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능, 친구의 재능 모아 만든 물고기

[에듀인뉴스] 학급운영, 생활교육의 핵심은 대화를 통한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다. 관계 형성을 위해 우선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이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마치 마법처럼. <에듀인뉴스>는 ‘그림책 학급운영’을 집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이 주는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진소정 배곧해솔중 교사
진소정 배곧해솔중 교사

[에듀인뉴스] 교사가 아니더라도 협동학습이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협동학습은 인지적 능력 향상 뿐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효과가 있어 학교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수업 방식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작용도 생기기 마련이다. 협력학습이 잘 되려면 구성원 간에 긍정적 의존관계가 형성되고 개개인이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실제 수업에서는 잘하는 학생 한 둘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개별학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정 학생과는 같은 모둠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협동학습을 선호했지만 무기력하게 앉아만 있거나 잡담을 하기 일쑤였다.

어려운 공부를 함께 함으로써 쉽고 재밌게 배워 보자던 협동학습이 아이들을 더 이기적으로 만들거나, 더 상처받고 의기소침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협동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왜 협동학습을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혼자 앞서 가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을 깨닫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피스터 글‧그림, 공경희 옮김, 시공주니어, 1994) 표지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피스터 글‧그림, 공경희 옮김, 시공주니어, 1994) 표지

마르쿠스 피스터의 ‘무지개 물고기’는 온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가 교만에 빠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다가 애지중지하는 반짝이 비늘을 하나씩 나눠줌으로써 진정한 기쁨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의 재능을 스스로 찾아볼까?

그림책을 읽고 학생들에게 오늘 이 그림책을 함께 읽은 이유는 협동학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서라고 말해주었다.

“선생님이 이 그림책을 여러분과 함께 읽은 이유는 우리의 협동학습에 관해 이야기해보기 위해서예요. 무지개 물고기가 반짝이 비늘을 혼자 가지고 있을 때는 아름답긴 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나누어 가졌을 때 행복해졌죠. 그리고 온 바다가 반짝반짝 아름다워졌습니다. 우리의 재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하나 이상씩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발휘한다면 협동학습은 훨씬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될 거예요.”

첫 번째 활동으로 협동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찾아보았다. 4절지를 모둠원의 수만큼 조각낸 뒤에 각자 자신의 재능이나 맡았던 역할 등을 생각나는 대로 적도록 했다.

학생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친구들의 의견을 집중해서 잘 들어 준다 ▲모둠 활동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정리 한다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라 모둠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생각해낸다 ▲그림을 잘 그리고 꾸미기를 잘해서 상을 많이 받았다 ▲모둠을 대표해서 발표하는 일을 자주 맡는다 ▲글씨를 잘 써서 모둠 활동지 작성을 맡을 때가 많다 등의 내용을 적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몇몇 학생은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해 결국 종이를 채우지 못했다.

친구들끼지 찾은 친구의 재능.(사진=진소정 교사)
친구들끼지 찾은 친구의 재능.(사진=진소정 교사)

친구의 재능을 찾아주자

학생들이 재능을 폭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토끼와 거북이 신버전’ 영상을 보여 주었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이후를 상상해서 만든 이야기로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도 좋지만, ‘물’과 ‘땅’이라는 경주코스에 주목하면 재능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영상을 보고 나서 토끼와 거북이의 재능이 환경에 따라 달리 발휘되었듯이, 협동학습에 필요한 재능도 교실이라는 환경에 한정 짓지 말고 운동장, 컴퓨터실, 음악실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찾아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모둠에서 빈칸을 채우지 못한 친구의 재능도 함께 찾아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너 달리기 잘하잖아 ▲저번에 UCC 찍을 때 연기 잘하더라 ▲너는 학용품 잘 빌려주는 게 장점이야라며 친구의 재능을 찾아주었다.

그리고 ▲잘 웃어서 모둠의 친구들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공을 좋아해서 체육 시간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목소리가 커서 떠들 때 조용히 시키는 것을 잘한다 ▲기억력이 좋아서 외우는 게임을 잘한다 ▲사진을 잘 찍는다 등 다양한 자신의 재능을 추가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을 쓰고, 재능을 발휘한 경험을 나누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갔다.

협동학습에서 찾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은 '나의 재능 설명서'(사진=진소정 교사)
협동학습에서 찾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은 '나의 재능 설명서'(사진=진소정 교사)

"내 재능은 이렇게 활용해주세요"

재능 찾기 활동에 이어 협동학습에서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겠다는 마음을 담은 ‘나의 재능 설명서’를 만들었다.

설명서에는 자신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모두 적고, 성격 면에서도 모둠의 친구들이 알아두면 좋은 점들은 무엇이든 좋으니 쓰도록 했다.

완성된 설명서는 교실 게시판에 붙여뒀다가 새롭게 모둠을 구성할 때 자신을 소개하는 자료로 활용했는데, 협동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마음가짐을 되새기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자신의 재능을 반짝이 종이에 적어 만든 무지개 물고기.(사진=진소정 교사)
자신의 재능을 반짝이 종이에 적어 만든 무지개 물고기.(사진=진소정 교사)

"재능을 모아 물고기를 만들어 보자"

‘무지개 물고기’의 마지막 장면에는 무지개 물고기가 나누어준 반짝이 비늘로 온 바다가 반짝임으로 가득해졌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가장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마지막 활동으로 우리 반의 재능 물고기를 만들어 보았다. 학종이를 비늘 모양으로 자른 다음, 한 사람당 하나씩의 재능을 적어 커다란 무지개 물고기를 완성하게 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협동학습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새 모둠은 언제나 부담..."자기 재능 소개로 스스로 역할 찾게 해 보자"

새로운 모둠이 꾸려질 때 학생들은 잘하든 못 하든 자신이 맡게 될 역할에 대해 부담감을 갖기 마련이다.

교사가 치밀하게 계획한 역할 분담을 제시하기 전에 학생들끼리 자신의 재능을 소개하고 역할을 나눠보면 어떨까? 학생 스스로 자신의 재능에 적합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면 협동학습에 임하는 책임감도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가 모든 학생의 재능이 반짝이는 협동학습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