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육과정 재구조화와 지원 체제 방안 수립 필요

[에듀인뉴스-보건교육포럼 공동기획] 2007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학교 현장에서 보건 교육이 의무화됐다. 이후 13년, 학교 현장에서는 하브루타, PBL, 거꾸로수업 등 다양한 교수법이 도입되었다. 특히 2015 개정교육과정은 역량 계발을 교육의 중심에 둠으로써 교과마다 수업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사)보건교육포럼과 함께 변화한 보건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자세히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우옥영 경기대 교육대학원 보건교육전공 교수/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우옥영 경기대 교육대학원 보건교육전공 교수/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신종 감염병 확산 우려와 보건교사의 초인적 업무

[에듀인뉴스] 최근 사회적으로 신종 감염병 예방을 둘러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교육청과 학교가 매우 바빠졌다. 그중에서도 학교의 감염병 예방에서 1인 다역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보건교사는 더욱 바쁘다.

평상시처럼 보건교육에, 보건실을 찾아오는 아픈 학생들 관리에 더하여, 감염병 대책회의 주관,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예방적 보건교육과 감염 여부에 대한 조사 및 보고, 의심 상황 발생 시 교직원과 학부모 협의 및 상담, 병원 의뢰, 방역 물품 구비, 가정통신문 관리 등 눈코 뜰 새가 없다.

형식상 감염병 대응 조직이 있고, 조직표에 그럴듯하게 역할 분담이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대개 그 하중이 보건교사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학교는 전국에 약 1만2천개,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큰 교육 조직으로, 보건교육이 제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감염병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보건교사가 하는 일을 잘 모르거나 편견이 있어 그러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보건교사가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에서 보건교육을 맡아야 하는 교사임을, 그 보건교육이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지 못한다.

학교 보건실과 병원, 보건소는 서로 성격도 다르고 의료인의 집중도도 다른데 흔히 이를 혼동하는 문제도 있다.

마스크보다 중요한 보건교육은 어디로?

문제는 그래서 보건교사들이 온갖 잡다한 일들로 분주한 가운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보건교육이 오히려 소홀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현황 조사나 마스크 구입 같은 행정업무, 교육청 보고 등은 학교 조직 상 다른 교직원이 분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보건교육은 보건교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잘 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마스크 착용만 해도 그냥 마스크를 끼라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마치 마스크만 끼면 바이러스가 차단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바이러스의 종류와 감염병 특성에 따라 여기에 얼마나 많은 논쟁적 측면이 있는지를 잘 모른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귀가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사진=보건교육포럼)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귀가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사진=보건교육포럼)

사실 마스크는 제대로 잘 쓰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오히려 감염의 위험성이 있고,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착각하고 방심해서 손 씻기 등 다른 수칙에 소홀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마스크의 관리 여부나 처한 상황에 따라 쓰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는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 수칙에 넣고 있기도 하다.

손 씻기, 면역력이 높아지게 생활하기, 물 많이 마시기, 감염 증상 확인하기, 타인에 대한 배려, 접촉 등 건강 수칙은 체계적으로 생활 속의 여러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제대로 교육할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스크보다 보건교육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서울시교육청, 아이들 신종 감염병 예방 위해 보건교육 권고

며칠 전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보건교육을 권고하는 공문을 내렸다. 여러 교과에 감염병 및 건강관리에 관련된 내용을 제시하며 잘 연계하여 가르치도록 한 것이다.

사실 이미 법률에 ‘모든 학생에 대한 체계적 보건교육’ 규정이 있고, 2003년의 사스부터 신종 플루,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을 겪었으니, 겨우 지금 보건교육을 하도록 한 조치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제적으로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보건교육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사)보건교육포럼에서 보건교과 입법과 고시를 추진하고 교육 당국에 보건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을 촉구해 왔지만 이를 불온시하며 낙인을 찍거나 비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보건교육 운동은 새삼 시대적 요구에 맞닿아 있고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참 소중한 운동이 아닐 수 없다.

중학교에서 안전과 건강 교육을 다룬 교과 및 성취기준 정리 표. 보건교과에서 안전과 건강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자료=보건교육포럼)
중학교에서 안전과 건강 교육을 다룬 교과 및 성취기준 정리 표. 보건교과에서 안전과 건강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자료=보건교육포럼)

중고등학교 보건과목에 감염병 예방 적절한 교육 내용이 가장 많아

서울시교육청에서 안내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서 도달해야 할 보건과목의 성취기준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건강의 개념과 중요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건강 요인을 분석한다.’, ‘생활습관과 질병의 관련성을 이해한다,’ ‘생활주기와 건강과의 관계를 탐색한다’, ‘유행성 감염병의 발생 과정과 면역의 관계를 이해하고 병문안 예절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한다.’ 등이다.

다른 어느 교과보다도 보건과목에 제시된 내용이 가장 많고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실제 학교에서 이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장 큰 교사도 보건교사일 것이다. 그러나 혼자, 그것도 이해받지 못하며 다른 일에 내몰리면서 보건교육에 대한 소신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전체 구성원이 함께 협력하고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등 보건교육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서 이 내용만이라도 미리 잘 가르쳤다면 지금처럼 감염병이 유행할 때 아이들은 훨씬 더 안전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초등에서의 안전과 건강 교육을 다룬 교과 및 성취기준 정리 표. 보건교과에서 안전과 건강 관련 내용을 다룸에도 보건교과 내용만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자료=보건교육포럼)
초등에서의 안전과 건강 교육을 다룬 교과 및 성취기준 정리 표. 보건교과에서 안전과 건강 관련 내용을 다룸에도 보건교과 내용만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자료=보건교육포럼)

초등학교에는 왜 보건교과서의 내용을 빼고 안내하는가?

그러나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엄연히 법률에 규정된 「질병예방과 관리」 등을 포함한 체계적인 보건교육의 의무가 있고, 이에 따라 「보건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제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전혀 안내가 없었다. 짐작컨대 보건이 교과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교육부가 초등학교에도 보건과목을 만들고, 가르칠 내용체계를 만드는 교육과정 고시를 했어야 마땅했다고 보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교육청은 보건 교과서의 감염병 관리, 면역력 향상 등의 내용을 가르치도록 안내했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상황을 대하며 아이들은 배에서 죽어 가는데 이런 저런 규정을 따지며 구조를 하지 못했던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는 건 과한 일일까.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확산 추세이고 가까운 중국에서는 800명 이상이 죽었는데, 아이들에게 과도한 공포 대신 안전하게 잘 대처하도록 가르치는 게 가장 우선이 아닌가!

심지어 교육부가 곧 창의체험활동 시간의 보건, 환경, 진로 등의 교육 내용을 모두 10개 교과로 분산시키려 하고 있어, 그것을 위해 이렇게 한다는 의혹도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혹 그렇다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는 1963년 보건교과 폐지 이후 약 40여년간 실시하여 실패한 정책이다. 그래서 2007년 보건교과 입법과 보건과목이 생긴 것인데, 교육부가 아이들을 위한 혁신은커녕 보건교육의 시계를 옛날로 되돌려 부실하게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초등 보건교과서 개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다수 찬성, 안될 이유 없어

사실 지난해 보건교육 및 아이들의 건강관리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보건 교과서'의 수정 승인에 관한 안건이 제출되어 11개 지역이 찬성한 것이다.

보건교육이 교육감 협의회의 안건으로 제출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거니와 이제 더 이상 ‘교과가 아니고 교육과정이 없어서 교과서 개정은 안 된다’, ‘교과서 대신 인터넷에 자료를 탑재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을 더는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상위법(학교보건법 제9조, 제9조의 2)에 대단원에 해당하는 내용 영역이 있고, 모든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보건교육의 실시 의무와 이를 위해 교육부 장관이 시수, 도서를 지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 않은가.

이에 따라 교육부가 진즉에 초등 보건교육과정을 고시했어야 마땅하나 이 법률과 현행 ‘보건교육은 체계적으로 지도한다’는 고시의 규정만으로도 실은 얼마든지 개정이 가능한 일이다.

또 교육부의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교육부 장관이 고시하지 않는 교과’에 대한 규정이 있어서 학교장의 판단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인정 교과서 승인을 요청하여 교육감의 승인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가 주최한 '학생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서울형 보건교육 시스템 조성 정책토론회.(사진=보건교육포럼)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가 주최한 '학생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서울형 보건교육 시스템 조성 정책토론회.(사진=보건교육포럼)

학생보건교육진흥조례, 현장과 협력해 실질적으로 법을 지키게 하자

다른 하나는 경북과 서울에서 「학생보건교육진흥조례」가 통과된 것이다. 이 조례에는 보건교육 전담 부서, 보건교육센터 설치, 보건교사 추가 배치 등 보건교육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경북교육청의 경우, 벌써 연초부터 보건교사 추가 배치를 위해 예산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은 보건교사의 추가배치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오히려 문제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보건교사 단체 일부가 휘둘리는 것은 현장의 절박한 상태에 비추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사실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거대학교가 많은 곳으로, 업무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거대 학교 교사들이 보건수업을 거부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조례에 담긴 조치들이 다 그렇지만 보건교사의 추가 배치는 그중에서 특히 매우 시급한 숙제다.

지금처럼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우선 현행 법률에 근거가 있는 보조 인력 풀이라도 현실화하여 학교 현장에서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현장과 교육청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현장의 교사들과 TFT를 만들어, 보건교육센터와 경기, 강원, 인천에 이미 2인이 배치된 좋은 모델을 잘 탐색하여 실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교육청 내 인식이 부족하니 경기도 교육청의 사례처럼 보건교육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급선무일 수도 있다.

신종 감염병과 보건교육의 딜레마, 인식 변화와 교육과정 재구조화를

최근 사회적으로 학교 보건교육 및 건강관리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 어려워지면서 일반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소아당뇨, 석션 등 개별적으로 특별한 건강문제를 가진 학생들의 보건교육, 건강관리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진로를 보건 의료 계열로 생각하는 학생들의 보건교육 요구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보건교육도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로, 중고등학교에서는 클러스터 교육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 전국교육감협의회에서 초등 보건교과서 개정을 사실상 승인한 것은 체계적 보건교육의 필요성을 공식 의제로 공론화한 것이자 향후 법률을 토대로 교육부 고시가 없이도 교육과정이 운영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건강이 위협받을 때 학업성취 위험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학생들 한명 한명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감염병과 소아당뇨병 등이 아니더라도 건강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게 얼마나 절실한지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가 있다.

"보건교육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새로운 모색 필요"

그리고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고, 교육부 장관은 그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미흡한 고시로 실제 교육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면, 그것도 10년이나 그렇게 방치되고 있다면 이제 교육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실은 지역적 특성과 학생, 학부모의 서로 다른 요구를 고려하지 않고 지금처럼 국가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일이다.

교육부가 아이들을 위한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교육과정에 제대로 담을 수 있기를, 나아가 교육과정의 1/3 아니 1/2이상을 학교장과 교육감이 정할 수 있도록 법률이나 제도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