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18세 주권자 교육② 주권자 교육과 디지털 시민성 교육의 연계
일본의 만18세 주권자 교육② 주권자 교육과 디지털 시민성 교육의 연계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1.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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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규복 박사·한국교육학술정보원

"찬반 논쟁보다 단점 줄이고 장점 높이는 방안 찾아야"

[에듀인뉴스] 숲이나 오지 등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 탈출하기 위해 서바이벌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취하는 행동은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다. 나무나 바위산 등 위험을 무릅쓰고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오른다. 주변 환경을 살펴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고 그 곳으로 가는 루트와 주요 기점(표식)을 정한다.

지금 18세 고등학생에게도 국회의원과 대통령 등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권이 부여되었고, 이에 따라 학교에서의 주권자 교육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방향 그리고 구체적 루트 및 기점 등이 모색되어지고 있다. 

최근 언론과 교원단체 등 찬반논쟁보다는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높이는 주권자교육의 방안 찾기가 학생과 교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주변 환경: 모의선거는 하나의 표식, 목적과 기점은 아냐 

어떤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맥과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미흡하다면 방향을 가늠하고 그리고 루트와 기점을 정하는 것도 잘못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지어 방향(목적)과 기점을 혼돈할 우려도 있다. 

일례로 오마이뉴스에 ‘한국당 반대하는 모의선거, 일본 정부는 적극 권장’이라는 기사가 1월 10일 게시되었는데, ‘모의선거’는 하나의 표식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과 기점이 되기에는 적절치 않다.

‘모의선거’에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이 모의이기 때문에 선거와 유사한 활동을 담보하더라도 그 내용이 학생의 거주하는 지역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학생들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일본의 문부과학성 전문가 협의회 배부자료에서도 ‘소꿉장난’이라는 비판이 있음을 지난 번 <에듀인뉴스>에 필자가 소개했다.

또 지난 주 <에듀인뉴스> 글에 대해 ‘주권자 교육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까지 충분히 전체 학교 급에서 진행되어 왔고, 따라서 굳이 별도의 주권자 교육이 필요한 것이지 의문이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직 중학교 사회과 교사와 국립대학 교육학과 교수 등으로부터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일본도 정치와 선거 관련 내용이 전체 학교 급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고, 3년 반 전 18세 주권자 교육 도입을 계기로 문부과학성에서 관련 부교재를 제작 보급하고 국가교육과정에 주권자 교육 관련 내용도 보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러 가지(순차해설, 소꿉장난, 던지기, 중립성) 과제가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본의 고등학생 주권자 교육(정치교육학) 전문가 동경대학 교육학연구과의 코다마 시게오(Kodama 2019)교수의 설명대로 일본의 학교는 전후 교육과 정치라는 키워드를 두고 탈정치화에서 재정치화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시민성 교육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18세 주권자 교육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18세 주권자 교육은 ‘디지털 시민성 교육’과 ‘정보화 교육(교육정보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주변 환경으로 우리의 현황을 본다면 우리나라 학교교육 내에서 고등학생 대상 유권자 교육이 아직 미흡할 수 있고 앞으로 충분히 준비해 대응하지 않으면 일본과 유사한 시행착오가 발생할 것이 예측된다.(참고로 2회의 연재 모두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고 소속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공식적 의견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일본 고베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포스터 ‘18세를 우습게 보지 마’

방향(목적): ‘시민성 교육’과 ‘정치리터러시 교육’ 관점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주권자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참여하는 선거라는 행위 자체를 돕기 위한 것일까? 선거와 관련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것일까? 그 이상의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는 것일까?    

Kodama(2019)는 고등학생의 주권자 교육을 ‘시민성 교육’과 ‘정치리터러시 교육’ 관점에서 그 의미를 강조했다. 

시민성을 가지기 위해서 ‘어떤 하나의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구성원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시민성 교육’을 위해서는 평소에 정치와 사회 문제를 생각하고 학습 체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질 높은 투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정치 리러터시’에 대해서는 ‘다른 가치관이 대립하는 경우 논쟁적 문제에서의 쟁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능 등을 아래 Crick(2000)의 개념도를 통해 소개했다. 

정치 리터러시 개념도(Crick 2000)

Crick(2000)은 교사가 이러한 정치 리터러시를 육성하기 위해 아래 3가지 관점과 역할을 모두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중립적 의장 관점(Neutral Chairman Approach) :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않고 논의의 퍼실리테이터
▲ 균형적 관점(Balanced Approach) : 교실 안의 논의의 균형을 갖추도록 교사가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말하는 것으로 악마의 대변자 역할(Devil’s advocate)도 포함
▲ 명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관점(Stated Commitment Approach) : 학생들의 논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교사가 처음부터 자신의 관점을 밝히는 것

따라서 주권자 교육이 시민성 교육과 정치 리터러시 교육과 개념이 중첩된다고 볼 수 있는데, 요즘의 정보화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 등 일상적 사용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시민성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주권자 교육은 21세기 역량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일본문부과학성의 학교교육 혁신의 중심 키워드는 ‘주체적·협력적 깊은 학습’으로 이를 ‘액티브 러닝’으로도 표현하는데 이것과 주권자 교육과의 연계에 대해 이정희(2018)가 정리한 바 있다. 

즉 일본 총무성(2015)의 주권자 교육의 4가지 절차와 2가지 주권자 교육 수업 사례 등을 통해 액티브러닝과 연관됨을 설명했는데 이중 총무성의 ‘지역의 과제’를 중심으로 하는 주권자 교육의 4가지 수업 단계를 소개한다.   

▲ 기초 정보를 정리하기: 자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나 통계 정보를 참조하여 인구와 면적, 재정 상황 등을 정리하기 
▲ 초점 정리하기: 일상생활에서 착안한 것에서부터 특정분야에서 착안한 것으로 좁혀 나가기 
▲ 지역의 정치 상황을 알기: 행정의 기초 정보(행정 발행 광보지, 지역의 장기 계획), 의회의 기초 정보(의회 발행 정보지, 의회 의사록) 
▲ 정리: 관심을 둔 정치 상황의 현황에 대한 평가, 관심을 둔 것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어떤 것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정리하기

총무성(2017)의 ICT활용 교육 수업가이드 자료에 실린 수업 사례 중에는 고등학생들이 해당 지역의 전임 도의회 의장에게 Skype를 통해 ‘지방의회’, ‘정치활동비, 정치와 돈’, ‘18세 선거권’이라는세 가지의 중요하고 민감한 질문을 해 그 기록을 가지고 학생 간에 논의를 거쳐 정리해 교내 신문으로 기사로 게재하는 것이 소개되었다. 

이러한 ICT활용 주권자 교육 사례는 정보리터러시 및 정치 리터러시 교육과의 연관성을 대변한다.

아울러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OECD 2030 미래역량으로서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러한 능력을 육성하기 위해 집단 간 쟁점과 이해관계 그리고 갈등의 발단 등에 대한 당사자 논거를 분석하고 다양한 관점과 주장 속에서 의견 일치 및 불일치 부분을 파악해 요구할 것과 포기할 것을 결정하는 등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쟁점과 갈등 극복에 대한 내용이 주권자 교육과 핵심을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21세기 역량을 위해서도 주권자 교육이 좋은 기회이고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 문부과학성의 신학습지도요령(개정국가교육과정)에도 ‘보다 나은 사회는 개인이 논의에 참여해 의견과 이해관계 대립상황을 조정해 합의를 형성하는 것 등을 통해 구축되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구체적 루트와 방법: 단점 줄이고 장점 높이는 논의와 수업 적용을

상기에서 이미 주권자 교육의 방법으로 교사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다른 가치관이 대립하는 경우의 논쟁적 문제에서의 쟁점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Crick(2000)의 3가지 관점(중립, 균형, 명시)을 골고루 균형 있게 갖춰야 하는 것을 언급했다. 아울러 주권자 교육이 시민성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및 21세기 역량과도 연관됨을 언급했다.

이러한 조건과 주의점 및 방법은 일본에서 주권자 교육이 충분히 효과적이고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바탕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 관련 지식들을 습득하고 가상의 정당과 정책들에 대해 논의하고 모의로 투표해 보는 것이 과반수로 최근 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일본의 만 18세 주권자 교육①’에서 소개했다. 

후보자들의 정책 간 쟁점을 찾아내고 다른 학생들과 이에 대해 논쟁이 주권자 교육의 핵심이라는 Kodama(2019)의 의견을 중심으로 본다면 가상의 정당과 가상 후보 그리고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의 문제를 살펴보고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최선의 주권자 교육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상당수 초등학교에서 6학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주권자 교육으로 ‘디저트 선거’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급식에 나오는 디저트를 선거라는 방식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급식 직원들이 각각 저마다의 디저트를 소개하는 것이다. 이것도 쟁점과 논쟁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리터러시로서의 주권자 교육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문부과학성과 총무성의 주권자 교육 사례를 보면 ‘반장선거’와 ‘학생회(학생자치회)’가 주권자 교육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선거를 앞둔 고등학생에게는 반드시 효과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물론 필자도 선거를 당장 앞두지 않은 초·중등학생에게는 이러한 반장선거와 학생회 활동이 주권자교육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정당 후보들 모두의 ‘매니패스토’를 활용하는 것이 주권자 교육으로 효과적이지만 물리적으로 모두 수합 배부하기가 어렵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면 해당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작성한 매니패스토를 수합하고 그간의 공약 달성 정도를 조사해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니패스토는 디지털 파일로 정리해 공유한다면 인쇄 및 배부 비용이 무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주권자 교육이 일본에서 주로 종합학습시간(재량활동시간)과 사회교과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다른 교과 내에서 연계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주권자 교육을 둘러싼 방향과 방안 등을 통해 아래의 두 가지 개념도를 제안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그림1] 주권자 교육의 3가지 관점1

[그림 1]은 주권자 교육의 3가지 관점을 x(가로)y(세로)z(높이)로 표현한 것인데, 여기에서 x축은 선거를 다룬 것과 다루지 않은 것, y축은 학생을 능동적인 논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과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것, z축은 신문이나 교재 등 서책형의 아날로그 매체만을 사용하는 것과 인터넷 및 디지털 콘텐츠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림 2]주권자 교육의 3가지 관점2

[그림 2]도 주권자 교육의 3가지 관점을 x(가로)y(세로)z(높이)로 표현한 것인데, 여기에서 x축은 그 학습의 깊이가 심층적인지 피상적인지를, y축은 교육의 문맥이 구체적이며 현실적인지 가상으로 상정된 것인지를, z축은 교과연계인지 교과와 연계되지 않은 것인지를 표현했다.

이러한 관점과 방향 등은 우리나라에서 선거권 교육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높이는 논의와 수업 적용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조규복 박사(한국교육학술정보원 AI역량개발부)
조규복 박사(한국교육학술정보원 AI역량개발부)

조규복=홍익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경외국어대학(석사)과 동경대학 및 히로시마대학(박사)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KERIS 입사 후 일본 방송대학(6개월)과 동경대학(1년)에서 객원연구원으로 ICT활용교육 관련 연구와 강의를 수행했다.

<참고문헌>
이정희(2018)일본의 액티브 러닝을 통한 주권자 교육. 한국일본교육학연구 제22권 제3호 제22권 제3호 pp.43-61
총무성(2017)클라우드를 활용한 주권자교육 ‘교육ICT가이드북 Ver.1’ p.34
문부과학성(2019)학교에서의 주권자 교육 관련 최근 동향에 대해서. 주권자 교육 추진 회의(2019년 9월17일)배부자료
Kodama, Shigeo(2019)주권자 교육을 추진하는데 있어서의 과제. 문부과학성 주권자 교육 추진 회의(2019년 9월17일)배부자료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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