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김재현 중앙기독중학교 교사와 함께 모든 교육의 중심에 ‘관계’라는 키워드를 두고 교육을 진행하는 기독교계 중학교의 교육 모습을 들여다보는 교단일기를 시작한다.

지오바니 피에트로 리졸리(Giovanni Pietro Rizzoli, 1508~1549)의 최후의 만찬.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본 그림이 훼손이 심해져 지오바니 피에트로 리졸리가 복원한 작품이다.
지오바니 피에트로 리졸리(Giovanni Pietro Rizzoli, 1508~1549)의 최후의 만찬.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본 그림이 훼손이 심해져 지오바니 피에트로 리졸리가 복원한 작품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학급 운영 관리의 좋은 예

[에듀인뉴스]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이야기가 있다. 예수의 열두 제자는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시대에 예수는 이미 소그룹 운영의 달인이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인원수,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12명이라는 인원은 한 사람의 리더가 관리하기에 가장 적절한 수다.

보통 대부분 도시 학교는 학급인원이 30명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 부담임이 존재하지만 보통은 1명의 담임교사가 30여명의 학생들을 관리하고 그들과 관계하며 지낸다.

아침부터 아이들 파악하고 수업하고 업무처리하고 그러다보면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돌아볼 여유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부모들은 담임 교사가 금쪽같은 내 아이를 잘 살펴봐주시고 늘 관심 갖고 계실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교실의 실상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한 교사 당 맡고 있는 아이들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학령기 인구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학교 수는 줄여도 학급의 인원은 이상하게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은 교사의 체감 상 30여명의 재잘대는 아이들을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아이의 삶을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것은 그 아이가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오히려 말썽쟁이들이 담임교사와 더 친하고 오히려 더 상담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착실하고 얌전한 아이는 존재감 없는 우리 반 아이가 될 것이고 한 명과의 긴밀한 관계성은 생기기 어려운 학급구조가 되는 것이다.

벚꽃이 화창한 봄날, 아이들과 아침 조회를 학교 교정에서 한다. 14명의 인원이기 때문에 무얼하든 손쉽게 할 수 있다.(사진=김재현 교사)
벚꽃이 화창한 봄날, 아이들과 아침 조회를 학교 교정에서 한다. 14명의 인원이기 때문에 무얼하든 손쉽게 할 수 있다.(사진=김재현 교사)

나의 교실도 학급운영의 '열두 제자 화'

나의 학급운영에도 이와 같이 예수의 가르침대로 ‘열두 제자 화’ 하고 싶다.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선생님이 있어야 한다는 사제동행의 원리에 따라 학급을 재구성해보았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부장교사로 학교폭력예방과 학생들 간의 여러 갈등으로 인한 관계 문제 등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교실의 밀집도가 높아서"라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런 교실의 밀집도가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그것이 결국은 다양한 관계성의 문제로 야기되기 마련이다.

우리 학교의 학급당 인원은 남녀 혼성으로 28명이다. 성비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남학생 14명, 여학생 14명이 입학한다. 그렇게 배정된 학생들을 절반으로 쪼개어 한 학급을 14명씩 운영하고 학급의 담임교사도 그동안 있었던 부담임을 공동담임으로 승격(?)하여 역할을 같이 나눈다.

또 한 가지 원칙 중요한 원칙은 동성 교사와 제자가 함께 이루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한창 사춘기 여학생은 여자선생님이 상담하고 보듬어줘야 섬세한 여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남학생은 남자 선생님이 지도했을 때 함께 뛰어놀 수 있고 남성성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교사의 성비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런 여러 산적해 있는 문제를 무릅쓰고 지속적인 선생님들 간의 논의와 학부모 설명회 등을 거쳐 2014년도 신입생부터 14명 소그룹 학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14명의 아이들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 명씩 생일파티를 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적은 인원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서로에게 선물도 잘 챙겨준다.(사진=김재현 교사)
14명의 아이들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 명씩 생일파티를 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적은 인원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서로에게 선물도 잘 챙겨준다.(사진=김재현 교사)

완벽한 사제동행, 중등 담임도 교실에 근무한다면?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일반적인 중학교 교실에는 학급 담임교사가 같이 상주하지 않는다. 보통 교무실에서 근무하고 수업시간과 학급자치시간에 교실로 교사가 이동하곤 한다.

하지만 완벽한 사제동행을 이뤄내기 위해 학급인원의 소그룹과 더불어 담임선생님과의 동거(?)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그 동거를 위해서 더더군다나 동성의 학급담임교사가 필요하다.

나는 중학교 1학년 학년부장이면서 14명 남아들의 담임교사다. 나는 기술과목 교사이기 때문에 교과교실제로 운영하는 우리 학교에서 내가 근무하는 교실은 기술가정실이다. 기술가정실은 우리 1학년 ‘포’반의 학급교실이기도 하다.

평소 수업은 28명의 남녀 학생이 함께 참여하지만 학급운영은 14명씩 분리하여 나는 남학생만, 짝반 여선생님은 여학생들만 맡아서 학급운영을 한다.

각 교실에는 각 담임선생님의 자리가 있다. 처음에 우리들의 동거는 매우 불편한 사이였다. 중등학교 이상의 근무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은 모두가 자신이 교실에 있는 것에 대해서 사생활도 없고 근무환경도 좋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또한 담임선생님이 같은 교실에 있으니 맘 놓고 무엇인가를 할 수 없었고 자신들만의 은밀한 비밀도 나누지 못하는 감시되는 기분을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이미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생은 마치 회사의 사장과 직원, 갑과 을, 지배자와 피지배자와 같은 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겨난 발상이라 보여 진다.

교사가 가르치려 들고 지도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관계를 유지했을 때 아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담임교사를 더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학급담임에게 있어서는 조금 불편한 부분일 수 있지만 그렇게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성향, 그들 사이의 관계, 아이가 쉴 때 무얼 하고 노는지, 어떤 대화를 하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상담하기에 좋은 자료가 된다.

일반적인 우리나라 중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는 아침 조회와 종례, 각각 10분 가량의 교실입실 외에는 학급 아이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 안에서 아이들과의 개인적인 면담은 더더욱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사제동행을 위한 학급담임의 교실임장제는 자연스러운 학교폭력예방 및 학생상담, 더 나아가서 생활기록부 작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교사 개인의 업무환경과 사생활 보장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담임교사는 언제든지 자신의 업무용노트북을 들고 공용교무실로 이동하여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또 담임교사가 모두 교실로 들어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교무실 공간에 여유가 생겼으며, 그 공간은 교사의 휴게실과 공용 업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14명 남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동거생활은 한편으로는 불편함과 어색함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급운영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절반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절반의 혁신과 보람을 배울 수 있는 탁월한 학급환경이 될 것이다. 소그룹 학급운영과 담임교사의 교실임장제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예수의 열두 제자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김재현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교사.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의 교사상을 실천하고 싶은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공부도 운동도 부족했던 학생시절을 겪은터라 어리버리한 중학교 남자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담임교사. 아이들과 함께 먹고 뒹굴면서 운영한 10년 이상의 학급담임으로서의 삶이 교직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말하는 교사이다.(사진=김재현 교사)
김재현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교사.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의 교사상을 실천하고 싶은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공부도 운동도 부족했던 학생시절을 겪은터라 어리버리한 중학교 남자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담임교사. 아이들과 함께 먹고 뒹굴면서 운영한 10년 이상의 학급담임으로서의 삶이 교직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말하는 교사이다.(사진=김재현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