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선택 vs 공중보건’이란

[의학계열 Classic 1] 우연에서 선택으로 : 유전자 시대의 윤리학

앨런뷰캐넌, 댄브록, 노먼 대니얼스, 대이널 위클러 지음
강명신, 권복규, 박소연, 유소영, 김지경 옮김
로도스 출판사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이 책을 의료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의료윤리, 의료관리, 법률 그리고 정치학에서 생명공학 영역에 있는 이론과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의료에 관련된 책을 읽어본 학생이 심화된 내용을 알고자 할 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두 번째는 이 책을 옮긴 분들은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명신 교수와 권복규 교수는 청소년 및 일반인들을 위해 많은 저서를 출간했고 실제로 의료의 현장과 이론 및 미래를 연결하여 청소년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학자들이다. 게다가 이 책의 시리즈인 비오스총서 목록을 보면 의학, 약학, 수의학의 쟁점을 담은 책들이 나와 있다.

‘우연에서 선택으로: 유전자 시대의 윤리학’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공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이 생명영역에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생명현상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윤리적 쟁점은 무엇이며, 우리가 따라야 할 윤리적 원리나 원칙은 무엇인지 밝힌 책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총 8개 장으로 되어있고 유전자시대의 특징부터 유전자 시대에 필요한 정책방향까지 서술하고 있다. 독자들이 먼저 읽어야할 부분은 서론과 8장 뒤에 있는 부록1과 부록2이다. 

이 칼럼에서는 서론에 나온 주요한 이론과 사상가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활용하여 의료 시나리오를 케이스 스터디 형태로 학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제1장 서론에 보면 유전자 개입에 대한 두 가지 모델이 나온다. 이는 유전자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5가지 유형으로 제시한 다음, 그 중 2번째 유형에 대해서 케이스스터디를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래는 ‘시나리오2 : 개인의 선택 vs 공중보건’이란 부분이다.

(1) 예비 부모의 혈액을 한 번만 검사해도 사실상 모든 심각한 유전질환의 발병 가능성과 질병에 대한 다양한 유전적 감수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검사는 저렴하기까지 하다. 이 혈액 검사를 활용해 집단적인 유전자 선별 검사를 제공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2)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 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의 비용 – 효과가 검사를 받은 이들 중 충분히 많은 수가 “양성 결과에 따라서 행동을 취할 것이냐 – 즉 문제있는 태아의 임신을 포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3) 집단 선별 검사 프로그램의 한 지지자는 “이것은 공중보건 문제다. 우리는 예방 가능한 질병을 아이들에게 떠안길 자유가 없다. 특히 이용 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4) 그러나 다른 반대자는 이렇게 응수한다. “어떤 종류의 유전자 서비스든 간에 엄밀하게는 개인의 선택 문제다. 재생산 자유도 이를 요청한다. 시민들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검사 결과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재생산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프로그램도 용납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케이스 스터디 모델을 하나 보여준다. 먼저 (1)은 다룰 문제의 배경, (2)는 쟁점사항, 그리고 (3)과 (4)는 쟁점에 대한 대표적인 입장이다. 이런 구성으로 하여 케이스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글을 구성하는 것을 독자들이 주목하면 좋다. 그리고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각 대립된 주장들이 전제하고 있는 것과 이러한 사고유형과 연관된 원리를 찾는 것이다.
 
이제 이 케이스를 해결하는 방법을 책 속에서 찾아보면 두 가지 접근법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체계적인 윤리적 통찰이란 방법인데, 결과주의 윤리론과 자유주의 윤리론을 가지고 케이스를 해석하는 것이다. 

먼저 결과주의 윤리론에서는 인간의 행위를 좋음과 나쁨으로 구분이 가능하며 이것의 합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유전자 치료를 국가적으로 시행했을 때 (개인마다 느끼는 손익의 크기는 같다고 가정한 뒤) 손해를 보는 사람의 숫자보다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다면, 유전자 치료를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 치료의 대상이 A, B, C 질병이 있고 이 중 의료예산을 고려할 때 하나만 치료해야 하는 조건일 때도 비용-효과를 계산하여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희생이 요구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익의 문제로서 이것이 정당화되어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전염병과 유전질환을 놓고 보면, 전염병의 경우 해당 시기에 주변인들에게 확산되므로 수평적 권역 전파모델이라 부를 수 있고, 전염병의 경우 해당 유전자가 생식활동 등을 통해 후대로 유전되므로 수직적 권역 전파모델로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자유주의 윤리론의 경우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되어야 하고 각 개인들의 자유로운 거래로 시장 기능이 활성화되어 사회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수직적 혹은 수평적 권역 전파모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윤리론은 환영받을 요인이 많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유전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개인들에게 자율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 시장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치료법의 가격에 따라 빈부차이가 건강격차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그 결과 표면적으로는 자율성이 보장되지만 환경에 따라 타인들의 피해를 전제로 한 특정 계층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책의 내용을 잘 정리하고 요약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를 기르고 특정 주장이나 이론의 장단점을 알 수 있다. 만약 여기서 더 심화하고 싶은 독자들은 책에서 뢰머와 롤즈의 논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두 학자는 ‘기회균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다. 결과주의와 자유주의 프레임이 아니라 기회균등의 보장이란 프레임으로 풀어가는 것이다.

존 뢰머(John Roemer)의 경우, 공평한 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 개념을 가져온다. 이는 쉽게 말해 사람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데 있어서 육체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여 공평하게 각자의 능력과 역량을 발휘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병이 기형을 일으키는 질환은 사전에 유전자 치료를 통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롤즈의 경우 기회균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는 모든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개념을 전제로 사회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부당하고 한다. 즉 선천적으로 불리하게 태어난 것이 고쳐져야 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어떤 존재로 태어나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입장이다.

정리해보면 의료 시나리오인 ‘개인의 선택 vs 공중보건’이란 내용을 윤리적 원리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기본적인 케이스 스터디 방법이다. 내용을 심화해 보기 위해 학자들의 입장을 추가하여 재해석 보면 보다 심층적 탐구가 가능하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을 때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서론에 등장하는 케이스 하나를 선택해 심화학습 하기를 권한다.  

송민호 에듀인 파트너스 공동대표/ '정시의원리' 저자
송민호 에듀인 파트너스 공동대표/ '정시의원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