응이 좋았던 작품은?

“지금까지 50여분의 선생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자체적인 캠프를 통하여 공동 창작을 했던 2006년 여름 워크숍 공연 ‘화분’입니다. ‘화분’은 자폐아의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를 다뤘던 공연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한번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관객들의 몰입도와 호응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 매주 모여 연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1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어 매주 모여 연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1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선배 교사들의 연극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 맞는 선생님들끼리 작업을 하다 보니 큰 트러블이 없었고, 매년 새로운 회원이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신선한 분위기와 적절한 긴장감이 유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꾸준히 찾아와주신 관객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연극이 교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초임부터 퇴직에 가까운 분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리라 생각됩니다. 갈등도 있을 법한데요.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교직 생활로 받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취미 활동을 통해 활기차고 긍정적으로 교직 생활에 임하고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배운 관객과의 호흡법으로 수업시간 학생들과의 호흡이 좋아졌으며,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연령대가 높은 선배 교사들이 연극의 이해 폭이 크고 넓지만 겸손하고 순수해서 후배 교사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큰 갈등은 없었습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수업도 연극의 또 다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연극 장르가 존재하듯이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도입하는데 연극만큼 좋은 활동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몸이 허락된다면 계속해서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론적인 연극 공부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