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플 걱정보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걱정
불편한 감정의 대상 되어 보니..."타인 향한 미움 나부터 걷어야"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프랑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아시아인 차별 혐오 확산할까"

[에듀인뉴스] 며칠 전, 프랑스 시간으로 밤 11시께 학교에서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보르도에서 1명, 파리에서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을 다녀오거나 중국인과 접촉한 학생은 담당 부서로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서 공부를 한 지 어언 7년, 아시아계 학생으로서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언제나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숱한 직간접적인 차별을 겪었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에는, 소수 인종을 향한 한층 심해진 차별로 인해 집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던 때도 있었다. 르완다에서도, 옅은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을 향한 지나친 관심과 달갑지 않은 오해를 받고는 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걱정스럽게만 느껴진다.

아프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보다는 이 사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아시아인이 차별을 받을 것이며, 더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혐오가 번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이어진다.

근 며칠, 프랑스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혐오 피해자가 속출했다. 중국인을 다른 아시아인들과 구분 지을 수 없는 몇몇 유럽인들이 아시아인 전체를 타깃으로 삼고 차별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리의 국립대학을 다니는 한 지인은 믿었던 교수에게서 손 세정제와 인종차별적 모욕을 받기까지 했다.

지금은 소수 가해자가 소수의 피해자를 낸 것에 그치지만, 바이러스와 두려움이 더 퍼졌을 때, 이 차별이 혐오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을까.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혐오’를 바라보다

혐오의 사전적 정의는 불결함, 두려움 등의 이유로 특정 대상을 향한 불쾌, 싫어함, 기피함이 극단화 하는 것이다. 그 극단적 감정 표출의 가장 깊은 곳에는 항상 두려움, 증오, 걱정, 불쾌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있다.

2016년, 르완다에서 제노사이드를 연구하고 평화 구축을 위해 일하던 때, 얼마나 많은 르완다인들이 아직도 1994년의 기억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았다.

1884년, 르완다 식민지 통치국들의 민족차별적 정책에 의해 ‘혐오’가 르완다에 들어왔고, 한 민족이었던 후투족과 투치족은 서로를 불신하고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 복합적인 감정은 결국 100일이라는 기간 동안 최소 50만명의 사상자를 낸 제노사이드로 이어졌다.

르완다인들은 대학살이 끝나고 25년의 세월 동안 관계 단절의 해결과 평화 구축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상처와 아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다방면에서 르완다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나게 한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두려움이 커지고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아닌 ‘우한 폐렴’이라 부르고, 차별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지금 당장의 복잡한 감정을 해소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혐오적 언행과 그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인해 불특정 다수가 눈치를 보고, 각종 차별의 피해자가 된다. 한국의 중국 혐오는 국경 너머 중국인, 재중 한국인, 교환 학생 중인 중국 학생, 중국계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 등 중국과 관련 있는 모두를 구분 없이 향하며, 그들을 우리 사회에서 지워 버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료법이 확실히 효과를 보이기 전까지,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특정 집단을 향한 원망과 분노는 두려움과 합쳐져 ‘혐오’가 될 것이다.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아시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까지 차별과 증오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내가 파리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목을 가다듬거나 재채기를 할 때 나를 향한 눈길이 느껴진다. 때때로 그들의 두려움과 의심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들의 눈을 피하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한다.

불편한 감정의 대상이 되어보니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된다.

나 먼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거두자고. 타인을 향한 미움이 나의 손을 벗어나 자라나지 않게 조심하자고.

임예린 파리정치대학 국제개발 석사과정 학생

임예린. 미국 Franklin & Marshall College 정치·경제 학사. 르완다에서 제노사이드 및 평화 구축을 위한 리서치 및 인턴십을 하던 중 국제개발에 뜻을 두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 현재 인권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개발 석사공부를 하는 중이다.

“최연소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말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 평화를 위해 싸우다 쓰러진 자, 평등할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이들을 위해 나의 목소리를 냅니다.’ 

나 또한 나 자신이 아닌 평등한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삶과 배움을 통해 바라본 인권, 교육, 평등 및 복지 이슈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