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가르치지 않는 학교와 오락가락 기초학력 대책
[취재노트] 가르치지 않는 학교와 오락가락 기초학력 대책
  • 한치원 기자
  • 승인 2020.01.16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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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육 대기획 '다시 학교' 1부는 '가르치치 않는 학교'라는 부제로 많은 논란이 일었다.(사진=EBS 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새해 EBS의 교육 대기획 '다시 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설왕설래가 뜨겁다. 특히 '가르치지 않는 학교'라는 부제의 1부가 방송된 다음 날, 교사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가르치지 않는 학교'라니,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만 하지 않은가.

그런데 EBS는 왜 '잠자는 교실' 이후 10년 만에 들고 온 교육 대기획의 첫 편을 이렇게 잡았을까. '학력저하'와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둘러싼 지난 한 해 '핫'했던 논란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3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초3부터 고1까지 모든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9월 ‘2020 서울 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을 통해 2020년 3월부터 초등 3학년, 중학교 1학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지필고사 형태의 표준화된 진단도구를 통해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왜 그랬을까. 지표로 나타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었기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미달은 교육과정 이해도가 20%가 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교육과정 이해도가 20% 미만인 아이들과 50% 이해도의 보통학력을 가진 아이들이,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없다는 논란은 결국 교육부로 하여금 '진단평가 의무화' 카드까지 꺼내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초1부터 고1까지 모든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근거 법인 기초학력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는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면서 지금도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기초학력 진단을 해왔고, 시도교육청도 하고 있으니 최대한 협력해 진단평가를 유도하겠다는 설명을 내놨다.

서울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지필고사 형태 표준화된 진단도구를 통해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에서 ‘교사 관찰평가도 가능’이라는 단서를 달아 후퇴했다. 그러면서도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이름아래 다양한 대책은 내놨다. 이 같은 추세는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마찬가지다.

굳이 통계를 들춰내지 않더라도, 현장 교사나 학부모 등은 아이들의 학력 저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평가 없이, 학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아무리 기초학력의 정의, 측정기준, 측정과정 등에 관해 다양한 관점과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통한 문해력은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교사가 무슨 말을 하는 지, 글자는 알아도 그 뜻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가르칠 수 있을까.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은 제도권 교육으로서 학교교육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자 최소한의 책무다.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대비해 민주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없어야 한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보자. 기초학력 진단평가 거부는 '가르치지 않는 학교'와도 맞닿아 있다. 미래시대 지식은 검색으로도 충분하니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모토로 역량을 강조한 것이 활동형 수업 과다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다시, 학교'는 이 부분을 짚고 있다. 창의력도 기본적 지식 위에 가능하다는 점을, 역량중심 수업을 하더라도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교육의 본질이자 복지라고 강조하는 기초학력 대책을 놓고 더 이상 오락가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7년 기초학력진단평가를 표집으로 바꾼 이후 나타난 결과들과 지난 3년 간의 논의면 충분하지 않나.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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