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자, 보건교육] "성(性)은 SEX 아냐"...보건 수업에서 이뤄지는 성 교육은?
[바꾸자, 보건교육] "성(性)은 SEX 아냐"...보건 수업에서 이뤄지는 성 교육은?
  • 김영숙 경기 남양주 장현초 보건교사
  • 승인 2020.01.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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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등으로 성(性) 배운 아이들..."잘 안다고 착각"
접근 어려운 성교육 "그림책 활용으로 거부감 줄어"

[에듀인뉴스-보건교육포럼 공동기획] 2007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학교 현장에서 보건 교육이 의무화됐다. 이후 13년, 학교 현장에서는 하브루타, PBL, 거꾸로수업 등 다양한 교수법이 도입되었다. 특히 2015 개정교육과정은 역량 계발을 교육의 중심에 둠으로써 교과마다 수업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사)보건교육포럼과 함께 변화한 보건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자세히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김영숙 보건교사
김영숙 경기 남양주 장현초 보건교사

보건실에 오는 아이들, 성(性)을 잘 안다고 착각하는 아이들

[에듀인뉴스] 학교를 옮기고 여름 무렵 6학년 은영이(가명)가 “선생님 진통제 있어요?”라고 물어보며 처음 보건실에 왔다. 월경통이라고 한다. 우선 따뜻한 찜질팩을 배에 올려주고 눕혀 문진을 했다.

은영이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월경을 시작했는데,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고, 늘 늦게 오셨기 때문에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혼자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생리대착용법을 배우고, 월경통이 있는 경우 진통제를 먹었다.

지수(가명)도 월경통으로 왔는데 심한 경우 하루에 진통제 한판을 먹었다고 한다. 학부모님과 통화를 해보니 본인 또한 생리통이 심해서 유전이라 생각하고 아프면 진통제를 먹으라고 했었다고 한다. 학부모님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함을 설명했다.

동민(가명)이는 또래성폭력 문제가 있어 부모님과 동민이에게 개별 성폭력예방교육을 했다. 동민이 어머님은 스마트폰에 음란물 차단앱이 있어서 동민이가 음란물을 볼 수 없다고 하였으나, 동민이는 차단앱을 다시 차단하고 음란물을 보았다고 한다.

소희(가명)와 정호(가명)는 사귀는 사이인데 정호가 소희마음을 잘 몰라서 소희가 속상하다며 보건실에서 하소연을 하고, 연우(가명)는 여드름 때문에, 철민이는 성교육시간에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해서 보건실을 찾아온다.

아이들은 이미 동영상을 통해 성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지식을 보건교사에게 자랑하거나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알고 있는 성은 생물학적 성(SEX)에 국한한 경우가 많고, 오히려 자신의 몸에 대해 무지하기도 하다. 성교육을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시간까지 아이들에게 성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며, 삶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성을 대상화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학년별 성교육을 15~20차시 편성한다. 그러나 대부분 체육이나 과학, 도덕 등 관련교과수업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과학시간에 수술과 암술에 대한 내용을 배우면 정자와 난자에 관련한 성교육을 헌다. 도덕시간에는 ‘더불어 나누는 이웃사랑’ 단원이면 이성간의 예절 성교육, 국어시간에 2-2 ‘경험을 나누어요’를 통해 성폭력에 대해 배운다.

(왼쪽부터)5, 6학년 보건교과서 생활속의 보건 차례 중 성과 관련한 내용
(왼쪽부터)5, 6학년 보건교과서 '생활속의 보건' 차례 중 성과 관련한 내용

관련교과를 통한 성교육 역시 필요하지만, 실제 성교육이라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성교육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거의 유일하게 보건교과 속 성교육 단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 6학년 중 보건수업시간에 배당되는 시간은 보통 17차시이기 때문에 실제 성교육은 보건교사에 따라 3~5차시정도로 실시된다. 이마저도 한 학년만 수업을 하는 경우,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원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설문조사 해 보니...이성교제 늘어난 아이들 "데이트 비용과 스킨십 고민"

성교육 첫 시간에는 아이들이 주변 친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쉽게 질문을 못한다. 그래서 배우고 싶은 것이나 궁금한 것을 적어보도록 한다.

아래는 초등 5학년 학생들이 질문으로 사춘기와 관련한 질문이 많고, 6학년에 올라가면 질문이 좀 더 자세하고, 성관계나 자위에 집중되는 경향성이 있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성이 건강과도 관련이 있나요? ▲사춘기 몸의 변화에 대해 알고 싶어요 ▲생리는 왜 하는 거에요? ▲포경수술을 하면 어떤 것이 좋은가요? ▲여드름은 왜 생겨요? ▲화장실을 자꾸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관계가 뭐에요? ▲왜 남자와 여자는 결혼하면 성관계를 하나요? ▲성차별이 왜 생기나요? ▲성폭력을 왜 하는지? ▲‘야한’ 이런 글자가 뭐에요? ▲수염은 왜 나요? ▲생식기에 털이 자라면 키가 크나요?

질문은 수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수업을 통해 알려주지 못하는 내용은 마지막 시간에 정리하면서 설명을 한다. 질문쪽지를 받은 뒤 아이들에게 ‘성’ 하면 떠오르는 것을 포스트-잇에 적고, 칠판에 붙이도록 한다. 아이들이 적어 놓은 내용을 읽어보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한다.

첫 시간 성교육시간을 통해 교사는 피부색, 장애인, 비장애인, 여러 체형, 남녀, 어린이부터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그림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발표해보도록 한다.

성이란 우리 삶이고 우리의 인생임을 안내하며, 태어나서 노인이 될 때까지의 우리 모습임을 설명하며 마무리를 한다.

성교육을 할 때 설문조사를 하면 아이들의 생각과 경향성을 엿볼 수 있다. 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수업 내용이 풍부해진다.

이성교제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몇 년간 꾸준히 하고 있는데, 해마다 아이들이 이성교제에 대해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에 이성교제를 경험한 경우가 5~6명 정도였으나 최근에 조사해보니 한반에 12~15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초등학생임에도 모태솔로라는 말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 상태 창에 자신의 연애 중임을 알리며, 심지어는 다른 이성의 연락 은 안받음이라는 내용도 적어 본인들의 사랑이 철옹성임을 자랑 한다.

수업 중반부에는 이성교제에 따른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지 모둠별 토론을 진행한다. 남학생의 경우 데이트비용이 가장 큰 고민이고, 여학생의 경우는 스킨십이다. 결과는 ‘데이트비용은 둘이 같이 분담하고, 상대방이 원치 않는 스킨십은 하지 않는다’이다.

어떻게 보면 뻔한 결과이지만, 서로가 의견을 나누고 미리 생각을 해봄으로써 미래의 연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트비용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하자면 초등학생의 경우 데이트를 하기 보다는 주로 방과후에 카톡으로만 연락을 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거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한 날 선물이나 커플용품을 구매할 때 데이트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 부담스러워 이성교제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림책 '빨간모자'로 진행한 성교육,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바꿔볼까?"

그림책은 아이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성교육의 핵심은 사춘기 몸의 변화와 더불어 구체적인 성관계방법과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이다.

늘 아이들은 이 부분을 궁금해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늘 난처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럴 때 그림책을 활용하면 그 부분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림책은 주로 유아들이 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림책을 통해 설명하면 아이들이 거부감이 적다. 성관계 장면 및 아기가 태어나는 내용이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책이 의외로 많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이런 그림책을 봤으면 오히려 성에 대해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와 마을주민들 대상으로 교육을 할 때 그림책 활용법을 주로 전달한다.

그림책 '빨간모자'를 활용한 성폭력 예방 수업.(자료=김영숙 보건교사)
그림책 '빨간모자'를 활용한 성폭력 예방 수업.(자료=김영숙 보건교사)

성폭력예방교육을 할 때도 그림책을 활용한다.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모자’는 그림형제의 빨간모자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는데, 성폭력이 발생하였음 짐작하게 하는 부분은 있으나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아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완화시켰다.

이 책을 통해 성폭력과 관련된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성폭력은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라는 고정관념이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빨간모자가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 책임은 피해자인 빨간모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잘못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치열한(?) 의견이 오갔고 결국 성폭력은 가해자의 잘못이며,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이와 함께 성폭력 예방을 위해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여성을 무기력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상력을 부여하기 위한 프로그램. 출처: 한국성폭력상담소) 및 기존의 피해자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탈피해 가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 속상했던 점 발표.(사진=김영숙 보건교사)
남자라서, 여자라서 속상했던 점 발표.(사진=김영숙 보건교사)

교실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는 아이들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성교육에 있어 필요하다. 양성평등 관련 수업을 할 때 남녀 학생들이 각각 나오도록 해 교사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도록 한다.

우선 남자처럼 뛰어보기, 여자처럼 뛰어보기를, 다음에는 남자처럼 던지기, 여자처럼 던지기 흉내를 내도록 했다.

여자남자 할 것 없이 여자처럼은 손발의 움직임이 작게, 얌전하게 행동을, 남자처럼은 손발의 반경이 넓고, 강했으며, 활동적으로 행동을 했다. 여자들도 실제로는 남자와 비슷하게 행동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행동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도화지를 나눠주면서 남자라서, 여자라서 속상했던 점을 적어보도록 했는데 여자아이들은 주위로부터 ‘얌전해라’, 남자아이들은 ‘남자가 왜 이리 겁이 많아’ 등의 말을 듣는 경우, 자신은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들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알았다며, 억울했던 부분을 말해서 통쾌해하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친구들을 놀리지 않아야겠다는 멋진 말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학부모 대상 자녀 성교육 연수 진행하는 모습.(사진=김영숙 보건교사)
학부모 대상 자녀 성교육 연수 진행하는 모습.(사진=김영숙 보건교사)

나의 몸에 대한 '이해'와 '사랑',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배우는 성교육

20년전 내가 가지고 있던 성에 대한 생각과 지금 나의 생각은 많이 변했다. 수업이라는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사실은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성교육이란 나의 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을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그 여정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아이들과 대화하고, 성교육관련 도서를 읽고 각종 연수에 참여한다.

한편으로는 보건교육 속 성교육이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보건교과가 표시과목이 되고 보건교사가 학생 수에 따라 복수 배치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이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김영숙 경기 남양주 장현초 보건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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