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자율화가 대세...정부도 수정 지시에서 권고로
미래에도 서책형 교과서는 필요...디지털과 융합 필요

김홍구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사진=송민호 기자)
김홍구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사진=송민호 기자)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우리 교육에 있어서 교과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에 따라 교수-학습에 필요한 지식을 제시한 수단으로서 교육의 핵심적인 요소다. 특히 교과서는 교육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한 국가의 교육관이나 시대, 지향하는 바에 따라 내용을 달리한다.

현행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과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로 서책형교과서를 사용했다면, 시대적 변화와 함께 전자 매체형 교과서인 디지털교과서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김홍구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은 “교육의 다양성 추구와 함께 교과서도 학생들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질문하는 교육으로 바뀌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한 다양한 형태의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과서의 편향성과 오류를 없애고 공정성과 함께 내용의 충실성을 확보해 교과서의 질을 담보해나가는 노력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이하 재단)에서 만난 김홍구 이사장은 “교육과정을 담는 그릇으로서 교과서가 본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교육의 다양성을 반영해 교과서 자율화를 추구하되, 교과서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교과서연구재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은 1992년 교육부소관 비영리법인으로 재단법인 한국교과서연구소로 출범했다. 1999년 한국교과서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2000년에 지금의 한국교과서연구재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재단은 교육의 본질적 내용을 담고 있는 교과서의 질적 수준 향상과 교과서 제도에 관한 국제 비교 연구 등 교과서와 관련된 종합적 연구를 수행해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곳이다.

▲재단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국내 및 국외 교과서와 관련한 제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 프랑스 등 선진국을 비롯해 각 나라의 교과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형태의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는지 등에 관해 조사‧연구하고 있다.

또한 교과서 관련한 민원을 처리와 교과서 수정·보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교과서의 오‧탈자를 비롯해 교과서 내용이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는 등 학교현장이나 학부모, 전문가 등이 제시한 수정‧보완 의견을 교과서 출판사에 전달한다.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수정‧보완자문위원회 등을 구성해 의견을 종합하여, 교과서 출판사나 교육 당국 등에 전달한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나 삽화 등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으면 검토를 거쳐 우리 재단이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나 교육부 등에 송부한다. 그러나 우리 재단은 의견을 낼 뿐 최종 수정‧보완은 집필자의 동의나 출판사, 교육 당국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 한다.

▲올해 역점을 두는 사업이나 숙원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교과서 다양화, 자율화 추세를 반영해 그에 맞게 교과서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고히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으로는 교과서의 사용자의 요구가 교과서 개발·사용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학습자 중심의 교과서 질 관리 체제 도입에 주력하고자 한다.

재단은 학교현장 요구를 체계적으로 수렴하여 출판사가 교과서 수정·보완과 교과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앞으로 발행사나 학교의 자율적인 질 관리가 중요해지는 만큼 교과서 질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연수를 실시하거나 매뉴얼을 제작하여 보급할 계획이다.

김홍구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단 사무실에서 에듀인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재단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송민호 기자
김홍구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단 사무실에서 에듀인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재단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송민호 기자)

▲교과서 발행제와 관련해 국정, 검정, 인정, 자유발행제 등 논의가 활발하다. 앞으로 교과서 발행 정책 어떻게 가야 하나

-정부의 교과서 정책은 갈수록 자율화하고 있다. 예컨대 검정 심사기관이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종전의 ‘수정지시’ 대신 ”수정권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장 교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신장하고 다양한 교육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의 자율화와 다양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학습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교과서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교과서 질 관리 방식도 공급자 중심이 아닌 학교현장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미래사회는 서책형교과서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과서를 필요로 한다. 미래사회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는 어떤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하나

-미래에는 디지털교과서 등 다양한 형태의 교과서가 학교현장에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교과서는 풍부하고 생동감 넘치는 자료, 학습관리 기능 등은 학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교과서가 서책형교과서를 대체하기 어렵다.

서책형교과서는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서책형교과서, 디지털교과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서책형교과서와 디지털교과서를 융합하는 시스템과 그를 활용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경직된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으로 시대적 변화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따라갈 수 없다. 미래사회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과서는 학습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교과서가 교육의 허브 기능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대구, 제주교육청 등이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IB)를 도입했다. IB가 도입될 경우 교과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IB 도입 논의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일본도 대학입시에 서술형 문제들 도입하고 확산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본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거나 집어넣는 교육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을 이끌어 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학생선발과 평가방식도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현실적인 벽 앞에서 IB가 추구하는 교육의 타당성과 대입 선발에서의 공정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토론 중심의 교육이 정착되려면 교육과정 개편과 교사의 자율성 확대와 함께 입시구조의 변화 등이 병행되어야 하고 교과서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

IB가 도입되면 지식 전달기능보다는 학습의 맥락을 연계시키고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역할이 커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교과서는 미래교육을 대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과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진정한 남북한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북한은 오랜 분단으로 인해 사회, 문화, 언어 이질화가 심화되어 민족적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 상호 이해를 위한 교육이 절실하다.

이러한 통일 대비 교육은 현행 교과서 내용에 포함되어 있으며, 더욱 내실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에 더하여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용 가능한 교과서를 시범 개발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먼저 이념적인 색깔이 적은 수학, 과학, 기술과 같은 교과부터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겠다. 북한의 교과서 인쇄를 남측이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