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획-'엄마'를 말하다] ②엄마를 희생양으로 내모는 경쟁사회 민낯
[설 기획-'엄마'를 말하다] ②엄마를 희생양으로 내모는 경쟁사회 민낯
  • 송민호 기자
  • 승인 2020.01.2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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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받지 못하는 엄마의 희생, '맘충' 이미지까지
(사진=sbs 스페셜)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우리 시대 입시성공 공식 중 하나는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의 경제력”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공식이 있는데 '국평오'이다. 국민 평균등급 5등급이란 말인데, 수능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면 소위 ‘인서울’ 하는데 문제 없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기도 하다. 

이런 말들에 낯선 분들이 있다. 바로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엄마들이다. 일단 엄마의 정보력은 엄마들 브런치 모임에서 형성되는 것인데 맞벌이 엄마에게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친구 중에 정보력이 있는 친구가 있다면 주말에는 그 친구를 통해 정보를 보충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왜 ’엄마의 정보력‘일까? 왜 입시나 교육문제는 엄마의 몫이 되었을까? 

게다가 입시의 성패에 따라서 부모의 사회적 인정이 결정되고, 심한 경우에는 그 아파트 단지에서 인싸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자사특목고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입시에 실패할 경우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이사를 가기도 한다. 

즉 엄청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 엄마의 몫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대부분 엄마들이 (희생을 위해 태어난) 양띠(?)는 아니지 않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희생의 존재로 여겨졌다. 아들 입대 소식에 눈물을 흘리고, 군대 면회에 갈 때면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들고 가게 된다. 딸의 귀가 시간이 늦으면 들어올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이러한 엄마의 모습을 젠더질서란 관점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를 신세대 학자 박찬효는 ‘1990년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이혼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여성은 악마처럼 여겨지거나 뭔가 모자른 여성으로 이미지화되는 논리가 확립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 3040 세대까지는 헌신적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세대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출산이 늦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대에 유아·초등학생을 둔 부모들 역시 내리 사랑의 영향으로 ‘영유경쟁’(영어유치원 보내기 경쟁)을 경험하게 된다. 

한 달에 수백만 원이 드는 고가의 유치원을 왜 보내느냐고 묻는다면, 네트워크 형성이란 답변이 돌아온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네트워크는 대입까지 위력을 발휘한다. 개인 과외로 하기엔 부담이 될 때 네트워크를 활용해 팀을 짜고, 종종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님이 직접 팀 과외를 해주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한국의 가족과 여성혐오』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980~1990년대는 밖에서 돈을 버느라 힘든 아버지의 안위가 항상 보듬어진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남성이 남성 간 경쟁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사회에 의해 완화되었을 만큼 남성들은 그 경쟁에서 졌다고 해서 지금만큼 분노하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 1980~1990년대는 여성들을 어머니의 지위에 만족하게 한 시기라 여성은 남성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아빠 힘내세요'가 담긴 동요집 커버

아마도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란 동요 구절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엄마의 역할을 아빠의 내조를 위해 가족구성원들을 하나로 뭉쳐주는 역할을 해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가속화하고 경제적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출생률까지 심각하게 낮아지자 성별 분업 체제가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신자유주의가 강화되고 성별 분업이 지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진 남성에게 전처럼 관심이 부여되기 어렵다. 동시에, 필요가 없어진 일부 남성이 배제되고, 대신 필요한 능력을 가진 일부 여성이 전보다 더 많이 사회활동의 장으로 포섭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렇다고 해도 젊은 남성이 경쟁에서 진 상대는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성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미디어에서는 20대 남성이 경쟁에서 진 상대가 실질적으로는 남성인데도 그 사실을 가리기 위해 ‘여성을 혐오하는 매커니즘’이 구축된다.

현실에 드물게 존재하는 성공한 전문직 기혼 여성이 찬사되고, 가정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전업주부가 갑자기 ‘맘충’으로 호출된다. 아래의 이미지는 이를 극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카툰 '아빠 힘네세요'(출처=판타스틱에이드)

위 이미지에서 눈여겨 볼 것은 아빠에게 멱살을 잡힌 것은 엄마뿐만 아니라 자녀다. 두 명 모두 멱살이 잡히면서 ‘맘충’이란 이미지까지 내포하게 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자녀가 입시에 성공하면, 축하의 몫은 엄마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제 구슬픈 주문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이고, 우리 홍길동이 서울대 간 것은 씨가 좋아서야. 그렇지? 그렇고말고.’ 

그러면서 남성중심적 사고로 현상을 해석하게 된다. 즉 남편의 생물학적 역할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엄마 입장에서는 곡소리가 나올 법 하지만 겸양의 미덕이란 혹은 내조의 여왕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에 맴돌게 된다. 엄마가 가진 모성이 남성중심사회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앞의 책에서는 감정 조정을 통해 이것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자신의 모성이 도구화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더라도 스스로 혹은 어쩔 도리 없이 그 논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에서 ’열등감‘과 같은 감정이 이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한서진과 김주영.(사진=JTBC 캡처)

예컨대, <SKY캐슬>에서 입시 코디인 김주영은 결혼한 후 자신은 주부가 되고 경쟁자는 최연소 교수가 된 것에 질투심을 느끼고 자신의 천재 딸의 학업을 통해 자신의 열패감을 해소하려 했다.’ (중략)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김주영은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전업주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만든 사회를 비판하기 보다는 자녀교육에 매진함으로써 열패감에서 벗어나려 했다. 

한서진이 딸 예서를 의대에 보내려는 이유 역시 가족의 계층 유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술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것에 수치심을 가졌던 한서진은 자녀의 우수한 성적을 통해 자신의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지역마다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보수적인 가정에서는 이렇게 자녀를 통한 자신의 바람을 이루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진보적인 가정에서는 이는 잘못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제3의 입장으로 조부모 세대와 부모 세대 간 인식차를 가지고 있어서, 부부 간에도 인식차가 있어 갈등을 겪거나 고뇌 끝에 화합을 이룬 가정도 있을 것이다.

전체 국민의 인식변화와 국가적 복지혜택의 확대는 장시간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손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인 수많은 '엄마들'이 있다. 

송민호 기자  zeit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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