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휘 프랑스 유학생

능동적 자세 키우는 프랑스 교육 "우리는 무엇을 획득하고 있는가"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의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에듀인뉴스] 전공 중에 ‘술(L’Alcool)’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수업은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수업 시작 전에 친구와 이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는 “교수님께서 무엇을 가르치시는 수업일까?” 하고 물었다. 그리고 친구는 “우리가 그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같은 질문인 것 같으나, 우리 두 사람이 교육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나에게 있어서 교육이란 가르침이었고, 나는 교육을 받는 수동의 입장에 있었다면, 친구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내가 무엇을 얻어내는 가’에 초점을 두었다.

수업 자체도 내게 매우 흥미로웠다. 이 수업은 술이라는 구체적인 건강 위험 요소를 가지고 전문가들과 함께 예방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수업이었다. 우리는 매 수업 중독 전문의, 간호사 그리고 이전에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나 지금은 관련 기관에서 자원 봉사자로 계신 분과 함께했다.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에도 참석하여 공공의 건강을 위협하는 술 중독에 대해 몸소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이 수업을 통해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사고와 수업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답은 프랑스에서 정의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알았을 때 이해할 수 있었다.

불어로 교육의 정의를 찾아보면 ‘획득하다’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획득한다’는 것은 적극적 의미의 ‘가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결국, 프랑스에서 교육이라 함은, 가르침과 동시에 내 적극적 참여에 의한 ‘가짐’이 형성되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획득의 범위는 교육의 체제 안에서 길러지는 내 안의 능력, 이를테면 폭 넓게 사고하는 것, 그 안에서 형성된 나의 태도 등 까지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나 또한 이 곳에서 공부하며, 끊임없이 ‘무엇을 획득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언제나 학문 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나만의 정의'를 묻는 프랑스 수업

수업을 시작하면 교수님들께서 늘 묻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정의’에 대해 묻는 질문인데, 교수님들께서는 늘 나만의 정의, 내가 생각하는 정의를 물어보셨다.

다시 술이라는 수업으로 돌아가 예를 들어보면, 우리는 수업 시작에 자기 소개와 함께 ‘내가 생각하는 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각자의 정의를 모아 유형화시켜 정리했다.

이러한 작업은 거의 모든 수업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나에게 생각하는 힘을 획득하게 했고,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을 모아 구체화하고 유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술이라는 수업이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던 것처럼, 수업의 마지막은 언제나 구체적 사고를 거친 ‘구체적 적용’이었다.

프랑스에서 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다양성을 접하고 경험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학업에서도 동일하게, 이곳에서 보건 정책을 공부하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 모두를 아우르는 보건 정책들 또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관찰은 대게 수업 속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는 수업 말미에 언제나 현재의 보건 정책을 논하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짜보거나, 현재 공공 건강 위험 요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렇게 실전에서의 ‘구체적 적용’이 증명되었을 때, 우리에게 비로서 배움의 과정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결국, 프랑스 교육은 나에게 전공 지식을 넘어 내 안에서 생각하고, 구체화하고 이를 실행시키는 체계를 획득하게 했다. 프랑스에 존재하는 모든 교육의 현장이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간다고 말 할 수는 없겠다.

허나, 적어도 내가 경험한 프랑스 교육은 교육의 제도 속에서 ‘내 안의 것’을 고민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교육은 학문의 전달과 동시에 배우는 이들의 사고와 태도를 형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대학 합격을 위한 교육, 취업과 자격증을 위한 교육에 국한되어 있다면, 배움의 범위 또한 한정 적일 수밖에 없고, 이러한 목적성 안에 있는 학생들은 언제나 하나의 정답 찾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 체제는 현 세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교육의 체제 안에서 무엇을 적극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교육의 정의를 재 정립해 나가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사고와 태도를 형성시키는 좋은 체제를 물려줄 수 있는 현 세대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우휘 France, Tours 의과대학교 공중 보건학 석사.
전우휘 France, Tours 의과대학교 공중 보건학 석사.

질병 예방 및 건강 증진을 세부 전공으로, 건강의 사회 불평등을 분석하고 프랑스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의 보건 복지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헌법 제 10조에 의거, 우리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러한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건강한 삶이 보장되고, 건강한 삶의 보장은 이 기본권을 더욱 견고하게 세워준다는 생각 아래, 공중 보건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하였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함께 더 잘 살고, 더 잘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건강 결정 요인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 현상을 연구하며, 이를 위한 보건 및 복지 정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의 배움과 프랑스에서 살아가며 느낀 경험들을 바탕으로, 공공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제와 이슈를 저의 말로 풀어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