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열 Classic 5]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들 저, 김석욱 감수,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마이클 샌들 열풍이 한반도를 뒤덮은 때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허리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꽂아들고 거리나 카페를 활보했다.

토론학원이 러시를 이루었고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인기 많은 책은 언제나 대중들에게 두 가지로 다가선다. 사 놓고 읽는다, 사 놓고 읽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필자는 물론 첫 번째 부류로 해군사관학교 교수 시절 이 내용을 강의를 한 경험도 있어 자신에게 이 책을 리뷰한다.  

먼저 이 책은 출판사에 주목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와이즈베리’로 되어 있지만 ㈜미래엔에서 출간한 책이다. 이 책 서문에 보면 저자가 이곳에 감사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굳이 이런 내용을 적는 이유는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서문도 꼼꼼히 찾아보라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거론한 주제의 범위를 확장해서 다룬 책이 이 책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따라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기본서, 그리고 이 책이 문제집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27세에 교수직에 임명되면서 최연소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필적할만한 학자는 로버트 노직으로 30세에 하버드 철학과 교수가 됐다. 여튼 저자는 하버드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아들인 애덤 센델이 하버드 사회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편견이란 무엇인가>를 저술하였다.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끄는 책 중 하나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 것인가?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자. 총5장으로 이뤄졌고 제1장 새치기, 제2장 인센티브, 제3장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제4장 삶과 죽음의 시장 그리고 제5장 명명권이 목차다. 

이 중 논‧구술시험에 많이 나온 부분은 제2장 인센티브였다. 주로 경제학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도구로 나왔고 합리적 사고방식의 한계점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유치원 하교 시 부모님이 지각을 할 때 벌금을 부과하는 문제가 단골로 출제되었는데, 이 때 벌금이 너무 싸면 요금으로 인식하고, 그렇지 않으면 벌금으로 인식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리가 살펴볼 부분은 제4장 삶과 죽음의 시장 중 ‘청소부 보험’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의료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고 동시에 이것의 한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특히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의란 무엇인가> 중 제2장 행복의 원칙에서 ‘대가를 치루는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황당할 수 있지만, 앞니 뽑기 4500달러, 발가락 자르기 5만7000달러, 산 지렁이 먹기 10만 달러로 양적환산을 해 놓았다. 좀 더 멋진 말로는 도덕적 행위를 계량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책으로 읽다보면 감흥이 별로 없는데, 어떤 사건과 같이 결부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시험에서 100점을 받으면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듯이 내 아들과 헤어져준다면 얼마를 주면 되는지? 수능 만점을 받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하는 개인적 삶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등등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문제를 양적으로 계산하고 있고 이것이 바로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가 ‘거래’로 이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법으로 금지한 내용이라도 처벌을 감내하면서도 일을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183쪽에 나오는 내용을 한 번 보자.

미망인 비키 라이스는 죽은 남편의 생명보험금으로 월마트가 횡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어떻게 남편의 사망으로 회사가 이익을 챙길 수 있단 말인가? (중략) 그러더니 이제 30만 달러까지 차지하다니요? 정말 부도덕한 일이에요. (중략) 월마트 대변인은 회사가 부지배인뿐 아니라 수리보수 직원까지 직원 수십만 명의 명의로 생명보험 증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직원의 죽음에서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주장은 부인했다. (중략) 해당 직원이 사망하고 나서 그의 자리를 채우는 비용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주장했다.

본인 동의 없이 회사가 생명보험을 들고, 그가 죽으면 사망보험금을 회사가 가져간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미국의 보험업계에서는 ‘청소부 보험’, 또는 ‘죽은 소작농 보험’이라고 부른다. 

미국 대부분 주에서는 불법이지만 1980년대 들어 보험업계가 주 의회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는 데 성공하면서 회사 CEO부터 우편실 직원까지 전 직원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법이 완화되었다. 

즉 불법적인 일들이 자주 거래되면서 서서히 합법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철학에서는 미끄럼틀의 원리라고 하는데, 하나의 사례가 인정되고 반복되면 그와 유사한 사례가 합법화 또는 일상화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센티브가 작용하기 시작하는데, 전통적인 종신보험 증권과 마찬가지로 사망보험금은 면세였다. 그래서 생명보험 증권에서 파생한 연간투자수입도 면세가 된다. 

회사는 사망보험금을 받을 때 세금을 내지 않고 모든 금액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회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굳이 회사를 운영할 필요 없이 사람들만 고용하면 수익이 난다.

의대면접과 관련해서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고용주가 직원에게 알리지도 않고 회사 명의로 생명보험에 드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만약 이런 보험가입이 직원에게 어떠한 피해도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를 허용해야 할까? 오히려 직원이 이 사살을 이용하여 계약 기간을 늘리거나 정직원 채용을 요구해도 괜찮을까? 

따라서 동의(consent)문제로 본 다음, 회사의 입장과 직원의 입장 그리고 우리 사회의 입장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차원, 사회적 차원으로 환원할 수 있으며 사회학의 주요한 관점이기도 하다.  

(사진=픽사베이)

이 책의 190쪽에 등장하는 사례를 문제로 만들어보자.

[제시문] 10만 달러 생명보험 증권을 소유한 사람이 의사에게 앞으로 일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치료를 받거나 짧으나마 여생을 잘 살아보려면 돈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투자자가 환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예를 들어, 5만 달러에 생명보험 증권을 사고 연납 보험료를 지불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최초 보험계약자가 사망하면 투자가는 사망 보험금 10만 달러는 받는다. 

[질문] 당신이 환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추가질문1] 당신의 선택은 도덕적으로 타당한가?
[추가질문2] 당신의 선택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가?

재미난 점은 추가질문1과 추가질문2의 순서를 바꾸기만 해도 답변의 방향을 달라질 수 있다. 즉 상충되는 두 관점에 대해 피면접자는 자신의 심정을 밝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연계형) 학생들은 이 두 질문의 답변이 매끄럽지 못하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질서 수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철학적 혹은 윤리적 사고훈련을 해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문과형 학생들은 윤리와 사상이나 생활윤리 같은 과목을 들으면서 그나마 평소 훈련이 되어있는데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시장 거래가 가능한 물품과 그렇지 않는 것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 거래가 가능하다고 해도 물질로 지불하는 것을 넘어서는 또는 예상하지 못한 가치의 거래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투표권을 팔수는 있지만, 그것을 팔았을 경우 시민의 권리라는 가치가 훼손될 수 있고 투표/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본 뒤, 그 가치를 훼손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래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제의 답변을 구상하기 위해 천천히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자. 필자 같으면 대원칙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거래할 수 없다. 다만 거래가 가능한 경우는 인간 종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이다’라는 원칙을 생각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다음 죽음의 문제에서 사망보험이 거래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예외적인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인간 종의 생존에 불가피한 경우인데, 이를 가족 단위에서 적용한다면 아래와 같은 딜레마를 생각할 수 있다.

[문제의 재구성] 10만 달러 생명보험 증권을 소유한 사람이 의사에게 앞으로 일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둘째 딸이 난치병에 걸려서 고액의 수술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환자 본인이 죽으면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다. 어떤 투자자가 환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예를 들어, 5만 달러에 생명보험 증권을 사고 연납 보험료를 지불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최초 보험계약자가 사망하면 투자가는 사망 보험금 10만 달러는 받는다. 

문제가 이렇게 바뀌면 학생들은 멘붕에 빠지게 된다. 첫 질문에 멋지게 대답했는데, 면접관이 문제를 바꿔서 추가질문을 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면접이라도 가장이라는 입장을 고려하면 쉽사리 착한 사람처럼 답변하기 어렵다. 

센스있는 학생이라면, 우리 사회의 의료나 복지 안전망을 떠올려 반박 논리를 준비할 수도 있다. 즉 내가 죽더라도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내 딸은 치료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답변을 할 때 어떤 사회를 전제로 해야 하는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희망하거나 바라는 사회의 모습을 전제로 하여 답변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실 사회를 바탕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가? 

정답은 없다. 완벽한 답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쉬워진다.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답변은 존재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보험거래를 하고, 투자자가 그 이익금을 사회를 위해 쓸 것이라고 위안을 가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거래(market) 또는 동의(consent)라는 점에 주목하면 색다른 답변을 할 수 있다.

불완전한 거래 또는 동의라는 것이 존재한다. 문제의 상황에서 의사가 일 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선고한 것은 의료적 예측이다. 즉 ‘평균적으로’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이 그 정도 병의 진행 상태를 겪으면 1년 내로 사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늦게 죽는다면 문제는 어떻게 달라질까? 그리고 이런 점들에 대해 명확하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에 가깝다. 즉 일 년 내로 죽지 않으면 그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거래가 시장에서 이뤄지는 것은 비합리적 시장을 인정하거나 키우는 것과 같다.

따라서 거래의 불완전성 또는 동의의 불완전성이란 점을 들어 그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환자 쪽에서 답변할 수 있다. 이것은 윤리적으로도 타당하고 심지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 

만약 기댓값을 수학적으로 구해 본다면 (물론 자의적인 수치를 대입하겠지만) 거래 불가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값을 도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동의의 문제 또는 거래의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독자들이 읽기엔 이러한 결론도 흥미롭게 받아들 수 있다고 생각되어 소개했다. 
 
* 다음 주 마지막 북리뷰를 <창조성에 관한 7가지 감각 : 하버드 비스 연구소 창조성 강의>으로 변경합니다. 최신 버전이라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