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당초 박건민 교사, 나지환·김예준·유민우·이서진 학생
FLL 세계대회 공립 최초 1순위 출전권..."준비하며 많이 성장"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효과적인 사람들은 방해 받지 않는 상당히 연속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며 자투리 시간은 아예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량 시간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을 기초로 중요한 업무 활동에 대한 마감일을 설정해 두고 있다."<피터드러커 ‘프로패셔널의 조건' 중에서> 

지난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2020 코리아로봇아로봇챔피언십 FLL(FIRST LEGO LEAGUE) 전국대회에 참가해 공립학교 최초로 세계대회 1순위 출전권을 획득한 대구 신당초 박건민 교사와 4명의 초등학생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난 구절이다. 

FLL 대회는 미국 FIRST재단이 1999년부터 시작한 만16세 미만 글로벌 청소년 로봇축제로 과학, 공학, SW,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꿈을 희망하는 전 세계 80여개국 40만명 이상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대회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벽까지 노력했다는 경험담을 들려 준 나지환, 김예준, 유민우, 이서진 학생. 박건민 교사와 4명의 학생을 만나 대회 참여 동기 및 준비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박건민 교사, 나지환, 이서진, 유민우, 김예준, 박현지 학생. 뒤쪽은 전민성로봇강사.(사진=박건민 교사)
왼쪽부터 박건민 교사, 나지환, 이서진, 유민우, 김예준, 박현지 학생. 뒤쪽은 전민성로봇강사.(사진제공=박건민 교사)

대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박건민(이하 박)=FLL 대회의 취지에 공감하게 되어서 참가하게 되었다. 미국 퍼스트재단에서 과학과 공학에 관심을 가지고 로봇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실생활과 글로벌 문제를 연관지어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고 나누는 대회라기보다는 축제와 같은 장이다. 순위를 경쟁하기보다는 팀이 협력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융합역량과 글로벌미래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했다.

▲이번 대회가 첫 출전인가. 

=지금 신당초 학생들은 첫 출전이다. 하지만, 그 전 학교에서 참여 경험이 있다. 2017-18 Hydro Dynamics 2018-19 Into Orbit라는 주제로 물과 우주라는 주제를 가지고 도전해보았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대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보니 먼저, 학생들에게 좋은 것을 경험시켜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회를 소개하고 경험해보도록 했다. 지난 2년간 개인적으로는 대회 규정을 이해하고 지도 방법을 고민하였었고 올해의 경우 약 2년간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대회에 출전할 학생들은 어떻게 선발했나. 

=고학년을 대상으로 FLL 소개 영상을 아침 방송시간에 보여주고 소개한 다음 모집 공고를 했고 학생들의 진로나 관심분야를 고려해 직접적으로 권유한 학생들도 있었다. 대회 성격상 주로 로봇이나 코딩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편이다. 

학생 선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발성이다. 처음에는 오픈클래스 형태로 몇 번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대회의 전반적 부분을 이해시키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생각하도록 한다. 

최대 10명을 한 팀으로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팀 안에서 스스로 역할을 분담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고, 정규 수업 시간에 지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스스로 시간 계획을 세워서 필요한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 또한 필요하다. 

시작할 때는 더 많은 학생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짜 할 사람만 남게 된다. 결국 스스로 하고 싶고, 오고 싶어서 온 학생들만 마지막까지 남게 된다. 서로 마음이 맞는 학생들끼리 자율적으로 개인시간을 조정해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찾아와서 나를 성가시게(?)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

▲학생들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나지환(6학년)=팀의 리더 역할을 했고,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로봇디자인과 모듈제작과 코딩 프로그램을 짜기를 좋아합니다. 지역대회 전날 제작한 모듈과 프로그램이 안 맞아 의욕을 잃고 포기하다시피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나는데 늘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박건민 선생님과 잘 따라 주는 후배들 덕분에 힘을 내고 새벽에 나와서 다시 모듈과 프로그래밍을 완성한 덕분에 지역대회에서 1위를 하게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서진(5학년)=프로젝트 발표 준비를 주로 했어요. 팀원들과 미션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 의견을 물어보고 정리하는 일을 했고요. 적절한 모양과 기호를 활용해 우리의 생각을 드러내는 발표 자료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고 정리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유민우(5학년)=로봇디자인과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일과 팀원들의 의견 조율을 담당했어요. 로봇디자인에 치중하다보면 코딩 프로그램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먼저 로봇디자인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모양을 스케치해보고 문제점을 미리 살펴보는 일을 제안하고 실천했죠.

김예준(5학년)=지환이 형과 함께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모듈 제작과 프로그래밍을 했어요.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로봇과 모듈을 만들 때 수정을 담당했고 코딩부분의 경우도 좀 더 간단하게 프로그래밍 할 수 있도록 해 보았지요. 프로젝트를 발표할 서진이가 자료를 만들 때 강조해야 할 점 등을 말해줬어요. 

대구신당초 학생들이 로봇 퍼포먼스 미션 수행하는 모습.(사진=대국교육청)<br>
대구신당초 학생들이 로봇 퍼포먼스 미션 수행하는 모습.(사진=대구교육청)

▲대회준비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대회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가장 힘들었다. 2.4m*1.2m의 경기장을 교실 어딘가에 마련을 해야하는데 학교에서는 이를 위해 별도로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장 제작을 위해  직접 목공소에 가서 경기장을 제작해 교실에 운반해오니 교실의 반이나 차지하여 수업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한쪽에 세워두거나 여러 교실을 옮겨다니면서 연습을 했다.

로봇 또한 학교예산으로 구매하기가 어려워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고 부족한 것은 사비로 충당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을 학교에서도 알아준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첫 번째는내가 지도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지도받을 수 있도록 로봇동아리를 개설해주었고, 두 번째는 우리학교에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줬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많은 선생님들께서 응원해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대회를 통해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게 된 점이 있다면. 

=이 대회는 경쟁보다는 협력과 공유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특히 대회 준비 과정에서 두 팀으로 나눠 모의대회를 치를 때 팀 내의 융합적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상호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는데 노력했다. 그리고 팀 간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간발표 시간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 과정에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용한 점과 이를 바탕으로 진심어린 협력을 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세계대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세계대회는 한국대표로 참가하는 것이니 프로젝트에 우리나라에 대해 알릴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도심 속 한옥 생활을 통한 친환경적 주거환경 조성과 전통문양과 디자인 등을 추가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로봇디자인 및 로봇퍼포먼스도 이에 맞춰 새롭게 재구성해 준비하고 있다. 

대회자체가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고 교육복지대상이 70% 이상인 신당초 환경 상 세계대회 출전경비를 마련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학생들이게 꿈과 희망을 선물할 수 있도록 후원 등을 통해 부담이 줄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