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란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에듀인뉴스] 학급운영, 생활교육의 핵심은 대화를 통한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다. 관계 형성을 위해 우선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이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마치 마법처럼. <에듀인뉴스>는 ‘그림책 학급운영’을 집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이 주는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학기 초가 되면 학급규칙을 정하게 된다. 이때는 학생들이 서로를 알기 전이라서 의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몇 개 나온 의견을 가지고 해치워 버리듯 학급규칙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교실 앞쪽 게시판에 학급규칙을 붙여 놓는다. 매년 학기 초 행사처럼 진행한다. 마음이 모아진 학급규칙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도 학급규칙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

매년 이런 식으로 학급규칙을 만들면서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학년이 바뀌고, 졸업 후에 만나도 기억나는 학급규칙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들이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난 후, 우리 학급에 필요한 덕목을 학생들에게 선정하게 하고, 그 덕목을 맘과 몸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자의 약속을 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책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표지.(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그림 제인 다이어, 김지선 옮김, 책읽는 곰, 2018)
그림책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표지.(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그림 제인 다이어, 김지선 옮김, 책읽는 곰, 2018)

그러는 와중에 22개의 덕목을 너무 쉽고 예쁘게 설명해주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마음속에 남는 덕목을 선정하고 학급규칙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림책에서 소개하는 22개의 덕목에는 ▲서로 돕는다는 건 ▲참는다는 건 ▲당당하다는 건 ▲겸손하다는 건 ▲어른을 공경한다는 건 ▲믿음을 준다는 건 ▲공평(불공평)하다는 건 ▲남을 배려한다는 건 ▲욕심이 많다는 건 ▲마음이 넓다는 건 ▲부정적(긍정적)이라는 건 ▲예의 바르다는 건 ▲정직(용감)하다는 건 ▲부러워한다는 건 ▲우정이란 ▲열린 마음이란 ▲후회한다는 건 ▲만족스럽다는 건 ▲지혜롭다는 건 등이 있다.

그림책의 첫 장면을 보면 귀여운 곱슬머리 여자아이가 동물들과 함께 쿠키 반죽을 젓는 그림이 크게 왼쪽에 보이고 오른쪽 페이지에 ‘서로 돕는다는 건 이런 거야, 내가 반죽을 저을게. 너는 초콜릿 조각을 넣을래?’라고 쓰여 있다.

서로 돕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 쉽게 설명해주고 있지요? 예쁜 꽃을 바구니에 담고 있는 할머니 입에 까치발을 하고 쿠키를 할머니 입에 넣어주는 아이의 그림 옆에는 “어른을 공경한다는 건, 갓 구운 쿠키를 맨 먼저 할머니께 드리는 거야”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22개의 덕목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으로 제 무릎을 치게 했던 부분은 지혜에 대한 설명이다.

“지혜롭다는 건 이런 거야. 난 내가 쿠키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겨우 초콜릿 조각 하나 아는 것 같아.”

육각카드를 이용한 피라미드 토의토론으로 학급 덕목 결정하여 학급규칙 만들기

① 준비물

모둠별로 육각카드와 마커를 준비하여 나누어 준다.

② 학급에 필요한 덕목을 22개 중에서 1가지씩 고르기

학급에 필요한 덕목을 학급 학생들이 1가지 씩 골라서 육각카드에 앞에 적고, 뒤에는 고른 이유를 적는다.

③ 피라미드 토의토론 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짝끼리 1:1 토의토론을 한다. 자신들이 각자 고른 덕목을 가지고 왜 골랐는지 이유를 서로 토의토론하게 하고, 2개의 덕목 중에서 1개의 덕목으로 합의해서 결정한다.

1:1 토의토론에서 1개의 덕목이 정해졌으면, 다시 앞줄 2명과 뒷줄 2명이 마주보고 2:2 토의토론을 실시한다. 이때도 다시 2개의 덕목에서 1개의 덕목으로 합의해서 결정한다. 2;2 토론에서 2개의 덕목 중에서 1개의 덕목을 합의해서 결정한다.

2:2 토의토론이 끝나면 4명씩 하는 4:4 토의토론을 진행한다. 이렇게 8:8, 16:16 토의토론을 진행해서 학급의 덕목을 1~2개를 뽑게 된다. 이렇게 전체의 합의를 통해 최종 1~2개의 덕목을 얻는 방법을 피라미드 토론이라고 한다.

'예의'라는 덕목을 실천하기 위해 학생들이 작성해 붙였다.(사진=김재란 교사)
학생들은 '예의'라는 덕목을 실천하기 위해 '친구에게 욕설하지 않기', '인사 잘하기' 등을 꼽았다.(사진=김재란 교사)

④ 합의된 덕목을 실천하기 위한 실천사항을 적기

최종적으로 합의 된 덕목이 2개 결정되었으면, 학급 학생들에게 육각카드를 2장씩 주고 각 덕목에 도달하기 위해서 실천해야 하는 것을 적게 한다.

‘예의’라는 덕목을 실천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작성하여 붙인 내용이다. 친구들과 좋은 말을 사용하기, 친구에게 욕설하지 않기, 선생님께 인사 잘하기 등 이다.

먼저 붙인 학생들의 실천사항을 읽어보고 중복되는 것을 피해서 붙인다. 실천사항을 다 붙이면 왜 실천사항으로 써는지 발표하게 하고, 붙인 것들 중에서 3-5개를 뽑는다.

아이들은 스스로 '예의'와 '정직'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학급규칙으로 정했다.(사진=김재란 교사)
아이들은 스스로 '예의'와 '정직'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학급규칙으로 정했다.(사진=김재란 교사)

⑤ 최종 학급규칙 정리

마지막으로 실천사항을 3~5개 정도 뽑아서 학급 규칙으로 정리하여 게시판에 붙여놓는다. 학생들이 덕목과 실천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월간 체크 리스틀 만들어 스스로 평가할 수 있게 꾸준하게 관리해 준다.

"서로 지키려고 노력"...민주적 학급 덕목 뽑기 

그림책을 친구들과 함께 읽고, 학급 전체가 합의한 덕목을 뽑아내는 과정이 매우 민주적이었다. 덕목과 실천사항을 반 친구들과 함께 만들다 보니, 쉽게 잊혀 지지 않았고, 서로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체크리스트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평가해서 지켰다고 생각하면 붙여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붙이게 되었다. 자기 평가에 의한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붙일수록 1가지라도 더 지키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재란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김재란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