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모집 40% 확대에 따른 대입 환경의 변화와 문제점

윤종걸 대구시교육청 대입정책관/ 에듀인 리포터
윤종걸 대구시교육청 대입정책관

[에듀인뉴스]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 및 정시모집 확대 조치로 수도권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정시모집 선발인원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수도권 중심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들은 빠르면 2022학년도 대입부터 늦어도 2023학년도 대입까지는 대학별 모집인원의 40%를 정시모집 때 수능성적 중심으로 선발할 것입니다.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시모집 때 수능점수로 갈 수 있는 수준의 대학부터 수시모집 때 상향해서 지원을 합니다.

따라서 수능이 자신 있는 학생은 정시모집 확대로 정시 때 보다 좋은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정시 합격 가능 대학의 수준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 덕분에 수시모집에서도 상향지원의 기회가 더 생길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학생부종합전형의 블라인드 서류평가, 면접 과정의 녹화, 평가자 제한 조치 시행으로 각 대학들이 서류와 면접평가에 부담을 느껴 서류평가는 성적 중심으로 간소화하고 면접은 폐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럴 경우 불가피하게 수시모집 전반에 걸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확대 도입할 것이 예상됩니다. 그리되면 수능의 영향력은 정시모집 40%를 넘어 수시모집 상당부분까지 매우 큰 지배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수능최저가 없는 전형에서도 과감한 상향지원, 불가피한 하향 안정지원 여부는 자신의 수능성적에 따라 좌우될 것이므로 실질적인 대입전반에 갖는 수능 성적의 영향력은 거의 100%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부중심의 수시모집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더 중요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면 학교의 교육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부 성적은 다소 높거나 낮더라도 지원자의 분포와 상황에 따라 합·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 최저학력 조건은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학생부 성적이 좋더라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결국 최소한의 수능최저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만큼의 기본적인 학업 역량이 있어야만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기본 전제조건을 충족하는 것이고 이를 갖추기 위한 수능 문제풀이 훈련이 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최우선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생부종합전형에 여러 제한조치가 생겨나고 힘든 절차가 있더라도 우수학생 선발을 위한 의지와 역량이 있는 최상위권 대학들은 인적, 물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종합전형 선발을 위한 방법을 결국은 찾아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대학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갖고 있는 중위권 이하 대다수 대학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중위권 이하 대학들은 결국 지원자 감소 없이 가장 편하고 단순하게 대입전형을 운영할 수밖에 없고 그 방법은 수시모집의 교과전형입니다.

하지만 교과전형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전형 자체의 취약성뿐만 아니라 2015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의 환경 변화로 종전 방식대로 학생을 온전히 선발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성적산출 방식의 보완방법을 찾더라도 불가피하게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대학 입장에서는 가장 손쉽고 안정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 정시모집을 40%가량 확대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정시 확대의 불가피성을 느낀 상당수 대학들은 일반학생의 정시모집 확대 보다는 예체능계열 실기고사를 수시모집 대신 정시모집으로 일정 인원만큼 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위권 학생들과 실기고사 중심 예체능계열 학생들까지도 일정 수준의 수능최저 조건과 정시모집 실기고사 전형 준비를 위해 지금보다 수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생겨납니다. 대형 사설기관 및 준사설기관인 EBS가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를 통한 문제풀이 학습을 체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대입 성공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종전의 대입제도는 학생부 성적과 수능 성적 중 자신에 유리한 것을 선택하여 대비하는 것이 일부 가능했고, 2015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에 맞춘 수시 학생부 중심 평가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업과 교과 연계 활동에 충실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정시 40% 확대에 따른 앞으로의 대입은 기본적으로 수능 성적 중심의 전형이 대다수 학생들에게 적용될 것이고, 일부 예외적인 학생과 특별한 자격요건을 갖춘 학생들에게만 학생부 활용의 유·불리를 따져 특별전형 성격의 전형에 지원하는 경향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학생부 성적이 매우 뛰어난 추천전형 대상의 최상위권 일부나 교과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설정하면 경쟁률이 지나치게 낮을 것 같은 중하위권 대학의 수시모집 교과전형, 현실성은 없을지 모르지만 교육부가 시혜적으로 추진을 공언한 사회배려대상자 10%와 지역균형선발 10% 정도의 학생 선발에서만 수능 없는 수시모집이 가능할 것이고 그 외의 경우는 공통적으로 수능 성적이 필요하며 제일 중요할 것입니다.

결국 대입의 중심은 학교에서 이루어진 교과목 학습의 과정과 결과의 기록, 그리고 교과와 연계된 고교 활동 기록사항 중심이 아니라 수능 문제풀이 점수 값이 차지하게 됩니다.

일부 특별한 학생들의 학교 내에서 이뤄진 교과 활동과 노력들은 예외적인 사례가 될 것이고 학교는 일반적인 다수 학생들을 위해 수능 문제풀이 중심 수업에 집중하고 각자 자신의 점수 올리기 경쟁이 벌어질 겁니다.

좀 더 배치표 높은 대학에 입학해 학벌을 쟁취하고 개인적 영리영달을 목표로 삼아 성공하는 학생을 배출하고 그런 모습에 박수치고 환호하며 따라하는 것이 미덕인 듯 착각하는 과거로 퇴행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 염려 됩니다.

악순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면 대입 전체에 있어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학교 교육의 과정과 결과 기록 중심의 대입 전형 평가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형식적인 공정성이란 착시 현상을 벗어나 실질적인 공정성에 눈을 떠야 할 것입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과 바람직한 대입제도의 시작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라는 것을 깨닫고 학교 교육을 존중해줘야 할 것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되돌릴 수 있는 만큼 노력해 보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