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최저 폐지 대학 자율성 훼손, 사교육비 절감 미지수
대학 논술전형 실시 이유 돈벌이로만 보는 접근도 문제

보완 조치 시행 일정표.(자료=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자료=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걱정’하는 대학입시 변화 최악의 시나리오, 수능 영향 87%는 일어날 수 있을까. 또 수능최저를 폐지하면, 사걱세의 '걱정'인 사교육은 줄어들 수 있을까. 

지난 9일 사걱세는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까지 수능최저가 생기게 되면 , 전체 모집 정원(수시+정시)의 87%가 수능에 영향을 받는 전형으로 입시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16개 대학이 입학전형료 수입이 높은 전형인 논술전형은 소폭 축소하고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있어 수능 영향력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특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수능최저 폐지를 요구했다.(관련기사 참조)  

현장 입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수능최저폐지 요구 자체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대학은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해 교과, 비교과, 면접, 수능최저 등 평가요소를 활용해 대학이 기대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희대의 경우 논술전형에는 수능최저가 있고, 네오르네상스라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는 수능최저가 없다. 특히 2021학년도 고려대의 경우, 학종 가운데 학업우수형에는 수능최저가 있고 계열적합형에는 수능최저가 없다. 

이렇듯 대학의 전형방식은 기존 지원자들의 수준과 현재 교육현장의 모습 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걱세가 주장하는 것처럼 일괄적으로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를 폐지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체 모집 정원의 87%가 수능에 영향을 받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역 간 또는 도시 간 학생들의 학업역량이나 교육방식 차이가 존재하고 이를 대학이 인식하고 있어 수능최저가 있는 전형과 없는 전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이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이유를 돈벌이로만 보는 접근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이 돈(전형료) 때문에 학종을 포기하기보다는 논술로 뽑고자 하는 학생과 학종으로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논술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전형료 수입을 대학이 마음대로 쓸 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 폐지 카드는 사교육비 절감에도 크게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수시전형 위주로 학습하는 학생들에게는 사교육비 절감정책이 될 수 있지만 입시의 연속형 구조 관점에서 본다면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시만, 정시만 준비하는 학생도 있지만 수시와 정시까지 고려해 수능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수능최저 폐지보다는 수시와 정시 일원화가 사교육비 감소라는 목표에는 더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송민호 에듀인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수능최저가 없는 연세대 수시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자신의 수능성적을 공개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며 “결국 수능최저를 수시전형에서 폐지해 버린다면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춘 대전 이문고 교장은 “사걱세도 정부도 입시를 돈(전형료, 사교육비)과 표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며 “이런 발표 자체가 불안 심리를 부추겨 사교육을 늘린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