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소 프랑스 유학생

예술 강국 프랑스의 비밀 '콩세르바투아르'..."예술 진입 벽을 낮추자"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 등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에듀인뉴스] 말메종 음악원 학생 시절, 연습을 위해 나는 매일 아침 9시에 음악원에 갔다. 어디나 그렇듯이 학생 수에 비해 연습실 수가 적어서 음악원이 문을 여는 9시에 가야 비교적 연습실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평일 중 단 하루, 아무리 9시라도 연습실을 받기 어려운 날이 있었으니 바로 수요일이었다.

Accueil(아껴이. '대접', '안내'라는 뜻의 단어로 관청이나 기업체의 '프론트' 역할을 담당하는 곳) 담당자는 '수요일'은 음악원 학생들을 위한 연습실이 없는 날이라고 내게 설명했다.

당시 프랑스 교육 시스템을 잘 몰랐던 내가 '수요일의 의문'을 풀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수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악원은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로 인해 북적거렸고, 그 수업이 가장 많은 날이기 때문에 연습실이 제공될 수 없었던 것이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수요일에 학교 수업이 없다. 중·고등학교만 오전 수업을 진행한다. 그래서 프랑스 학생들은 수요일에 예술 교육이나 체육 교육, 야외 활동 혹은 집에서 개인 수업을 하는 등 자유롭게 교육활동을 한다.

물론 평일 방과후 수업이나, 주말 교육활동도 있지만, 주말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프랑스 가정에겐 수요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이득인 셈이다.

Conservatoire(콩세르바투아르)에서 음악 교육을 받는 프랑스 어린 학생들.
Conservatoire(콩세르바투아르)에서 음악 교육을 받는 프랑스 어린 학생들.(출처: Philharmonie de Paris) 

음악 교육을 위해 프랑스의 어린 학생들은 Conservatoire(콩세르바투아르. 음악,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에 간다. 프랑스는 국가에서, 혹은 시·구와 같은 행정구역 별로 콩세르바투아르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국민이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교육 활동 및 다양한 기획과 행사들을 마련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하고 있다.

본래 콩세르바투아르는 고아들의 교육을 위한 자선 시설로 출발했으나, 음악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을 갖춘 아이들을 교회 성가대원으로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8세기에 들어 예술가와 작곡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대중 교육기관으로 인식되었고, 19세기 초부터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성행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콩세르바투아르를 '음악원'이라고 해석하는데, 직접 와서 보니 음악뿐만 아니라 댄스와 연극 수업까지 같이 진행을 하고 있었다. 이 곳을 과연 '음악원'이라는 말로만 표현하는 것이 적합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음악 비중이 제일 높고, 연극과 댄스에도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음악원'이라는 해석을 통상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랑스는 그만큼 예술적인, 문화적인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때문에 콩세르바투아르를 통해서 많은 어린이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예술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프랑스 어린이들은 보통 6세 정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콩세르바투아르에 지원할 수 있고, 입학이 허가되면 'Éveil Musical'(에베이 뮤지칼, 혹은 'Jardin Musical. 쟈흐당 뮤지칼' 이라고 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Éveil'는 '자각', '감각의 눈 뜸' 이라는 뜻으로, 음악을 통한 신체 활동·감상 수업을 통해 많은 음악을 접하고 몸을 통하여 음악적 감각과 감수성을 발달시키기 위한 교육을 시작한다.

이후 Cycle 1,2,3의 과정으로 레벨을 높여가는데, 바로 악기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Solfège(솔페쥬, 기초 이론교육)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수업을 통해 악보를 읽는 기본적인 방법과 박자를 세는 법, 기본 음악 용어들을 먼저 숙지하게 된다.

앞의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프랑스에서는 음악 이론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론 학습 선행을 먼저 실시한다. 이 수업을 듣고 난 후 학생들은 악기를 선택할 수 있다.

Éveil Musical을 통해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접하고, 또 실제로 악기 연주를 직접 보면서 학생 스스로가 악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

잠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부모님은 클래식 음악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셨지만, 나는 아버지의 전축에서 나오는 옛날 팝송을 들으셨고, 교회 성가대에서 찬양을 하셨던 어머니를 따라 성가대 연습실을 놀이터 삼아 놀곤 했다.

이처럼 나의 음악적 환경은 그저 평범해 예술적인 그 어떤 것들과 직접 맞닿아 있지 않았기에 예술 분야 정보가 전혀 없으셨던 부모님은 나의 음악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고,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셔야 했다.

한국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국·공립 예술학교나 단체가 많지 않다. 대부분 사립단체이거나 요즘은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예술 계통 수업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수요를 채우기에 충분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한국에서 예술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과를 먼저 바라보기 보다는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 어린이가 넘게 될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예술의 발전을 위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과제가 아닐까.

한미소.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Regional de Rueil-Malmaison,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departemental de Bourg-la-reine 반주자. 경북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문사 오페라과 코치 전공 졸업 후, 오페라 코치 및 전문 반주자로 활동하던 중 프랑스 유학을 결심, CRR Rueil-Malmaison에서 L'Accompagnement au Piano를 전공, DEM(Diplôme d'Etudes Musicales) 과정과 Perfectionnement 과정을 만장일치 수석으로 졸업했다.

"덴마크의 위대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말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아니하는 곳에서 통하는 것이 음악이다.'

한국에 있을 때 여러 나라 연주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가운데 음악으로 대화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듯 음악은 국가와 환경, 인종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아름다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만큼, 음악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 또한 가득합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경험한 음악, 그들이 삶속에 녹아들어 있는 음악 교육, 그리고 삶의 연주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