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신년 기자회견을 연 도성훈 인천교육감.(사진=지성배 기자)
1월8일, 신년 기자회견을 연 도성훈 인천교육감.(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함께 걸어왔습니다. 다시 함께 걷겠습니다." 

지난 9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역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공공성 강화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혁신미래교육 확대 ▲마을연계교육 강화 ▲독서 도시 만들기 ▲폭력예방과 생명존중 ▲동아시아 시민 교육 등 5대 핵심 정책을 소개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런데 교사가 보이지 않는다. 교육의 3주체라 일컫는 학생, 학부모, 교사 중 유독 교사를 겨냥한 정책만 쏙 빠져 있다.

특히 교사 출신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까지 지낸 도성훈 교육감인데, 말이다. 

신년 기자회견 배경에 '함께 걸어왔습니다. 다시 함께 걷겠습니다' 현수막을 붙인 그의 2020년 주요 정책에 교사가 없는 것은 배신에 가까운 사건이 아닐까. 도대체 누구와 함께 걷겠다는 것일까.

교육감들의 신년 기자회견은 앞으로 1년, 교육청 행보를 예상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020년 교육 정책 슬로건으로 “선생님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교사를 경기교육의 전면으로 내세웠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역시 ‘교권보호 법률지원단 운영’, ‘교권상담 전화 상담실 운영’ 등 교권신장을 위한 정책을 직접 말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도 ‘교원행정업무 지원 강화’를, 김석준 부산교육감은 ‘부산학교지원서비스’를 통해 학교 업무를 대폭 덜겠다고 공언했다. ‘학생’을 키워드로 선정한 노옥희 울산교육감조차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교사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도성훈 교육감은 주요 정책에 교사가 빠졌다는 기자의 지적을 받고서야 “교사의 자존감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를 항상 걱정하고 있다”며 “교원평가 폐지, 행정업무 제거 등 교원업무정상화, 성과급 폐지, 수업과 평가의 권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육감들이 발표한 정책들이나 방향이 특별하거나 신선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의미가 남다른 자리에서 선제적으로 교사를 언급하는 것과 지적을 받고 대답하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 하늘과 땅 차이다.

오는 2월 29일, 교사들이 폐지를 외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법률상 일몰된다. 교육부는 이에 대응해 교원능력개발평가 연구를 진행, 폐지 의지가 없다는 반발을 샀다. 평가에 따라오는 성과급 역시 폐지를 외치지만 교육부는 묵묵부답이다. 또 정시확대 정책은 그간 현장의 수업 혁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의 주범이고, 행정업무 경감 역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지난 10여년간 역량중심교육을 외치는 교육감들에 맞춰 프로젝트 수업 등 활동중심수업의 교실 안착에 주력했다. 이는 진보교육감들 특히 전교조 출신 교육감들이 크게 부르짖은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학교의 교실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 수업혁신은 교사들의 자발적 헌신과 피땀으로 일군 것이다.

교사가 진정 교육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은 물리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 출신인 도성훈 교육감이 교사를 경시하려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 교육감을 지지하고 수업혁신을 묵묵히 실천한 인천 교사들의 섭섭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마치 학기 초 담임 교사가 아이의 이름을 잊어버린 웃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성배 기자
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