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소 프랑스 유학생(음식역사문화학 석사)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 등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프랑스의 기본적인 아침 식사 : 바게트, 커피, 오렌지주스, 버터, 잼, 크로와상/빵오쇼콜라(초코빵)
프랑스의 기본적인 아침 식사 : 바게트, 커피, 오렌지주스, 버터, 잼, 크로와상/빵오쇼콜라(초코빵)

[에듀인뉴스] 길이 80cm, 무게 300g, 그을린 금빛을 띄며 프랑스를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바게트’다.

바게트(Baguette)라는 이름이 프랑스어에 처음 등장한 것은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사이, 1920년대 파리에서 먹기 시작한 이 하얗고 길쭉한 빵을 바게트라고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그전에는 긴 빵(Pain long), 판타지 빵(Pain de fantasie), 파리의 빵(Baguette de Paris) 또는 프랑스 빵(Pain français)으로 불렀다.

매일 아침 빵집 앞에는 갓 구운 바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2007년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한 해에 100억개의 바게트가 소비된다고 한다. 바게트 금액은 빵집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유로에서 1유로50썽팀 사이인데, 개 당 1300원에서 2000원인 셈이다.

한국인들이 밥을 주식으로 먹는 것처럼 프랑스인들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바게트와 함께한다. 바게트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난다.

아침에는 버터나 잼을 발라서 먹고, 점심에는 햄, 치즈, 참치 등 다양한 재료들을 속에 넣은 샌드위치를 먹고, 저녁에는 식사를 하기 전에 가볍게 먹거나, 식사 중 음식과 함께 먹고, 접시에 남은 소스를 닦아서 먹기도 한다.

바게트의 탄생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19세기 말, 당시 프랑스에서 일반적인 빵은 그 생김새가 벽돌처럼 투박한 모양에 무게가 2kg, 길이가 70cm였는데 여기에 붙는 세금을 피하고자 제빵사들이 길이와 모양을 바꾸었다고 한다.

두 번째 가설은 프랑스에서 법으로 1919년부터 밤10시부터 새벽4시 사이에 제과, 제빵사들이 일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하지만 아침이면 빵을 사려고 빵집에 오는 손님들의 위해, 빵을 만들고 굽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존 빵의 모양을 길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1993년 ‘프랑스 빵 법(Le Décret Pain)’을 제정해서 전통 빵 만드는 과정과 품질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그중에서 정통 바게트(Baguette tradition)는 일반 바게트와 달리 밀가루, 물, 효모, 소금, 네 가지 원료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발효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른 첨가물(빵의 맛이나 특성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넣을 수 없어서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어렵다.

에꼴 페랑디에서 바게트를 만드는 수업.(사진=김희소 유학생)
에꼴 페랑디에서 바게트를 만드는 수업.(사진=김희소 유학생)

학과에서 현장 학습의 일환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학교 ‘에꼴 페랑디(Ecole FERRANDI)’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날의 주제는 바게트였는데, 우리는 교수님의 시연을 보고 따라서 반죽을 만들고, 성형하고, 오븐에 넣고 굽는 과정을 했다.

교수님은 “바게트 반죽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의 온도인데 밀가루와 물을 섞어 두면 공기 중에 밀가루에 남아있는 미생물들이 공기, 물과 접촉하면서 발효가 일어난다”고 하셨다.

정통 바게트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간단하지만, 그 간단함이 주는 맛은 간단하지 않았다. 자연 발효를 거친 빵은 특유의 신맛이 나면서 씹을 때 맛 또한 일반 바게트에 비해 훨씬 좋다는 것이 느껴졌다.

파리를 여행하다 보면 빵집 유리창에 ‘1er Prix Meilleure baguette PARIS’ 라고 적힌 빵집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1994년부터 파리시에서 매년 최고의 제빵사들이 만드는 바게트를 뽑는 대회(Concours de la meilleure baguette de Paris)에서 수상한 빵집이라는 뜻으로 바게트의 맛이 우수한 빵집인 것이다.

대회는 바게트의 전체적인 생김새, 무게, 굽기 정도, 맛, 풍미, 바게트 속 기포(빵을 반으로 갈랐을 때 보이는 구멍들) 등을 엄격하게 심사해서 최고의 10명을 선발하는데, 특별히 1위 수상자에게는 4000유로의 상금과 1년 동안 엘리제궁에 바게트를 납품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바게트는 근대의 산물이지만 프랑스인들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자신들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고 보호하려는 프랑스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프랑스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면, 빵집에 가서 “윈 바게뜨 트하디씨옹 씰 부 쁠레(Une baguette tradition s’il vous plaît)”라고 외치며 정통 바게트를 하나 사서 프랑스인처럼 아침 식사를 해보면 어떨까?

김희소 프랑스 유학생(음식역사문화학 석사)
김희소 프랑스 유학생(음식역사문화학 석사)

김희소. 울산대학교에서 경영정보학을 공부하던 중 프랑스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하고, 교환학생으로 간 프랑스 미식 도시 리옹의 Université de Lyon 2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유학 생활을 통해 한국 음식과 다른 프랑스 음식과 그들의 오랜 문화유산에 푹 빠져 투흐에 있는 École supérieure en Intelligence des Patrimoines과 Centre d'Études Supérieures de la Renaissance에서 음식역사문화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내게 알려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겸 사법관이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개인의 음식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날 부엌에서 뭉근하게 끓인 호박 수프와 오븐에서 갓 구워낸 뜨겁고 김이 솔솔 나는 라흐동, 토마토, 대파가 들어간 프랑스식 계란 야채 파이, 키쉬(Quiche)를 식탁에 차려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들은 우리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제가 만난 맛있는 프랑스 식문화와 역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