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공모전’ 진행과정에서 발견한 ‘학생자치활동’ 지도 팁

[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학생자치활동에서 학생간 상호 피드백 해주는 모습.(사진=김경희 교사)
학생자치활동에서 학생간 상호 피드백 해주는 모습.(사진=김경희 교사)

[에듀인뉴스] “학교공간혁신 프로젝트 사업으로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던 도서관이 완공되어 가고 있습니다. 도서관 명칭도 학생 공모로 해보면 어떨까요?”

“좋습니다!”

도서실 명칭 공모 관련 내용이 학생들에게 안내되었고 일주일 후, 교사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300개 이상이 응모되었네요. 공모된 명칭을 학생들이 직접 투표하여 결정하려는데 응모작이 많아 어떤 방법으로 선정해야 할 지 난감하네요. 비슷한 문구의 응모작도 많아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거나 차용한 것들도 보이더라고요. 학생 투표에서 이런 말들이 선정될까도 걱정이네요.”

아뿔싸! 학생들에게 공모전 안내하면서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이제야 보이는구나! 가능한 많은 학생이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 만큼이나 공모전이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디자인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공모전이 ‘이벤트’가 아닌 ‘교육활동’이 되기 위한 섬세한 지도가 더 필요했던 것이다.

“학생 투표 전, 학생들에게 좋은 명칭 선정 기준을 안내하면 어떨까요?”

일시적인 유행어가 도서관 명칭으로 결정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본다.

“학생들에게 지금 선정 기준을 안내하면, 공모하기 전에 기준을 알려주지 않았느냐 하는 불만도 생길 수도 있겠네요. 사전에 우리 학교에서 도서관이 갖는 의미를 토의하면서 작명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지도하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교사들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명칭들을 빼고 투표하면 어떨까요?”

“공모전의 취지에 어긋나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자신들이 이용할 공간의 명칭을 직접 참여하여 지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연 만큼 그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학생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도 있겠네요. 교사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반영하여 삭제하는 방법은 학생들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교육적 지도를 하는 것은 좋으나 교사 의견 또한 학생들과 동등하게 1/N 로 작용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경험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듯 해요.”

교사들은 공모전 안내 시, 사전에 학생들과 충분히 나눴어야 할 도서관 명칭이 담아내야 할 가치들과 심사관점들을 지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예상해보면서 현명하게 처리할 방법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 공모전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생기지 않기 위한 방법들도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본다.

“300작품, 참 많네요. 명칭들이 갖는 고유한 어감이 있는데 비슷한 것끼리 분류해서 투표한다는 것도 좋은 방법 같지는 않네요. 다음에 공모전 할 때는 2인 이상이 협의해서 공동작품을 공모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혹, 마땅한 짝이 없는 친구는 담임교사가 파트너가 되어주면서요. 공모전을 통해 또래 간에 소통하는 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 되겠네요.”

공모전도 배움과 성장이 있는 교육 활동으로 연결이 될 수 있으려면 분명 사전에 충분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칫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엮어가는 자치 활동은 교사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지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끔은 이번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일으키는 경우들이 종종 보인다.

학생자치활동이 활성화되려면 예전보다 교사는 더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지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교사는 ‘학생들은 과연 이 활동을 통해 어떠한 성장이 있을 수 있을까? 아니,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교사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해야만 할까?’ 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치밀하게 지도전략을 짜고 있지만 학생들은 마치 이 모든 것들을 자기주도적으로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터특해 가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러한 태도를 ‘외유내강형’ 성품으로 연결해보면서 ‘학생자치활동’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된다. 만약 ‘학생자치활동’ 실체를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겉은 느슨하게, 속은 고도의 타이트함으로 표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겉에서는 구성원 각자가 자율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찾고 서로 조율하는 자유로움와 느슨함으로 비쳐지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도로 촘촘하게 합의된 원칙과 구조적인 맥락 속에서 각자에게 분담된 세분화된 역할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