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영재교육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마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시대정신(Zeitgeist)이라는 말은 한 시대의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을 의미한다. 헤겔의 경우 보편적인 인간 정신이 특수·역사적 현실 속에 펼쳐있는 가운데, 한 시대의 정신문화를 나타내는 시대정신이 존재한다고 본다. 

아마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순간의 시대정신이라면 제4차 산업혁명과 영재교육 또는 창의성 교육이란 단어가 포함된 그 무엇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코딩, 드론교육으로 대두되는 새로운 교육 분야가 열렸다. 또 소수학급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영재형 교육을 받게 하자는 운동도 시작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학부모가 가진 교육문화를 흔들어 놓게 된다. 먼저 교육문화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데, 사범대생들에게는 필독서였던 『미국교육의 반성』(이현청 저, 원미사)를 살펴보자. 

 미국교육의 반성(이현청 저, 원미사)

이 책의 제5장 노력과 능력이란 단원을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서양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재능’에 따라 교육이 (사회적으로) 이뤄지리란 기대를 갖고, 동양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노력’에 따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즉 타고난 능력이 자녀의 한계를 결정짓는다는 입장과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스스로 한계가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두 흐름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군정 시기를 거치면서 하나로 융합(?)된다.

즉 미국형 교육에 익숙한 학자들이나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재능을 ‘측정’하는데 주목한다. 이에 비해 ‘동기부여’란 학습방법을 중시하며 학생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끌어내려고 한다. 

실제로 가정 내에서 자녀교육의 형태만 봐도 이것이 드러난다.

서양형 교육을 받아들인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하루나 일주일 간격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고 ‘규칙’에 따른다. 이와 달리 동양형 교육에 익숙한 가정에서는 숙제를 하면, 게임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준다.

설날과 같은 명절이면 부부 간 대화 주제 중 하나로 이처럼 교육방식이 떠오른다. 서양형과 동양형 중에 갈등하기보다는 최종 목표(좋은 대학 보내기) 성취를 위해 두 교육방식을 혼용한다. 

자녀 역량 중 우수한 면이 보이면 그것을 더욱 강화하려고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엄마가 옆에서 눈에 불을 켜고서라도 지켜보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끔 지도한다. 

결국 한국의 자녀 양육이나 교육방식은 ‘완전체’를 만들기 위한 동서양 교육의 콜라보라고 보여 진다. 어쩌면 한국에서 유독 무협영화가 인기 끌었던 것도 완전체에 대한 열망을 해소하려는 행동이었을까?

제4차 산업혁명을 들여다보자. ‘초연결성’을 강조하는 산업 특징 때문에 인문과 자연의 결합,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의 결합 등이 빅데이터, IOT 기술이라 불리며 부모님들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우리집 애는 문과형이다보니 수학을 더 시켜야 하겠다, 자연계형이면 일찍부터 독서토론을 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눈치 빠른 엄마들은 ‘균형’이 포인트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튜브라는 복병이 출몰하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를 알고 영화 기생충에서는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 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기생충' 중에서.(사진=유튜브 캡처)
영화 '기생충' 중에서.(사진=유튜브 캡처)

엄마들 눈에 비친 제4차 산업혁명 교육은 아이들의 미디어 역량을 높여주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 역량이 미래에 필요한 것이라며 위안을 삼는 분들도 있다. 

유아·초등 때는 기본적인 영어, 그리고 시대적 요청인 코딩이나 드론 교육으로 구성을 하게 된다. 뭔가 찜찜함을 느낀 엄마들은 한자 교육이나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중국어 교육을 시킨다. 이처럼 미래를 대비한 교육을 책임지는 엄마들은 엄청 고민이 많다. 그런데 아빠들 중 일부는 성과가 안 나오면 엄마 탓을 한다. 슬프다. 에잇, 브런치 모임에 남편 욕도 추가다!

의문의 1패를 당한 남편들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면서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는데’라며 결기를 품게 된다. 연말 상여금으로 입시경쟁에 뛰어든다. 그런데 아빠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엄마들의 정보력은 5~6겹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고급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갑자기 자녀는 주말에 대치동학원으로 공수된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좋은 학원을 소개받아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경쟁의 열기에 노출된 자녀들 중 일부는 수업 중 장렬히 깊은 잠에 빠진다.

이제 수시에서 정시로 이어지는 이야기까지 하면 독자들의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학걱세(학원교육을 걱정하는 세력)으로 몰릴 수 있으니 이쯤에서 줄인다.

한 가지만 말한다면 학습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경쟁논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대치동과 같은 압축적 지식을 단기간에 전달하는 교육에 대한 평가가 다르고, 적응 속도도 다르다. 

웃프지만 강남권 고교에서 수업시간 수학 문제풀이가 틀리면 바로 엄마에게 문자를 날리는 아이들과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잖은가?

자, 이제 영재교육으로 돌아가 보자. 영재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남의 친구 때문이다. 미국 Harvard 대학에서 포스닥까지 하고 온 과학교육 분야 전문가인 그와 약 5~6년 정도 지적 교류를 하면서 어떤 인재가 영재인가에 대해 개인적 토론을 많이 했다. 

(사진=픽사베이)

그에 따르면 수학과 과학영재는 다르다. 수학 영재의 경우 타고난 역량이 중요하며, 과학영재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크로스체크하기 위해 대학교 영재교육원에서 중학생들의 사사과정을 맡고 있는 후배와도 논의를 해보니 같은 결론이었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보다는 어느 분야에서 영재성을 드러낼 것이냐가 더 중요한 질문임을 알게 되었다. 즉 수학분야에서는 재능80, 노력20으로 정의내리고 과학 분야에서는 노력80, 재능20으로 필자 맘대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런데 엄마들 중 영재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된다. 자녀를 위해 다양한 지능검사법을 알아내고 그것을 실제로 자녀에게 테스트해 본다. 최종 단계에서 창의 및 영재형 교육을 내려놓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바로 다음의 책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고의 교육』(로베르타 골린코프, 캐시 허쉬-파섹 저, 김선아 역, 예문아카이브)을 보면 21세기 역량인 6C모델이 나온다. 바로 ‘협력(Collabora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자신감(Confidence)’이 그것이다. 

 21세기 미래인재 역량 6C모델

그리고 이것을 4단계로 나눠 알기 쉽게 도표로 만든 것이 한 때 유행했었고 지금도 유행이다.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법을 연구하는 ‘교육과학’ 분야를 개척해 온 델라웨어대학교의 로베르타 골린코프 교수가 약 40년간 추적연구 성과에 기반한 내용이기에 다수 학자들도 신뢰한다.

이 <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색을 칠한 칸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것은 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계산된 위험 감수하기’? 정말 그래야 하나? 이제까지 가성비 체계를 구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피해를 감수하라니! 엄마 입장에서 이런 주문은 껄끄럽다.

자녀의 효율적 성공을 추구하는 교육철학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치 없는 아빠가 훈수를 두면 더 열 받는다! 그렇지만 자녀의 미래역량 형성을 위해 타협(옐로카드)한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중1병과 중2병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시기니까 이대로 진행해보자고 말이다.

그러나 4단계 실패할 용기는 선뜻 도전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미국과 같이 선진국에서는 실패를 해도 주변에서 격려해주고 지원해주지만 한국에서는 실패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최고의 교육(예문아카이브)

아무렴, 이건 그냥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고 이론이므로 내가 적절히 변형시켜야 해. 이렇게 맘먹고는 이 부분은 뺀다. 그리고 좀 더 과감한 엄마들은 ‘자신감’이란 코너를 퇴장(레드카드)시켜 버린다. 

그래서 창의적 혁신까지 총 5개 영역의 역량을 기르는데 총력전을 기울인다. ‘무모한 기업가정신’이 자녀 교육마인드에서 사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좀 여유가 있거나 여유가 없어도 제3의 입장인 ‘기러기 교육’을 선택하는 집이 늘고 있다. 아예 미국에 보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의 정신과 교육을 모두 배워오기를 바란다. 엄마도 갑자기 영어몰입교육에 참여한다. 

‘내가 처녀 때 미국일주를 꿈꿨지’라고 되새기며 언어에 강한 엄마의 모습을 갖춘다. 교회에서 모임이 많다니까 불교신자라고 고정하기 보다는 여러 종교의 개방적 태도를 갖추게 된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3년의 시간이 흐른 뒤 엄마는 넓은 탁자에 앉아서 둘째를 지긋이 바라본다. 그리고 다짐한다. ‘둘째는 부모 관여 없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스스로 위험을 감내하게 기르자!’ 그러고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편을 ‘여왕의 귀환’으로 명명한 뒤 예쁜 찻잔에 담긴 케냐 AA를 홀짝인다. 이미 셋째는 미술학원에서 아그리파와 삶의 철학을 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