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종수 DGIST 이사장 "미래 걸림돌된 교육, 새마을호서 빨리 KTX로 갈아타라"
[인터뷰] 우종수 DGIST 이사장 "미래 걸림돌된 교육, 새마을호서 빨리 KTX로 갈아타라"
  • 지성배 기자
  • 승인 2020.02.0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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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래 도약 장애물은 '교육'..."교육 혁신 바로 시작해야"
혁신은 내용과 방식, 평가 함께..." 국제 신뢰 갖춘 IB는 롤 모델"

돈으로 대학 자율성 옥죈 교육부..."실질적 선발권 대학에 돌려줘야"
"대구·제주교육청과 서울대, 포항공대, DGIST서 IB 인재 성장시키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대학은 다양한 교육을 받은 다양한 학생을 선발, 대학 본연의 교육목표에 따라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교육부가 그 길을 막고 있다.”

그간 국제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 필요성을 설파한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장(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왜 대학 교육 발전을 말함에 있어 교육부를 걸림돌로 이야기했을까.

“대학에 학생 선발권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정한 학생 선발 정책이 있는데 이를 벗어나 임의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면 제재가 들어온다. 가장 큰 것은 재정이다. 교육부는 온갖 지원사업으로 대학 교육을 옥죄고 있다. 포항공대는 포스코교육재단에서 일부 재원을 투입해 그나마 낫지만 대부분 대학은 교육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은 교육부 눈치를 살피며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제 교육부는 2019년 정부 주도하에 진행되는 지원사업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수용해 기존 지원사업을 국립대학 육성, 대학혁신지원, 산학협력, 연구지원 등으로 나눠 개편했다.

2019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대학재정지원사업에는 약 5688억원을 쏟아 부었다.

2019년 교육부의 고등교육 총 예산은 총9조9537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가장학금 4조원을 빼면 5조9537억원. 결국 대학재정지원사업에만 약 10%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대학들은 학생 수 급감으로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종수 이사장은 이러한 정책이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IB에 대한 소견을 듣던 자리에서 왜 갑자기 대학 자율성을 이야기한 것일까. 또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은 왜 언급했을까.

“대학은 학생 선발을 통해 건학 이념을 실현한다. 대학마다 다양한 건학이념이 있는 만큼 다양한 교육을 받은 다양한 아이들이 건학 이념에 맞게 선발되어야 한다. 그래서 IB 등 다양한 교육을 실현하는 데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은 큰 걸림돌이 된다. 결국 그들이 정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정해진 통로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2018년 정부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대입제도 공론화를 하며, 정시 30% 이상 선발할 것을 권고하며 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켰다. 이에 포항공대는 ‘재정지원사업을 포기하더라도 선발 방식을 바꿀 수 없다’며 유일하게 반대했다.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다양한 인재, 특히 주관식 절대평가로 주체적이고 도전적 미래형 인재도 뽑아야 한다. 대학이 학생선발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면 중등교육에 IB형 교육이 아주 필요할 것이다. 지금 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IB를 보아야 한다.”

대구와 제주교육청은 지난해 IB를 받아들였다. 강은희 대구교육감과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현 제도 속에서도 IB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대학을 진학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이제 IB 교육이라는 바둑 돌은 현장에 던져졌다. 기존 학생부종합전형을 활용해도 대학 진학에 문제없다고 교육감들은 피력했지만, 교육부는 IB 교육과 대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았다. 때문에 대학은 이 학생들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봐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기회만 되면 대구·제주교육청과 서울대, 포항공대, DIGIST에서 IB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선발해 미래형 인재를 키워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는 우종수 이사장을 만났다.

아래는 “교육부가 교육대계를 위해 다양함을 인정하면 좋겠다”며 “국가주도라는 획일적 생각과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는 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지난달 30일 포항공대에서 만난 우종수 이사장은 "세계최고의 교육열과 우수한 행정관료 조직이 지금은 교육혁신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고 지적한다.(사진=지성배 기자)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지난달 30일 포항공대에서 만난 우 이사장은 "세계최고의 교육열과 우수한 행정관료 조직이 지금은 교육혁신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고 지적했다.(사진=지성배 기자)

▲ 우 이사장님 경력은 포스코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포스코교육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한 후 현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포스코 계열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자문과 포항공과대학의 겸직교수 역할도 하고 있다.

경력 대부분을 산업체인 포스코에서 쌓았지만 제조현장과 연구소를 두루 거치고 그 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과 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관계로 교육계의 당면 문제에 대해서도 경험하고 고민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교육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우수한 행정관료 조직이 미래로 도약해야 할 지금은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체험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교육혁신을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 우리 교육이다. 어떤 점에서 교육이 장애물이 된다고 느꼈나.

우리나라 교육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학부모의 교육열과 이에 따른 대학진학률과 문맹률 측면에서 정량적인 겉보기 평가다. 교육의 본질적인 면에서의 평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모방형·추격형 경제성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의 선도형·개척형 경제성장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다. 따라서 교육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진단한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두 가지 문제는 인구구조 고령화와 성장 동력의 부재다. 여기에 대처를 제대로 못하면 나라는 점차 빈곤해지고 허약한 2, 3류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 두 문제의 근본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면 교육이다.

젊은 세대들은 지금 같은 교육으로는 자녀들이 계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에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급격한 고령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상대평가에 의한 살인적 대학입시와 취업전쟁에 허덕이는 미래 세대로부터 성장 동력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근본 문제는 지금의 교육이며, 지금부터라도 이를 제대로 혁신하지 않으면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는 더 이상 우리 앞에 없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도입한 국제바칼로레아(IB)에 호의적이다. 국내에 IB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혁신을 이야기할 때 항상 교육내용과 방법뿐만 아니라 신뢰성 있는 평가 제도를 함께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B는 학생주도형의 꺼내는 교육과 주관식 절대평가를 추구하고 있으며, 교육내용과 방식 그리고 평가제도가 국제적인 신뢰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이를 통한 교육혁신은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권위주의적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상대평가를 극복할 수 있고 국제적인 신뢰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B는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교육혁신의 롤 모델로서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교육 현장의 피라미드적 구조가 IB 도입의 장애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세히 설명한다면.

우리나라 교육현장, 특히 중등 교육현장을 자세히 보면 가장 밑바닥에 실제 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 위를 학교 경영진이, 다시 그 위를 각급 학교의 인사와 예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 관료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위에 정치권력이 위치하고 있다.

정점에 있는 정치권력은 표심인 학부모들에게, 교육관료들은 정치권력에게, 학교경영진은 교육관료들에게 ‘을’인 피라미드 형태의 먹이사슬 구조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를 보고 장기적은 안목과 전략을 가지고 혁신해 나가야 하는 분야다. 하지만 피라미드의 상층부는 모두 단기성 성과주의, 형식주의, 권위주의를 가장 중요시 하는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구조적 모순을 끊어 내야 교육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혁신을 위해 IB를 도입한다면 피라미드 구조가 가장 큰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왼쪽부터)김도연 전 포항공대 총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에서 "수능은 향후 10년간 매년 5%씩 논·서술형 문항을 늘리길 제안한다"며 "교육과정과 평가에서 논·서술을 전면 활용하는 IB는 이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에 기조강연으로 나서 "IB를 공교육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왼쪽부터)김도연 전 포항공대 총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9 대구미래교육포럼에서 "수능은 향후 10년간 매년 5%씩 논·서술형 문항을 늘리길 제안한다"며 "교육과정과 평가에서 논·서술을 전면 활용하는 IB는 이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에 기조강연으로 나서 "IB를 공교육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최근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은 “IB 도입은 초·중등 교육에 논·서술형 평가를 추구하는 좋은 방향”이라며 ‘수능 논·서술화’를 주장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 역시 지난해 11월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에서 “IB를 공교육 대안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학에서는 어떤 시선으로 IB를 바라보고 있나.

저도 두 분 총장님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의견이지만 더 적극적인 편이다.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다양한 인재, 특히 주관식 절대평가로 주체적이고 도전적인 미래형 인재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이 학생선발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면 중등교육에 IB형 교육이 아주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지금 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IB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IB 교육을 받은 학생의 대학 진학에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까. 대입 정책에 제언을 한다면.

대학이 학생선발에 진정한 자율성을 갖도록 제도가 보완되어야 하고, 정부나 정치권이 여기에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하며, 학부모들도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신뢰해야 한다.

대학이 자신들의 원하는 학생상을 정의하고, 그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가장 효과적인 평가방법을 설계, 실행할 수 있다면 IB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한국대학의 문호는 외국과 마찬가지로 활짝 열릴 것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한국을 반도체·통신 등 IT 강국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IB 교육을 받은 학생을 위한 대입제도를 시행할 계획이 있나.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경우 이사장보다는 총장이 그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학생 선발제도에 대한 정책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대구경북과학기술원만 독자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누차 강조하지만 대학에 실질적 자율성이 없는 상태에서는 계획을 만들기조차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래형 인재를 뽑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가며 맞아야 하는 돌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그게 교육자의 사명이다.

IB 도입에 나선 대구와 제주교육청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특히 교사 양성에 대해 한 말씀 남겨 달라.

이왕 시작했으면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교육감도 바뀌고 시간도 지나면서 IB 도입에 대한 정책이 약화하면 양성기관을 포함한 생태계 역시 흐지부지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지식을 쌓는 학생들, 공부에 보람을 느끼고 세계인으로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교육과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면서 멘토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선생님 그리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선생님을 양성해주길 기대한다.

부디 역량 있고 비전 있는 선생님이 IB 양성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수 받아 국제적 경쟁력까지 겸비할 수 있게 해주길 부탁드린다.

IB에 관심 있는 타 지역 교육감도 있는 것으로 안다. 도입을 저울질하는 교육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우선 IB 교육에 대해 심층 분석과 공부를 하여 왜 국제적으로 신뢰를 얻는 교육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의 교육혁신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이해를 했으면 한다. 도입을 하려면 적극적으로 또 장기적 전략을 세워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경북은 대구와 정책교류를 통해 IB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두 교육감의 성향이 다르다 보니 도입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교육감은 내용을 살펴보고 할 필요성이 있다는 확신이 들면 선제적으로 깃발 꼽고 나아가는데 경북교육감은 상황을 둘러 보고 연구를 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며 때를 기다린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차이일 뿐이다. 경북도 교육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IB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응원하고 싶다.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은 "IB가 우리나라 교육혁신에 가장 적합한 롤 모델"이라고 주장하며 "교육대계를 위한 다양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은 "IB가 우리나라 교육혁신에 가장 적합한 롤 모델"이라고 주장하며 "교육대계를 위한 다양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지성배 기자)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IB교육은 학습자 주도의 꺼내는 교육과 주관식 절대평가 방식을 국제적 신뢰성을 바탕으로 정착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교육혁신에 가장 적합한 롤 모델이다.

IB 교육을 근간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을 제대로 혁신시켜 나가려면 사회의 가치관을 ‘자율과 책임’ 그리고 ‘다양성의 포용’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정부 정책은 단기 성과주의, 권위주의를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학생 평가와 선발을 대학 자율과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 교육대계를 위한 다양함을 인정하면 좋겠다. ‘국가주도’라는 획일적 생각과 정책은 지양하길 바란다.

어느 것이든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도 시도해보고, 이것이 어떤 것이지 배우기도 하고, 좋으면 좀 더 확대하는 게 맞지 시작도 해 보지 않고 되고 안 되고를 논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우리의 교육은 이제까지 타고 온 새마을호에서 내려 KTX로 갈아타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새마을호의 종착역은 쇠락하고 낡은 도시인 반면, KTX는 풍요롭고 행복한 도시로 미래 세대를 안내할 것이다.

지성배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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