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학생 의견 배제된 교원평가 논의 "기울어진 운동장"
교원평가, 교육자치와 마을교육공동체, 혁신교육 실현 키 포인트
교육자치 추구 교육계 "교사와 학생, 학부모 신뢰와 소통이 우선"

원미선 용인교육시민포럼 대표
원미선 용인교육시민포럼 대표

[에듀인뉴스] 교원평가제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주체인 제도이다. 그러니 그것의 실익과 존폐 여부에 관해서는 당연히 주체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주체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최근 <에듀인뉴스>에 실린 교원평가제에 관한 글들을 보았다. 글들 대부분은 교원평가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있어 철저히 교사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교육전문가라면 교육3주체의 입장과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해서 글을 써야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너무 편파적이고 감정적이며 심지어 사실에 대한 왜곡까지 있었다.

교원평가가 그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만이 목표인 제도인가? 교육자치와 마을교육공동체 그리고 혁신교육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학교수업을 비롯한 학교운영 전반과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제도의 더 근본적 목표가 아니었던가?

교원평가는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적인 제도적 창구이다. 제도가 부실하면 개선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나 노력 없이 그저 폐지해야한다고만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교원평가제에 관한 몇 개의 글 중에는 ‘교원의, 교원을 위한, 교원의 미래를 위한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교원평가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주장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교사중심주의, 교사일방주의가 과연 지금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내세우는 ‘교육자치’라는 기본적인 방향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학부모에 대한 폄하와 배제가 가득 차 있었다. ‘실제 교실에서 교사모습, 학교에서의 교사모습은 학생은 알지만 학부모는 모른다. 그렇다보니 악감정이 있는 학부모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과정평가인데 과정에 대한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다’는 부분이다. 이건 학부모에 대한 불신과 거부의 멘트다.

그 말을 학부모들이 보게 될 거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가? 아니면 봐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런 태도는 오만과 권위주의의 극치다.

(출처=https://cafe.naver.com/suhui/13486787)
(출처=https://cafe.naver.com/suhui/13486787)

교대 입시 성적이 교사 자격을 검증하는가

A교수는 '교사의 지도력은 교사임용시험으로 증명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번 시험으로 수십년 동안의 교사능력이 보장되는가?

또 다른 글에서는 ‘우리나라는 상위 10% 이내에 드는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 끝에 교사로 선발된 역사가 이미 20년을 넘었다. 지금 학부모세대, 혹은 정책입안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 무능한 교사들은 대부분 퇴직한 지 오래다’라고 말한다.

교대 입시 성적이 높은 것으로 교사의 자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은 위험성과 이중성을 갖고 있다. 교사의 자질이 단지 대입 성적에 머무는가? 그렇다면 학교 밖에 있는 사교육 강사들이야말로 가장 능력 있는 교사이다. 교원의 자격과 자질을 논하는데 대입 성적을 운운하는 이 상황이 몹시 민망하다.

입시교육이 학교교육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교육부도, 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교원단체들도 입시교육부정론을 내세우는데, 교대의 입시 성적이 좋으니 교사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평가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주장은 무슨 궤변인가?

교사들의 교대 입학 성적은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에는 교사 자질에 인성평가 등 정성적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교사에게 얼마나 탁월성을 기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학교에 무능한 교사는 드물 것이며 지금의 학부모세대 혹은 정책입안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 무능한 교사들은 대부분 퇴직한지 오래다’라는 비아냥이 섞이고 오만하기 그지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발언에 과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동의하는지 설문조사라도 해봐야 할 것 같다.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해봐야 현실을 이해하려나? 아니면 이것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 사이의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간극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중심주의 벗어나야

교원평가 폐지를 주장하다보니 급기야 비난의 무대를 정치적인 것으로까지 끌고 간다. 한 칼럼에서는 '참여정부의 입시정책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 불릴 정도의 실패작이었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공교육부실론이라는 유체이탈화법으로 그 불만을 정부가 아니라 교사에게 돌렸다. 그럼으로써 정부가 잘못짠 입시정책에 대한 불만을 교직사회에 전가할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교원평가의 목적과 취지에 대한 매우 왜곡된 정치적 해석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교육정책의 실패는 교사 빼고 다 남탓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교육전문가라고 하면서 제도와 정책을 논할 때 남 탓만 하는 교사의 모습이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제도에 대한 논의가 교사중심주의, 교사단체중심주의에 빠진 채 거기에 더해 정치적 시비까지 하는 것이 과연 교사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교사들에 대한 불신만 키워 교사 고립과 단절 상태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교육자치, 마을교육공동체, 혁신교육..."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신뢰와 소통 절실"

결론은 교육계가 진정으로 교육자치를 추구한다면 그리고 마을교육공동체와 혁신교육을 성공시키려한다면 이제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의 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교사와 학부모들이 서로를 외면하고 폄하하고 불신하는 태도로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신뢰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혁신교육도 마을교육공동체도 교육자치도 결국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교육주체들 간의 신뢰와 참여가 무너진 교육자치는 결국 교육감자치, 교장자치로 끝나게 될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선출하는 교육감 직선제 자체가 비판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원평가제 존속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서 보여 지는 극단적 교사중심주의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고 교사들도 존중받는 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함이다.

물론 학부모들의 의식과 이기적 태도 또한 개선되어야 할 교육 현장의 숙제이다.

그것은 우리 같은 시민단체들이 책임져야할 부분이다. 우리들도 노력할 것이다. 국가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국가 공교육을 책임지는 분들도 좀 더 유연하고 열린 자세를 보여주길 요청한다.

그 첫 번째 사례로 교원평가 폐지 여부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라는 세 주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다시 요구한다. 그것이 학교 현장 대부분 학부모와 학생의 의사다.

교육문제를 논하는데 있어 교육3주체가 끊임없이 노력해 신뢰와 소통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모든 해법의 시작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이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귀기울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