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신안대학교 교수

[에듀인뉴스] 지난 2년간 끌어오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소위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립유치원 회계 문제는 유아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유치원 3법의 통과는 최소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를 마련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만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 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 관계자들도 오명을 벗고 교육자로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의 통과는 문제해결의 시작일 뿐 갈 길이 아직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장 통과된 3법을 적용하려면 엄청난 무리가 따르고 제대로 시행이 어려운 내용들도 적지 않다. 1년 유예되기는 했지만 학교급식법의 적용은 사립유치원의 급식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대책은 무대책이 대책인 듯하다.

어떠한 법과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론과 법의 힘으로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단순한 접근이다. 

그런 점에서 그간 진행 과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립유치원의 문제가 드러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지나치게 확대하고 선정적인 내용을 과장해서 퍼뜨린 것은 그 의도를 순수하게만 보기 어렵다.

또 이를 빌미로 모든 사립유치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먼지털기식의 감사를 진행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모든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식의 감사도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지적 건수가 적어지자 감사의 범위를 교육과정에 대해서까지 과도하게 넓혀서 오히려 교육을 방해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교육현장이 가장 바쁠 시기인 2월과 3월에 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오히려 감사기관을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시기에는 교육청에서 공문조차 시행하지 않는다. 교육방해 행위를 적폐로 규정하는 자신의 정책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는 것이 바로 교육청이다.

과거에 문제의식 없이 일어나고 행해졌던 일을 현재의 잣대로 평가하고 문제 삼는 것 또한 공정하다고 할 수도 없다. ‘감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돌아보면 적발 건수를 늘이기 위한 과도한 감사에 대해 쏟아지는 현장의 비판이 지나친 자기방어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가장 나쁜 것은 무엇도 아닌 교육을 방해하는 행위다. 교육을 제대로 하겠다면서 교육을 망치는 행정을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교육당국, 국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런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유아교육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유치원 3법의 통과는 그 출발점이어야 한다. 

유치원3법이 통과되자 박용진 의원과 유은혜 부총리 등이 기뻐하고 있다.(사진=박용진 페이스북)
유치원3법이 통과되자 박용진 의원과 유은혜 부총리 등이 기뻐하고 있다.(사진=박용진 페이스북)

사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유아교육에 대한 일차적 책무는 국가에 있다. 그동안 국가는 스스로가 담당할 수 없었던 유아교육의 상당부분을 사적영역에 의존해왔다.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이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장하고 확대되는 과정에 사립유치원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국가의 책무를 사립유치원이 대신해 왔다는 사실과 이 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의 자율적 운영을 묵인해왔음을 정부당국은 시인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한 개인들의 헌신에 대한 존중 또한 국가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책무이다.

반면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유아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자신들이 유아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교육자로서의 자존감을 되찾는 명예로운 길이다. 
 
따라서, 먼저 국가가 유아교육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공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유아교육에 대한 공적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우선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유아와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교육비 차별을 없애야 한다. 기관에 따라서 교육비에 차별이 있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으며 이는 공적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누구는 충분히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온전한 국민이고 누구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반쪽짜리 국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의 출구를 열어주는 방안도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 이제 다수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에 진입하던 시기와는 조건 자체가 달라졌다. 새로운 기준에 따라서 이를 받아들여서 계속 사립유치원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사립유치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만약 이런 조건에서는 더 이상 유치원을 운영할 의지가 없는 기관에 대해서는 시설 용도변경이나 국가 매입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토대에서 사립유치원의 진로에 대한 국가와 사립유치원간의 협의와 대타협이 필요하다. 

또 사립유치원에서 요구하는 시설사용료 부분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수많은 사립유치원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상황을 국가가 감당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건전한 사립유치원의 육성 또한 필요하다. 사립유치원이 투명한 회계와 충실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한 단계 발전된 유아교육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공립유치원을 늘이는 것에 대한 편익분석이 필요하다. 비슷한 규모의 사립유치원에 비해 몇 배의 설립비용과 운영비가 드는 국공립 유치원의 증설은 현명한 대안이 아닐 수 있다.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는 국가 전체의 인프라 재배치라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며 사립유치원의 매입과 위탁운영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공교육으로서 유아교육의 취지에 동의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유아교육에 동참하고자 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유아교육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진정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유아교육 개편의 방향이고 유아교육 구성원들도 바라는 바일 것이다. 

이를 토대로 국가는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유치원은 법률의 지배가 아닌 자율성을 바탕으로 교육에만 충실할 때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내실 있는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교육을 위한 길인지? 그것만 사고의 중심에 두면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