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승철 파리정치대학 행정학 석사/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의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옥승철 파리정치대학 행정학 석사/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
옥승철 파리정치대학 행정학 석사/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

나라에 헌신하기를

[에듀인뉴스] 20살 때 우연히 백범 김구 선생님의 자서전을 읽고 그의 나라에 대한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떻게 목숨을 걸고 저렇게 나라를 위해 살 수 있을까? 갓 청년이 된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후 나는 나라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하였고 외교관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특히 그 당시 한중일 간에 위안부 및 독도 문제와 동북 공정 문제 등 외교적 마찰이 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중일 관계에 대해 공부하기로 하고 두 나라에 대해 알기 위해 대학을 2년간 휴학하고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1년간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으로 공부하였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일본 친구들과 일본근대정치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가 수업 때 위안부는 자발적이며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나는 그때 충격을 받고 매 수업마다 우리나라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였다. 다행히 수업 말미에는 항상 교수님과 학생들이 나를 찾아와 서로 이해하고 배워가자며 말해주었다. 그 후 그 교수님은 항상 수업에서 한국의 입장 또한 가르쳤다.

군에 입대해 리더십을 배우다

대학을 졸업 후 나는 군 생활을 조금 뜻있게 보내고자 공군장교에 지원, 파주의 작은 레이더 부대에서 중대장 생활을 하였다. 그곳에서 나는 3년간 헌병, 시설, 보급, 수송 4개 부서 100명이 넘는 인원의 장이 되었다. 장교로 임명되자마자 4개 부서의 100명이 넘는 인원을 운영하려다 보니 사회생활이 없었던 나는 매일이 너무나 힘들었다.

좋은 리더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많은 책을 읽었고 수많은 상처를 받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리더의 모습을 갖춰갔다. 처음 부임했을 때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옥신각신하였고 각 부서마다 알력 싸움과 다툼이 있었지만 나는 4개 부서의 장들을 내 사무실로 불러 직접 원두를 내린 커피와 케익을 대접하며 서로 대화를 하며 친해지게 하였다.

‘많이 보고 함께 하며 정들자’라는 마음으로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잤다. 그리고 각 개인에게 다가가 소통하며 그들의 가족까지 생일을 챙겼다. 승진 심사 때는 나는 그들을 위해 싸웠다.

내가 느낀 리더의 조건 중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다. 내 부서원들이 나를 진심으로 따르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말자. 그리고 그들을 섬기자. 그렇게 내 진심을 안 부서원들은 나를 리더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정책과 정치를 공부하다

제대를 할 때 쯤 나는 정치에 몸담고 있는 한 친구를 만났다. 나는 그에게 군 이후에 외교관이 되어 한중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하였고 그는 정치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생각해보니 외교와 모든 정책은 정치에서 나온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는 그 이후로 정책과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옥스퍼드 공공정책 석사를 지원하게 된다.

옥스퍼드를 지원한 이유는 언젠간 나라의 정책을 다루려면 많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준비가 될 때까지 그리고 만족할 때까지 공부하고 경험하고자 다짐하였다. 다행히 옥스퍼드를 합격하여 9월에 입학이 정해졌고 나는 입학 전에 시리아 난민들을 돕기 위해 코이카 요르단 지부로 일하러 떠났다.

그 곳에서 나는 시리아 난민촌에서 전쟁의 참상을 보았고 전쟁으로 팔을 잃은 시리아 난민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의수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담당하였다.

국내 문제 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32살 옥스퍼드에서 공부를 시작하다

늦은 나이지만 32살 때 옥스퍼드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시작하였다. 옥스퍼드는 단순히 공공정책 학문만을 가르치지 않고 전문 행정 관료와 정치인을 키우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리더십, 연설, 프레젠테이션, 협상 등 정치인이 익혀야 할 외적인 스킬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전문가를 1:1로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공정책을 만드는 방법과 교육, 경영, 경제, 보건, 복지, 법, 민주주의, 철학 등 수많은 과목들을 배웠다.

그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과목은 정치철학이었다. 옥스퍼드에서는 철학 과목을 정책의 기초 과목이라고 해서 ‘Foundation’이라고 과목명을 칭하였다. 정치철학에서는 국가, 공리주의, 민주주의, 분배철학, 표현의 자유 등을 배우고 수많은 실질적 주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이후에 나는 다양한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사리를 분별하는 눈이 생겼다.

학기 끝에는 졸업을 위해 원하는 나라의 기관에서 일하면서 정책 리포트를 써야 했다. 나는 첫 번째로 싱가포르로 가서 북한에서 지난 10년간 Mini-MBA를 가르쳐온 단체에서 일하였고 바로 미얀마로 넘어가서 미얀마에 있는 미국 연구소인 National democratic institute(NDI)에서 미얀마 국회의원을 위한 공공정책 교재 개발을 주도하였다.

당시에는 미얀마에 처음으로 민주주의 선거로 뽑힌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았지만 정책적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하면서 그들이 쉽게 정책을 이해하고 만들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교재가 완성되고 매일 NDI 대표와 미얀마 국회의원들을 가르쳤고 그들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후 국회의 모든 직원들에게 가르쳤다.

또 나는 그곳에서 소수민족의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적으로 권력을 공유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연구하였다. 그곳에서 많은 정부 기관 사람들과 소수민족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정책 리포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파리정치대학.(사진=옥승철)
파리정치대학.(사진=옥승철)

마크롱 대통령을 보다

옥스퍼드에서의 가르침은 정책적 지식을 쌓게 해주었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게 느껴졌다. ‘과연 어떤 리더를 배우고 어떠한 정치적·정책적 방향성을 가져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좌파 정권으로 인해 나라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이후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를 개혁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젊은 나이에 저런 정치와 정책을 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에 마크롱 대통령이 졸업한 파리정치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곳에서 어떻게 전문 관료와 정치인을 양성하고 리더를 키우는지 알고 싶었다.

파리정치대학은 거의 모든 정치인과 고위 행정 관료들이 거쳐야 하는 정치사관학교이다. 옥스퍼드 졸업 이후에 한국의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함께 계속 일해 달라는 요청도 받고 정규직이 되면 안정적으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다시 모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지금 안정을 택하면 너무 후회할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많은 고민 끝에 회사를 나와 파리정치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지난 4개월 동안 나는 유럽과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중요한 이슈와 정책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의 마크롱 대통령 정당인 앙 마르슈(En Marche)에 입당해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당이 어떤 철학과 시스템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지 관찰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뛰는 삶과 나라에 기여하는 삶을 꿈꾸고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자 한다. 앞으로 평생 지식인으로서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책을 들고 앙가주망(engagement)의 자세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헌신하려 한다.

옥승철. 35살의 청년 정책가. 호주 시드니 대학 정치경제, 국제경영 학사. KDI국제정책대학원 개발학 석사, 옥스퍼드 공공정책 석사, 파리정치대학 행정학 석사를 공부하였고 청년기본법, 총선, 대선 공약 및 많은 정당 정책들을 개발하였다. 싱가포르 북한관련 NGO인 Choson Exchange, 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미얀마 지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등의 연구기관에서 일하였으며 2017년도부터 한국청년정책학회의 부이사장직을 맡으며 정당정책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국회미래연구원의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청년을 위한 대한민국은 있다’가 있다.

"정책가로서 프랑스의 다양한 사회, 정치 및 정책 이슈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