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IB PYP 후보학교 승인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
복도까지 넘치는 연구 결과물..."교실은 아이들 활기 가득"

주제학습과 2015 교육과정 성취기준 완벽 연계..."교과 간 융합 자연스럽게"
성취기준별 체크리스트, 학생은 수기작성, 교사는 지속 피드백 학부모 통지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국제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시범학교는 어떻게 운영될까. 기자는 실제 IB 수업의 진행과정을 확인하고자 지난해 12월 대구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경사초) 교실을 직접 방문해 수업 장면을 취재했다. 학교는 교사들에게 기자의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2019년 7월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와 MOC(Memorandum of Cooperation)를 체결한 이후, 대구 지역에서 IB 후보학교로 운영하는 경사초의 수업 모습을 눈으로 본 순간, IB가 추구하는 학습자상이 어떻게 교육되고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어떻게 매칭되는지 알 수 있었다.

IB는 ▲탐구적 질문을 하는 사람 ▲지식을 갖춘 사람 ▲생각하는 사람 ▲소통할 줄 아는 사람 ▲원칙과 소신이 있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사람 ▲균형을 갖춘 사람 ▲성찰하는 사람 등 10대 학습자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자상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1년 넘게 IB를 취재해 온 기자도 궁금한 상황이었다.

IB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사초 교실 벽면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수업 결과물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IB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사초 교실 벽면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수업 결과물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결과물로 가득찬 교실 벽면, 아이들은 어떤 결과를 발표할까

IB 교육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수업 중에 들어간 경사초 교실은 학생들의 결과물로 벽면이 꽉 차 있었다. 오히려 벽면은 공간이 부족해 복도에도 결과물이 빽빽히 붙어 있었다. 이 아이들은 어떤 결과물을 만든 것일까.

아이들은 1차원적 사고를 벗어나 주제간 융합을 결과물로 표현해 나타내고 있었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공통된 모습으로 복도에는 IB가 추구하는 10가지 학습자상 팻말이 걸려있다.

경사초 학생들은 연구를 통해 1차원적 사고를 넘어 '왜 그러한가'까지 이해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사진=지성배 기자)
경사초 학생들은 연구를 통해 1차원적 사고를 넘어 '왜 그러한가'까지 이해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사진=지성배 기자)

예를 들어 ‘개발’을 주제로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면, 아이들은 ‘국제적 관점의 개발은 우리의 위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함을 통해 강화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거나 ‘자연환경’이 주제가 되면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사용하며 가치를 평가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히 개발은 나쁘다,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를 넘어 왜 개발이 나쁜지, 왜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교실에는 탐구 활동 순서와 내용에 대한 도식화가 걸려 있어, 아이들이 언제든지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교실에는 탐구 활동 순서와 내용에 대한 도식화가 걸려 있어, 아이들이 언제든지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이 같은 탐구 활동을 하기 위해 교사들은 탐구 흐름도를 만들어 교실에 걸어 놓았다. 어떤 연구를 수행해도 탐구흐름도만 인지하고 있으면 그에 맞춰 연구를 시작하고 중간 중간 필요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반에 들어가니 준비하기(관심 가지기, 계획 세우기)->찾아내기(탐구를 위한 준비하기)->범주화하기(구조화하기, 탐구하기)->더 나아가기(심화된 탐구하기)->종합·성찰하기(상호 피드백 및 평가하기)->행동·적용하기(실생활 연계하기, 실천하기)로 탐구 흐름도가 정리돼 있었다.

주제 선정부터 연구 결과를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도식화해 게시함으로써 단순 이론적 연구에서 멈추지 않고 실생활에 연계 실천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IB 학생들에겐 마트 홍보물도 토론 주제가 된다.(사진=지성배 기자)
IB 학생들에겐 마트 홍보물도 토론 주제가 된다.(사진=지성배 기자)

주제 학습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교실은 활기찼다. 오히려 시끌벅적하게 모둠별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로 인해 어떻게 수업 진행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기자가 교실에 들어가도 개의치 않고 구성원들에게 각자 의견을 피력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4학년 교사에게 수업이 진행되는 게 맞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시끌벅적한 수업이지만 나름 자신들만의 규칙을 갖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해 오고 말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고 타인의 의견에 경청하는 습관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연구 주제 발표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랑곳 않고 자기 모둠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모습에서 하루아침에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가는 어떻게? 성취기준 별 체크리스트, 학생은 직접 수기 작성...학부모에 통지   

평가는 수업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학습과정에 적용된 2015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평가 기준에 따라 나뉘어 체크한다.

대인관계를 예로 들면 '협력의 중요성은 인지하나 실천 부족', '팀과 함께 협력하는 태도를 지님', '협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활동 전반에서 팀과 함께 하는 문화를 만듦'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학습 과정을 돌아보는 수기를 작성하며, 교사는 학습 과정에서 보인 학생의 참여와 협력, 의견 제시 수준 등을 끊임없이 체크해 학부모에게 통지한다. 그러나 단지 체크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업 과정에서 참여를 독려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다.

평가가 끝난 2월, 최윤성 교감에게 평가에 관해 문의한 결과 "담임 교사들은 '교사 의견'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학부모들에게 제시한다"며 "학부모에게서 세세하게 성취기준과 평가 결과를 알려주니 이견이나 불만 사항은 없었다"고 전했다. 

경사초 1층 현관에는 IB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착돼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경사초 1층 현관에는 IB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착돼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IB 학습자상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은 어떻게 연결될까 

경사초는 학기 중 완성된 학습 결과물 발표를 위해 2학기에 KNUE Edu-Festival을 개최한다. 학생들은 부스를 설치, 자신의 연구 결과물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PT 실력을 키운다.

이러한 수업이 어떻게 IB가 말하는 학습자상을 키우는 데 연결되는 것일까. 또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는 어떤 연관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이상근 교장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떤 역량을 키우고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있어야 한다”며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핵심개념과 관련개념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식화해 학교 현관 1층에 걸어두었다”고 소개했다.

이 교장이 안내한 <표>를 살펴보니 대주제에 맞춘 IPP주제, 빅아이디어, 핵심개념, 관련개념, 2015 개정 교육과정 관련 성취기준, 탐구목록이 적혀 있다.

특히 핵심개념과 관련개념이 2015 개정 교육과정 관련 어떤 과목의 어떤 성취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IB 프로그램과 2015 개정 교육과정 간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학습 주제와 핵심개념, 관련개념 그리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 간의 관계를 나타낸 자료.(사진=지성배 기자)
학습 주제와 핵심개념, 관련개념 그리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 간의 관계를 나타낸 자료.(사진=지성배 기자)

예를 들어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PYP전시회로 나타낼 경우 핵심개념(형식, 기능, 원인, 변화, 연결, 관점, 책임, 성찰)과 관련개념(탐구, 소통, 협력, 비평, 전시)을 익힐 수 있으며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6국01-05], [6국03-06], [6국05-03], [6미01-05], [6미02-03]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또 함께 만들어가능 우리를 주제로 한다면 핵심개념(기능, 책임, 형태), 관련개념(공공기관, 참여, 협력, 지역성)을 익힐 수 있으며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4사03-05], [4사03-06], [4국01-02], [4음01-06], [4국03-03], [4국03-05], [4도02-04], [4미02-04], [4미02-06]으로 연결된다.

주제 학습이 사회, 국어, 음악, 도덕, 미술 과목의 성취기준과 연결된다는 의미로 굳이 교과간 통합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교과별 성취기준을 익히게 된다.

이상근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장.(사진=지성배 기자)
이상근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 교장.(사진=지성배 기자)

물론 경사초는 여느 사범대부속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적 요구가 높은 학부모를 두고 있으며 교사들의 열정 또한 높아 IB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상근 교장은 “IB 도입 초기에는 학부모들이 반신반의했다”며 “기존대로 교육해도 유능한 학생을 길러내는 데 왜 IB를 도입하냐는 몇몇 학부모들의 반문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학부모들도 IB 도입 이후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며 “IB가 선행학습에 대한 부담도, 경쟁에 대한 압박감도 해소한 것 같다고 말한다”고 학부모의 분위기를 전했다.

경사초는 2018년 9월 IB PYP(초등교육과정) 관심학교 등록 이후 2019년 4월 후보학교로 승인, 9월부터 IB PYP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IB의 10가지 학습자상에 맞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사는 시공간은 어디인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까’,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조직하는가’, ‘지구에 함께 살기’를 초학문적 주제로 선정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