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교원성과급, 이대로 괜찮은가?

김이경...성과평가는 상사평가로 "교장들 학교 내 신뢰 쌓아야"
전제상...근평, 성과급, 능력개발평가 통합 필요 "법적 근거 만들자"
전대원...부장하는 나는 B등급 교사 "20년차 고경력 교사에 적합한 연수는 어디에"
윤지희...폐지보다 개선 필요 "평가지표 모두가 수긍할 수 있게 가다듬자"

[에듀인뉴스-한국교원교육학회 공동기획] 교원능력개발평가 도입 10년,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겠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학교 현장에 갈등 소지로 작용한다는 비판에 휩싸여 폐지까지 주장되고 있다. 특히 학생, 학부모의 저조한 평가 참여로 인해 교사들이 직접 자신을 평가해달라며 학부모에게 사정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평가는 연수와 성과급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제도다. 그 첫 발걸음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연수와 성과급 역시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에듀인뉴스>는 한국교원교육학회와 함께 2020년 신년 기획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성과급제도 ▲교원연수 ▲교사연구년제를 주제로 전공 교수와 현장 교사 간 좌담을 마련했다. 2편은 S/A/B 등급으로 나눠져 기분만 나쁘다는 볼멘 소리를 듣는 '교원성과급제도'를 주제로 한다.

일시 : 2020년 1월 21일(화) 오후 3시/ 장소 : 중앙대학교 김이경 교수 연구실/ 정리 : 지성배 기자 
참석 :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중앙대 사범대학장),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공주교대 교수), 전대원 위례한빛고 교사,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 공주교대 교수.(사진=지성배 기자)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 공주교대 교수.(사진=지성배 기자)

▲ 교원평가는 교원성과급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기준 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 폐지 요구가 많은데.

전제상(이하 전)=우선 역사적 변천을 이해해야 한다. 근무성적평가는 1964년, 성과상여금은 2001년. 교원능력개발은 2010년 도입했다. 1960년대 근무평가는 승진이라는 매개체로 동기를 유발했으나 승진 전 2~3년만 열심히 하는 꼼수들이 남발돼 성과급이 도입된 것이다. 13월의 봉급이라 불릴만큼 보너스 개념이던 성과급도 처음에는 기분 좋았지만 점차 급간이 벌어지고 기준도 애매해 받아도 기분이 나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능력개발이 도입됐다.

그런데 이 세 제도가 다 작동하면서 미스매치가 일어나다 보니 모두 불만이다. 전문가인 내가 봐도 복잡하다. 어떤 것은 A기준, 어떤 것은 B기준, 어떤 것은 C기준이다. 그런데 실제 하는 것을 보면 거의 같다. 교사들이 평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버리자니, 승진을 버리자니, 능력개발 버리자니 아깝고 아쉽다.

일관되게 적용할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 실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김이경(이하 김)=S등급을 받아도 뿌듯하거나 감사한 마음이 없고, A나 B를 받으면 기분만 나쁘다.

성과급이 제 역할을 다 하려면 돈이 굉장히 충분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받는 것 외에 플러스로 받아야 하고, 성과를 실현했다는 자부심이 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런데 현행 성과급은 어떤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다.

안 주니만 못 한 상태이다. 학교마다 담임을 맡거나 일을 많이 하는 사람한테 주는 것이다. 예산을 1/n로 주는 곳도 있었다.

공무원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직사회의 불만이 있다고 안 할 방법은 없다.

전대원(이하 원)=지금은 1/n로 주는 것이 어렵다. 교사들 자체도 이해관계 대립으로 쉽지 않다. 우리 학교의 경우 작년에 모 조합원들은 받은 것에서 조금씩 각출해 청소하시는 분들을 도와주는 등 정신만 살리고 있다. 반납은 더 어렵다.

▲ 국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낸 세금이 교사들 성과급으로 간다. 성과급이 논란이면 안 주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없애면 교사들은 기존에 받던 것이라 반발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원=그래서 그냥 유지되는 것이다. 없애려니 S등급은 연봉이 4~500만원 날아가고, 그렇다고 유지하자니 A/B 등급은 큰 돈도 아닌 것으로 기분은 1년 내내 나쁜 상황이기 때문이다.

▲ 연수비 같은 것으로 바꾸면 안 되나. 성과급이라고 하니 기분도 그렇고 하니 연수비로 주되 차등폭을 줄이는 것은 어떤가.

원=제도를 도입하고 나면 더 어려운 것이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다.

전=13월의 봉급이 정당성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평가도 잘 하고 있다고 본다. 학교별로 기준을 스스로 만든다. 곤란도와 난이도에 따라 점수화하는데 그게 나에게 해당됐을 때 기분이 나쁜 것이다.

인사혁신처와 기재부에서 운영체계를 가져오면 되는데 교육부가 사실 힘이 없다. 지금 구조로는 바꾸기 어렵다.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 중앙대 사범대학장.(사진=지성배 기자)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 중앙대 사범대학장.(사진=지성배 기자)

▲ 매번 할때마다 불만이니 극단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점검을 해봐야야 하는 것 아닌가.

김=학교 내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일 고생하는 사람, 기피업무하는 사람에게 주자는 공감대를 형성해 그대로 하면 된다. 담임, 부장 기피하는데 비율을 확 높여서 주자는 합의가 되면 기피업무를 맡는 동기유발이 될 것이다. 동기유발되고 그에 맞춰 열심히 한다면 성과급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는 것이라 본다.

원=바깥에서는 청소지도 같은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힘들다. 기준이 몇 회를 했는가 이렇게 되다 보니 쪼잔해 보인다.

한번은 밖에서 누가 ‘쪼잔하게 니들은 그런거 갖고 그러냐’고 하니 ‘그 쪼잔한거 참는 댓가로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외부 사람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나는 몇 년째 성과급 B등급이다. 부장교사도 하는데 왜 B를 받냐고 놀란다. 연수를 안 받아서 그렇다.

나는 20년차 교사다. 박사 과정 공부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나와 있는 대부분 연수 프로그램이 이제 나에게는 안 맞는다. 성과 등급을 잘 받아 몇 백만원 더 받겠다고 이정도 수준의 강의를 들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온다. 그 강의의 필요성은 개별 수준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강의를 듣고 싶은데 그러한 강의는 찾기 어렵다.

국민들은 내 아이를 서울대 잘 보내고 수업 잘 하는 교사가 S를 받고 교육활동이 부족한 교사가 B 등급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S/A/B는 그 순서로 나오지 않는다.

이것을 일치시키려면 현 제도로는 불가능하다.

김=학교에는 싫든좋든 처리해야하는 업무가 있다. 그런데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부족하다. 내가 싫다고 안 하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성과급 제도가 그나마 사람들을 움직이는 요인 요소가 된다고 본다.

학교 안에 돌봄, 방과후 등 교사 본연의 업무와 다른 것이 너무 많다. 학생들 성취만 성과로 보면 안 된다. 아이들을 인성적으로 잘 돌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라고 본다. 그렇게라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윤지희(이하 윤)=교원성과급은 교사에게 동기부여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교사들의 동기부여를 제대로 시키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함을 말하기 보다는 잘 개선해서 교사의 동기부여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가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2018년에 교원성과급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현장 교사를 인터뷰 하다 보니 부정적 시각이 다수이더라. 그런데 기피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동기부여로 실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일부 교사들은 평가 지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았다.

교사들이 문제삼는 것은 평가 지표의 타당성이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게 가다듬으면 좋겠다.

단적인 예로 초등의 경우 6학년과 1학년이 기피학년이다. 거기에 부장, 방과후, 돌봄 등을 맡으면 점수를 높여준다. 그런데 6학년을 맡았는데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를 맡으면, 어떤 교사는 “당신이 돌봄 등 큰 업무를 맡아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나도 6학년을 맡아 고생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돈다. 불필요한 경쟁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하나, 교사들 인터뷰를 해보면 경제적 요인보다 소명감으로 많이 움직이더라.

성과급에 있어 돈도 돈이지만 연수비를 지원해준다든가 하는 유인책을 함께 운용한다면 교사들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평가, 성과급, 능력개발을 하나로 합칠 수는 없나.

전=우선 교원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교원의 신분과 역할에 대한 규정은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에 규정돼 있다. 모두 상위법인데 하위법이 없어 승진규정과 연수규정에서 논의되고 있다.

교육기본법이 안 되면 초중등교육법에 교원평가라는 단어를 넣고 그에 맞춰 하위에 시행령을 만들어야 통합해서 활용할 수 있다. 승진, 성과급, 능력개발 모두 다룰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김=평가는 심플해야 한다. 돈 줄 기준이 필요해 평가를 만들고 다면평가로 해놓으니 피로도가 높고 쓸데없이 갈등만 불러 일으킨다.

공무원은 성과 평가 강도가 세다. 열심히 한 사람이 A등급 가져가는 것 아니다. 무상교육 같은거 통과되면 점수를 잘 받는데 그것을 실현하지 못한 2018년에는 0점이었다. A 받으면 1000만원 정도 더 받는다. 승진에 60% 반영된다. 교육정보화, 나이스 담당하는 공무원들 매번 점수가 좋지 않다. 얼마나 억울하겠나.

그럼 왜 교원들만 어려워할까. 다면평가가 중요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성과급은 상사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상시 관리자의 객관적인 관찰을 기반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장은 독단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신뢰가 없어 아쉽다. 부장, 담임 등 열심히 하고 학교 교육에 기여하는 교사에게 성과급이 돌아간다는 학교 자체의,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전대원 위례 한빛고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전대원 위례 한빛고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원=성과급 처음 나왔을 때 이럴 바에는 교장이 주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가 왕따를 당할 뻔했다. 또 정성평가 하면 어려우니 정량으로 가자고 했다가 아주 혼쭐이 났다.

조직 관리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승진에 미련 없는 교사에게는 교장의 지도력이 미치지 않는다. 교장 올라가기 전 3년에 교장의 리더십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 좋게 말하면 워라밸, 다른 말로 말하면 교포(교감, 교장 승진 포기)라 불린다.

이런 교사들이 과거보다 엄청 많아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처음으로 승진 점수가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대도시권 학교는 부장 특히 학생부장을 못 구해서 난리인 상황이다.

그런데 쉽사리 교장에게 전권을 주자고 말을 못하는 것은 그 교장은 어떻게 교장이 되었냐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교장이 학교 내의 인정을 바탕으로 권위가 서 있다면 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부 반발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교장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 무엇이 교원의 능력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교장에게는 수업이 크게 중요치 않다. 수업은 아무 교사나 들어가도 한 시간이 간다. 열심히 준비해서 한 수업과 대충 한 수업 모두 교장에게는 한 시간 수업일 뿐이다. 수업의 질과 생산성, 성과도 다르지만 아무도 이를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교장의 평가는 교무부장해주는 것, 부모의 평가는 대학입시, 케어링, 상담 등 다양하다. 이런 모습이 학교의 진짜 모습이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에 더해 학습지도, 생활지도는 정량화가 안 된다. 바라보는 사람마다 다르다. 실제 교장들 역시 학습지도, 생활지도로 승진한 사람들이 아니다. 괴리가 괴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에듀인뉴스-한국교원교육학회 공동 신년 기획 좌담 '교원성과급, 이대로 괜찮은가'에 패널로 참석한 (왼쪽위부터)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중앙대 사범대학장),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공주교대 교수), 전대원 위례 한빛고 교사,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한국교원교육학회 공동 신년 기획 좌담 '교원성과급, 이대로 괜찮은가'에 패널로 참석한 (왼쪽 위부터) 김이경 한국교원교육학회장(중앙대 사범대학장), 전제상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공주교대 교수), 전대원 위례 한빛고 교사, 윤지희 인천 숭의초 교사.(사진=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