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보건교육포럼 공동기획] 2007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학교 현장에서 보건 교육이 의무화됐다. 이후 13년, 학교 현장에서는 하브루타, PBL, 거꾸로수업 등 다양한 교수법이 도입되었다. 특히 2015 개정교육과정은 역량 계발을 교육의 중심에 둠으로써 교과마다 수업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사)보건교육포럼과 함께 변화한 보건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자세히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박소영 경기 시흥능곡중 보건교사
박소영 경기 시흥능곡중 보건교사

교육과정 클러스터와 보건교육

[에듀인뉴스] 보건교육의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보건교육과 보건수업은 대개 초·중·고교에서 보건교과서를 통한 보건교사의 수업이 대표적이고, 그외에도 관련 교과목 수업에서의 보건교육적 요소까지 아우르기도 한다.

여기에 공교육 이후 보건의료계열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문형 강좌, 그리고 이것이 더욱 확장·발전된 고등학교 ‘공동교육 클러스터’에도 보건교육이 진로 맞춤형 교육으로 등장하였다.

고등학교 공동교육 클러스터는 교육부 사업으로 각 시·도 교육청마다 그 명칭은 달리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정규교육과정 테두리 안에서 지역 내 2개 이상의 고등학교에서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생성하여 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강사에 의한 전공 수업을 연간 68시간 이상 진행한다. 정규 교과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 진행 및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정규교육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히 시험만을 위한 교과수업이 아닌 학생중심 교육과정으로, 학생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 확대, 진로와 연계한 학교교육,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변화에 대한 교육과정 변화 필요성 등이 도입배경으로 설명되고 있다.

교육과정 클러스터에서 찾은 보건교육의 희망

공동교육 클러스터에서의 보건교육은 보건교과서만 이용하는 보건교육과 관련 교과목 수업에서 보건 교육적 요소를 타교과전공 교사가 가르치는 보건교육과 큰 차이가 있다.

공동교육 클러스트는 기존의 보건교사들이 개발한 보건교육자료를 타교과전공 교사들이 일정한 교육이나 학습으로 대신 가르칠 수 없는 완전한 보건교육 전공자들, 즉 보건교사들만 가능한 수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수업할 수는 있으나 학교교육과정에 맞춘 강의를 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를 ‘교육과정 클러스터’로 명명하기에 이하 교육과정 클러스터로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로 교육과정 클러스터(보건 간호)를 알게 되면서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이미 법상으로는 보건교사에 의한 보건수업이 필수화가 되었으나, 학교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필수 이수 교육들이 이미 과포화상태이다. 이것은 각급 학교(특히 중등) 교사 정원과 직결되는 교사 1인당 필요수업시수와 연계되면서 보건교사에게 수업이 할당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교육이 한번 배우면 평생 활용되는 생활밀착형 교육임에도 그것을 제대로 하기엔 학교현장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유망진로분야인 보건의료계열로 대학전공을 선택하려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 클러스터(보건 간호) 강사채용공고를 보고, ‘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를 원칙으로 하되, 해당분야 전문성이 있는 강사’를 채용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에 지원했다.

현직교사로 종사하고 있음에도 퇴근 후 꿀맛 같은 휴식과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을 일부 포기하고, 겸임(전문인력지원)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체 근골격과 내장기관을 배운 후 인체구조 조립에 열중하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인체 근골격과 내장기관을 배운 후 인체구조 조립에 열중하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보건교육 클러스터, 수업은 어떻게?

클러스터 수업은 대개 평일 중 하루, 기존에 정해진 교과수업들을 모두 마친 후 강좌가 개설된 학교로 학생들이 이동하여 진행되기에 현직교사인 필자와 학생들 모두 학사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고 수업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첫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은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간호학과를 중심으로 의학, 수의학, 임상병리학, 물리치료학 등 보건의료계열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이었다.

클러스터 수업이 대학진학에 있어 진로맞춤형 교육과정이기도 하고, 대입전형에도 반영될 수 있어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교육과정 클러스터 운영교에서는 일정한 선발기준이 있다.

필자가 만난 학생들 역시 자기소개서와 관련교과 성적, 면접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이었고, 특히 보건의료계열 진로가 전망이 밝다는 인식 때문인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지원하면서 경쟁이 높았다는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강사가 현직 보건교사임을 알고 난 후에도 필자를 완전한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히려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알지 못했던 보건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알게 되면서 진로 희망을 보건교사로 정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또 간호학과를 비롯하여 보건의료계열 분야들의 생각치도 못한 방대한 전공학습량을 알게 되면서 진로를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위)인체 근골격과 내장기관을 배운 후 인체구조 조립에 열중하는 학생들과 (아래)신체사정영역을 배운 후 검진기구로 신체사정실습을 해보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위)인체 근골격과 내장기관을 배운 후 인체구조 조립에 열중하는 학생들과 (아래)신체사정영역을 배운 후 검진기구로 신체사정실습을 해보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아이들 눈 반짝', 희망 진로 중심 보건교육

교육과정 클러스터 수업은 대학형 수업을 기본 형태로 추구한다.

학생들에게 클러스터 수업에서 배우고 싶은 내용을 본 수업 진행 전에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 학생은 대학의 보건의료계열 전공에 들어가면 배우게 될 내용을 궁금해 했고, 전문 직업인이 되었을 때 겪게 되는 임상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실제 대학의 의학, 간호학, 약학, 임상병리학, 물리치료학 등 각각의 보건의료계열 전공에서 배우는 내용을 미리 살펴본 후, 공통적으로 배우는 것이 가능한 내용들을 추출하여 카테고리별로 대단원을 설정하으며, 이를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간략히 재구성하는 1년의 수업을 설계했다.

보건의료인이 되기 위해 먼저 가져야 할 인간에 대한 철학과 전인적 가치관, 생명윤리, 돌봄 철학, 건강에 대한 토론발표수업을 개론으로 하여 진로와 관련한 생생한 경험담은 물론, 전공 특성 상 학과 이론수업에 버금가는 많은 실습수업도 가능한 많이 노출시켜 수업을 진행했다.

교과서는 2015년 충청북도교육청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간호의 기초(김혜숙 저)’라는 교재가 있으나 이는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특성화고 교재에 적합하고, 좀 더 포괄적인 보건의료계 희망 인문계 고등학생들에는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고등학교 보건교과서가 더 적합했고 이와 함께 대학 전공 각론서를 주로 활용하였다.

학생들은 공교육의 시험 위주 교과 수업이 아닌 희망하는 진로의 전공수업을 접하는 것이기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흥미를 뿜어냈다.

(위)인명구조술을 배운 후 심폐소생술과 기도폐쇄 하임리히를 실습해 보는 학생들과 (아래)혈관신경계 및 약물요법을 배운 후 정맥주사 모형으로 주사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위)인명구조술을 배운 후 심폐소생술과 기도폐쇄 하임리히를 실습해 보는 학생들과 (아래)혈관신경계 및 약물요법을 배운 후 정맥주사 모형으로 주사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특히 고등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한 해부학에 접근하는 인체구조 수업과 인체조립 실습, 심장 해부단면도 그리기, 기초 건강사정 실습과 혈압 등 바이탈 사인 측정 실습, 약물요법 수업과 정맥주사 실습, 드레싱 실습, 심폐소생술과 기도폐쇄 하임리히 등의 인명구조술, 근골격계와 붕대실습 등을 비롯한 모든 실습 수업을 진지하고 흥미롭게 따라와 주었다.

각각의 실습들은 이론적인 부분을 진행하고 해당하는 이론수업 직후 실습을 병행함으로써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잘 따라와 주었다. 평소 해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즐거워하면서도 굉장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의료교육기관 방문 체험활동에서 현직 의료인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실습해 보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의료교육기관 방문 체험활동에서 현직 의료인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실습해 보는 학생들.(사진=박소영 보건교사)

직업 의료인의 삶 체험, 진로 확신 가진 아이들 

교육과정 클러스터에서도 별도로 체험학습활동을 진행하는데, 과목 특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사회 의료기관 인프라를 활용·연계하여 대학병원 부속 의료교육센터 방문을 계획하고 진행했다.

체험기관 방문과 동시에 실제 보건의료계열 전문직으로 종사하는 중간관리자급 현직 간호사와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초빙하여 학생들이 궁금한 내용들에 대한 질문과 전문직업인과의 생생한 대화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의 클러스터 수업에 더해 진로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혀갈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체험활동에서 학생들은 의료인의 가장 기초적 기술인 손 씻기 기술부터 의료용 보호복 사용,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과 실습기자재들을 통해 실제 보건의료 현장에서의 보건의료인 역할을 접해볼 수 있었다.

수술실 환경(교육을 위해 별도로 꾸며진 수술실)을 둘러보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침상 위 심폐소생술, 정맥주사 실습, 내시경과 복강경 시술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이는 클러스터 수업 내내 가장 인상적이었던 교육활동으로 학생들에게 회자되었다.

교육과정 클러스터, 보건교육의 ‘흥미’와 ‘만족도’를 잡다

교육과정 클러스터(보건 간호)를 1년 동안 진행하고 나니 몸은 힘들었지만, 보건교육의 영역을 진로교육 필요성에 발맞추어 타교과 교육처럼 전공 심화·확장할 필요성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보건교사로서 굉장히 뿌듯한 한 해가 되었다.

현재 이 클러스터 운영교는 이 과목 개설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희망 학생들이 많아 선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진로교육과 고교학점제 등 학생 과목 선택권을 인정해야 하는 교육적 요구의 변화와 전망이 밝은 보건의료계열 전공 희망 학생들의 증가하고 있다.

이는 보건교과서를 통한 보건교육과 함께 전공 선택을 위한 보건교육이 확장되어야 할 필요성을 확실하게 나타내주고 있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