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도입 10년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와 과제는?

김이경...교원평가 생명 다 해 "교원에 의한, 교원을 위한, 교원 미래 위한 평가 필요"
전제상...제도의 실효성,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 모두 흔들려 "전면 재검토 시점"
전대원...지도력 부족 아닌 인성 부족 교원 "개발과 평가, 개념적으로 묶일 수 없어"
윤지희...나를 평가 기분 나쁠 수 있어 "전문성 점검할 제도는 어떤 형태든 필요"

[에듀인뉴스-한국교원교육학회 공동기획] 교원능력개발평가 도입 10년,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겠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학교 현장에 갈등 소지로 작용한다는 비판에 휩싸여 폐지까지 주장되고 있다. 특히 학생, 학부모의 저조한 평가 참여로 인해 교사들이 직접 자신을 평가해달라며 학부모에게 사정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평가는 연수와 성과급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제도다. 그 첫 발검음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연수와 성과급 역시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한국교원교육학회와 함께 2020년 신년 기획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성과급제도 ▲교원연수 ▲교사연구년제를 주제로 전공 교수와 현장 교사 간 좌담을 마련했다. 1편은 오는 2월 29일 '교원능력개발평가 실시에 관한 훈령'에 따라 폐지 또는 개정해야 하는 '교원평가'다.

일시 : 2020년 1월 21일(화) 오후 3시/ 장소 : 중앙대학교 김이경 교수 연구실/ 정리 : 지성배 기자 

참석 :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중앙대 사범대학장),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공주교대 교수), 전대원 위례한빛고 교사,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 

에듀인뉴스-한국교원교육학회 공동 신년 기획 좌담 '도입 10년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와 과제는?'에 패널로 참석한 (왼쪽위부터)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중앙대 사범대학장),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공주교대 교수), 전대원 위례 한빛고 교사,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한국교원교육학회 공동 신년 기획 좌담 '도입 10년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와 과제는?'에 패널로 참석한 (왼쪽위 부터)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중앙대 사범대학장),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공주교대 교수), 전대원 위례 한빛고 교사,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가 2005년 시범운영 이후 도입 10년이 되었다. 도입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전제상(이하 전)=전국 1만2500개의 초중고에 학생을 가르치고 생활지도를 하는 45만명의 교원이 있다. 도입 당시 교원의 업무가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또 사회 변화에 따라 교원의 전문성이 이슈로 등장했다. 교원 전문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으로 교원평가를 도입, 제도로 보완해보고자 했다.

도입 10년, 실효성, 공정성, 타당성, 신뢰성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이는 결국 교원평가에서 교원을 바라보는 잣대가 타당하냐는 의문이다. 절차대로 진행한 평가가 진정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기제로 활용되는가의 문제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도 전반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익이 없다는 비판이다. 이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전대원(이하 원)=담당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아 제발 평가를 해달라고 사정을 한다. 평가자가 아닌 피평가자가 적극적이다. 아이들도 안 해서 수업시간에 컴퓨터실로 몰아 제발 좀 하라고 한다.

평가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측면을 떠나 이런 식의 평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교사에게 업무로 되어 버린, 평가자의 관심이 없는 이 평가,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 실제 교실에서의 교사 모습, 학교에서의 교사 모습을 학생은 알지만 학부모는 모른다. 그렇다보니 악감정 있는 학부모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교사의 수업을 본 적이 없는 학부모가 어떤 기준으로 교사를 평가할까. 과정평가인데 과정에 대한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다.

교원평가에 담긴 철학 역시 모르겠다.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무엇을 평가받고 있는지, 무엇을 반영하는 지표인지 알 수가 없다.

=학부모에게 평가 참여할 문을 열어주고 참여하라고 해도 안 한다. 그런데 참여율 50%를 지키라고 하니 교사들이 나서서 전화를 돌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평가 비신뢰, 홍보 부족, 접근 불편함 등으로 인해 제도가 무력화된 것이다. 이제는 다른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 중앙대 사범대학장.(사진=지성배 기자)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 중앙대 사범대학장.(사진=지성배 기자)

김이경(이하 김)=저 역시 현행 교원평가는 그 용도가 다 했다고 본다. 도입 당시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당시는 연수 안 받고 퇴직하는 등 노력하지 않는 교사, 소위 철밥통이 교사를 대변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또 IMF 등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노력하지 않는 교사들의 처우가 좋다’, ‘평생 고용된다’는 사회적 불만이 있었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의해 표준화를 통해 평가하고 통제하는 것만이 아이들의 성취도를 높인다는 공감대도 딱 맞아 떨어졌다.

결국 교원평가라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학교안에서는 부담도 크고 저항도 많았다. 내용을 줄이고 줄이면서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전락했다.

기존 평가는 역할을 다 했다. 새로운 세상에 맞는 새 제도가 필요하다. 교원에 의한, 교원을 위한, 교원의 미래를 위한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

윤지희(이하 윤)=교원능력개발평가 취지는 ‘교원의 교육활동 전문성을 진단하고 그에 따라 능력개발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한다는 데 있다’는 데 많은 교사가 공감한다.

교원평가가 그 용도를 다했다는 주장에 공감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전문성을 계속해서 돌아볼 기제는 필요하다.

나를 평가한다는 것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점검을 하고 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수요자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점검할 수 있고, 어떤 능력을 개선해야 하는지 정리해보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제도는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는 ‘지도력 부족 교사 퇴출 방안’이 담겨 논란이 되었다. 일명 '폭탄교사'라 불리는 이들 교사에 대한 정의 및 대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과도하게 업무를 회피하는 사람’을 ‘부적격 교사’로 결론지은 바 있다. 지도력에 관한 것은 임용시험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부적격 교사의 퇴출은 깊게 생각할 문제이다. 빈대 한 마리 때문에 초가삼간 태우는 형국이다.

교직 지원 이유의 하나는 신분보장이다. 신분보장을 없앤다면, 교직에 미치는 여파가 엄청날 것이다. 사회 전체가 교사를 잠재적 정신병자로 볼 수도 있다. 왜 퇴출하지 않느냐는 학부모 요구와 신고도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교사들에 대해 신분 보장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입직할 때 자격에 대한 검증을 더 면밀히 해야 한다. 이때는 양성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대학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자격증을 내어 준다. 더 객관적 지표들을 도입해 온정주의를 차단해야 한다. 입직한 후에는 퇴출이 아닌 학생과의 분리 관점에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 공주교대 교수.(사진=지성배 기자)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 공주교대 교수.(사진=지성배 기자)

=가령 A 교사가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면이 부족하고, 주기적으로 정신병력적 행동을 하면 퇴출이 아닌 지원 시스템을 꾸려 지원해야 한다.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등 법적 근간이 흔들리는 퇴출 논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 

교사의 질 관리 방법을 왜 평가로만 하려 하나. 자격이나 연수 등을 통해 일정 수준에 못 올라서면 왜 못 올라가는지 알아내 그에 맞게 교사의 역할을 바꿔줘야 된다. 예를 들어 티칭이 안 되면 지원 쪽으로 업무 변화를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자 양성 대학 특히 사범대의 경우 그 학교에서 최상위 클래스 수준의 학생들이다.

능력 부족 교사 퇴출한다지만 능력 부족이라기보다 인성 부족이다.

대학 들어갈 때 이미 전국 상위 2~3% 아이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바늘구멍이라는 임용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다. 다시 '비슷한 시험을 한 달 후에 볼 테니 너의 능력을 보여라'라고 하면 충분히 수행할 능력은 나올 것이라 본다.

교원능력개발평가로는 이들의 진짜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 개발과 평가라는 개념은, 정치적으로 묶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개념상으로는 묶일 수 없다.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지도력 부족 교사도, 초등의 경우 교대에 입학해서 교직적성·인성적성 검사 후 임용 그리고 일련의 연수를 거쳐 입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사로서의 역량은 갖췄다고 본다. 다만 기사들을 살펴보니 양성과정에서 교직적성·인성적성 검사가 제대로 작동하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시험 보면 다 통과하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냐는 것이다.

앞서 말씀처럼 교사 퇴출을 말하기 전에 입직과정에서 걸러내는 장치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또 입직한 교사의 경우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육을 하는 현장이다. 인간은 가르치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집단에서 평가를 통해 퇴출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르치는 가치와 실제의 괴리가 너무 크다. 이로 인해 교사집단의 사기가 저하될 것은 분명하다.

▲ 보고서에는 학교에 교원 평가를 맡기는 방안도 담겼다.

=학교에 맡긴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본다.

▲ 교원능력개발평가 안 하면 문제 있나.

=전혀 문제 없다. 교사 스스로 자기의 전문성을 개발하는 수단은 평가 말고도 많다. 문제는 초·중·고 1만2500개 45만명의 교원을 같은 시간에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 그리고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다양화해야 한다. 시골형, 도시형, 중간형, 대규모형, 소규모형 등 환경에 맞게 다양화해야 한다.

▲ 교사 전문성에 한정된 것이면 다양화 가능한데, 성과급 등으로 연계되는 것에 모순점은 없을까.

전대원 위례한빛고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전대원 위례한빛고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성과급은 학교 내 상대평가라 평가 다양화와는 모순되지 않는다. 전제상 교수님 말씀은 평가를 통해 순위를 매기자는 게 아니다. 각자가 속한 곳곳에 적합한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진에 반영하자는 개념이 아닌 전문직에 맞게 지표를 다양화하자는 것이다.

대도시에 있는 학교와 시골에 있는 학교에 근무할 때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다름을 느낀다. 그런데도 똑같은 잣대로 평가를 받으니 불합리하다는 의미다.

전 교수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교사의 직무와 역할이 학교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에 맞게 평가 내용과 지표도 달라야 한다. 그러나 현행은 똑같다. 속한 환경에 비춰 어떻게 직무와 역할이 작동하는지를 들여다보고 평가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잘 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 평가와 관련한 다양한 예시를 만들어 교육지원청에 보급하고 학교는 자율적으로 가져다 적용해 활용하는 방법은 어떤가.

=가능하다고 본다.

=가능하다. 교원의 신분은 국가수준이다. 법에 의해 표준화한 것으로 동일한 시점 평가를 통해 피드백하고 공개하는 일련의 절차를 국가주도로 간다. 그러나 지금은 장학, 연수, 학습공동체, 유튜브 등 자기 스스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제가 굉장히 많다. 굳이 국가 주도로 모든 것을 통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단일 기준 평가 체계는 타당성에 문제가 생긴다. 타당성 문제는 공정성 시비로 얼룩진다. 결국 학생은 학생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불만이 생기고, 교사는 교사들끼리 5점 만점에 5점을 주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시도교육감들은 교원평가를 시도 자율에 맡겨달라는 주장도 하는데.

=45만명의 조직을 운영하는 기본 틀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안의 내용과 절차, 결과 활용과 관련한 것은 자율성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는 5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 등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매년 그리고 똑같이 하려고 하니 서로 피곤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